경부운하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2008.03.29 | 4대강

                                           경부운하 예정지를 두 발로 돌아보니…,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운하건설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녹색연합은 우리 사회의 최대 논쟁거리인 경부운하 건설예정지로 거론되고 있는 강줄기를 따라 부산에서 서울까지 3월 12일부터 10일 동안 녹색순례를 진행하였다. 녹색순례에 참여한 사람들은 60여명이었고 순례단은 주요 지점을 두발로 걸으면서 경부운하 건설이 가능한 것인지, 또한 운하가 건설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순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순례단이 내린 분명한 결론은 ‘운하 건설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녹색순례단이 맨 먼저 접한 내용은 식수를 포함해 우리가 필요한 물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였다. 낙동강을 따라 걸으면서 물금 취수장도 둘러보고 운하 추진측에서 이야기하는 강변여과수를 취수하는 창원에서도 발길을 멈추었다. 운하 추진측에서 식수오염 문제가 제기되자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강변여과수였으나 우리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상 주요 식수를 대체할 엄청난 양의 강변여과수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그 비용이 10조를 넘어서게 되어 국민들의 세금 부담만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주목한 것이 화물선이 다닐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를 보기하기 위해 수심을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두 강줄기의 대부분은 수심이 2m를 넘지 않았고 많은 지역은 강의 한 복판에 들어가도 그 깊이가 사람의 허리를 채우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의 기울기까지 고려하여 화물선이 다니기 위한 수심 6m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지역을 10미터 이상을 강바닥을 파내거나 강 주변에 그만큼의 시멘트 옹벽을 쌓아야 한다. 이것이 가능이나 한 이야기이며, 또 억지로 만든다고 한들 이러한 흉물스러운 운하를 우리 국민들이 대대로 보고 살아야 한다면 이를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상황은 한강과 낙동강에 있는 수많은 교량에서도 똑 같은 문제를 드러내었다. 두 강에 놓여있는 많은 다리들은 화물을 적재한 배가 통과하기에 턱없이 낮았고, 또한 다리의 높이가 되는 곳도 강의 수심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강바닥을 파냈을 경우 다리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기존에 다리를 설계할 때 운하 건설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안전 설계를 하지 않았음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결국 화물선이 다니는 물길을 내기 위해서는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다리를 대부분 뜯어내고 새로 놓아야 하니 예산의 낭비가 또 얼마란 말인가?

물길이 흐르던 낙동강과 한강이 이러하니 배가 산으로 가야할 백두대간 구간, 조령터널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양한 암반층이 켜켜이 쌓여있고 곳곳에 석회암 동굴이 산재해 있는 지역에 화물선이 다니는 수로터널을 20km 이상 뚫는다면 누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운하건설계획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명박 정부는 운하만 건설되면 국가경제가 살아나고 국민의 생활이 한꺼번에 좋아질 것처럼 거짓 선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지역의 여론조차 억지로 만들어내어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수 언론을 동원하여 운하 예정지 주민들이 운하건설에 적극 찬성하는 듯이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녹색순례단이 두 발로 걸으면서 만난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정 반대였다. 요란하게 현수막을 내걸고 운하건설을 찬동하는 세력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운하 계획은 말도 안되는 터무니없는 것이며, 주민들 스스로 운하를 반대하는 조직을 만들어 반대운동의 기운을 높여가고 있었다.

운하건설 계획은 어떠한 타당성도 명분도 없는 사업임이 분명해졌다. 그래도 운하건설이 국운융성의 길이라 강변한다면 이는 전체 국민들 대상으로 사기극을 벌이겠다는 것임이 분명하다.

역사에 어떤 대통령으로 남을 것인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꼬일대로 꼬인 현재의 상황을 풀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다. 대통령 스스로 불러온 상황이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대통령이 나서서 운하계획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여야 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온 국민이 바라는 일이다. 역사에 오염으로 남지 않을 현명한 대통령이 되길 모든 국민들이 바라고 있다.

* 이 글은 3월 28일자 내일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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