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소송에 기대를 거는 이유

2010.02.22 | 4대강

현실로 드러나는 4대강 문제, 이대로 둘 것인가?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4대강사업 현장으로부터 끊임없이 민원과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여주 남한강 강천보 건설현장에서 오탁수가 거듭해서 발생하고, 전 세계에서 단 한곳밖에 없는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 서식처인 바위늪구비 습지가 4대강공사로 인해 불법적으로 훼손되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6월,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 발표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인 함안보 건설로 인해 주변 지역이 침수될 것이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져 공사를 맡은 수자원공사가 보의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영산강 죽산보 건설 현장에선 물이 넘쳐 인근 농경지에서 자라고 있던 보리밭을 침수시켜 농사를 망쳐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시민단체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고 일부 선도지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벌써 이렇게 문제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면 4대강사업이 본격 시작되는 봄부터는 얼마나 많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우려했던 4대강사업으로 인한 대재앙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과 양심있는 언론에서는 4대강사업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를 다시 실시한 후 사업 재개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정상적인 정부라면 당연히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문제점을 파악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함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여전히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며 속도전을 하고 있다. 아니 국민의 생명줄인 식수오염이나 자연생태계는 어찌되든 상관없이 갈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우리 국민 3분의 2가 마시는 식수가 달린 일이다. 4대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이 걸린 문제이다. 또한 수없이 많은 멸종 위기 동식물이 살고 있는 100여개의 습지가 사라지거나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군가가 나서서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관차를 멈추게 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은 사업이 시작단계라 사회적 비용 손실도 크지 않다. 또한 시기상으로도 4대강소송, 지방선거 등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계기가 몇 차례 주어져 있다. 파국을 막으려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절대 안 된다. 그 첫 번째 기회가 4대강사업에 대한 소송이다. 4대강사업 중 한강부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최종 심리가 오는 24일 있을 예정이다. 법원이 4대강 사업 본안 소송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러나 효력정지 가처분의 경우는 다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 문제를 차분하게 재검토할 수 있도록 법원에서 사업 효력을 정지하도록 결정을 내리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차분하게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 뒤 민관이 합의해 공동으로 4대강사업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등을 진행하면서 이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한 후 사업 재개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면 오랜 사회 갈등도 해결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생길 수 있는 재앙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이 글은 경향신문 2월 19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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