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어찌할 것인가?

2010.04.07 | 4대강

“이건 차마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어찌 멀쩡한 강을 이토록 참담하게 파헤칠 수가 있단 말입니까?”

4대강사업 공사현장을 한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최근 남한강에서 진행 중인 강천보 건설현장 등을 녹색연합 운동가들과 함께 둘러보면서 느낀 심정은 참담함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보 건설예정지만이 아니라 강바닥이고 강변이고 가릴 것 없이 모조리 파헤쳐져 있는 모습이 살아있는 사람의 내장을 다 들어 낸 느낌이었다.

신경림 시인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4대강사업은 역사의 천벌을 받을 사업이다. 이를 그냥 지켜만 보는 것도 천벌을 받을 일이다!”라고 말한 심정을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4대강사업은 상상 이상으로 4대강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준설한다는 명목으로 다이너마이트까지 써가며 강바닥의 모래와 흙은 물론 암반까지 파내고 있고 제방을 쌓기 위해 강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있다. 그곳에는 100여개의 습지가 있었고 세계 유일의 멸종위기 식물인 단양쑥부쟁이 서식처도 있었다. 또한 그곳은 수달과 삵과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먹이 터였으며, 수십 년간 우리에게 건강한 유기농 먹을거리를 제공해오던 든든한 농사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4대강사업 현장에는 더 이상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함에도 4대강공사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으며 그 곳에 살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에게는 생지옥의 현장이었다. ‘이제 시작인데……, 이제 겨우 공사가 시작 되었을 뿐인데 이 지경이라면 4대강 사업이 다 이루어지면 얼마나 참혹할까?!’ 차마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21세기 대한민국 정부와 집권 여당이 나서서 어떻게 이토록 무자비한 살육과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도대체 어느 시기에 있는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절망만 하고 있기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기엔 우리 앞에 닥친 일이 너무나 막중하다. 다른 어떤 것들을 포기할 순 있어도 4대강의 생명을 송두리째 죽음으로 내모는 일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녹색연합을 포함한 많은 시민단체들과 뜻있는 사람들이 ‘4대강죽이기사업’으로부터 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끝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말 고맙고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종교계에서 4대강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불교계가 대규모 심포지엄을 열고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한데 이어 수경스님이 여주 남한강 자락에 ‘여강선원’을 열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차가운 밤을 보내면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기도에 들어갔다. 또한 천주교에서는 1천여 명의 성직자들의 4대강사업 중단 촉구 시국선언에 이어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4대강사업을 중단할 것을 공식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는 일은 극히 드문 일로 그 만큼 4대강사업이 얼마나 큰 문제를 낳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며, 종교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청와대측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종교계의 이런 움직임과 더불어 녹색운동 진영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녹색연합과 생태지평, 불교환경연대 등은 4대강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남한강 지역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과 감시활동을 시작하였으며, 환경운동연합을 주축으로 4대강범대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감시단도 4대강 공사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4대강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전 공사구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4대강사업 문제점 집중 분석과 더불어 현장으로부터 4대강사업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시민들과 나누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보다 많은 시민들이 4대강 공사현장을 방문하여 문제점을 직접 확인하고 주변으로 확산하는 프로그램도 봄을 맞아 다양하게 기획되고 있다. 4대강 현장을 한번이라도 둘러보면 이것이 ‘강살리기사업’이 아니라 ‘강죽이는사업’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2일 치르게 될 지방선거를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세력들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기회로 삼을 것이며, 지방선거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 4대강사업의 주요 지역, 즉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경상남도지사, 부산시장 등에서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재앙에 가까운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4대강의 뭇 생명들이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결실을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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