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쑥부쟁이, 자생지 멸종위기

2010.04.15 | 4대강

세계 유일의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4대강 사업에 의한 군락지 파괴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보전을 위한 연구조사와 대책방안 마련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4대강 사업 관계부처 장관들은 잇달아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만 있다.
지난 4월 5일, 이만의 환경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각각 라디오 방송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다.
사업 타당성과 절차 무시, 환경 파괴 문제를 우려하는 국민 대다수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두 장관 모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만 치부해버렸다.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심각한 환경 파괴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공사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생태 특성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이식 우려
이런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한강 중류 일대에 자생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다. 사업이 속도전 양상을 띠면서 올바른 대책이나 보전 방안 없이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를 밀어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달까지 단양쑥부쟁이를 대체서식지에 이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단양쑥부쟁이가 멸종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단양쑥부쟁이의 생태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대체 서식지를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양쑥부쟁이는 강 중류 지역의 특수한 자연환경에서만 서식한다. 강 중류 중에서도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모래나 자갈 위에서 군락을 이뤄 살고 있다. 다른 식물들과 경쟁에서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식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분포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단양쑥부쟁이의 서식환경에 적합한 지역은 바위늪구비 습지 일대가 유일하다. 국내 강 중류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홍수터 교란터들은 그동안 각종 개발 사업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초 발견된 단양에 있는 군락지마저 댐 건설로 사라졌다.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한곳에 몰아넣는다면, 단양쑥부쟁이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반적인 의미의 식물서식 환경이 좋아질수록 단양쑥부쟁이는 다른 식물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홍수터 교란 장소가 아니라면 단양쑥부쟁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 곳에 몰려 있으면 유전 다양성도 감소되어 갈수록 열성화되기 때문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또한 단양쑥부쟁이는 2년생이기 때문에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 2년생 모두 이식해야 해야 한다. 따라서 대체생육지 타당성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서식환경을 훼손하는 공사를 중단하고 장기적이고 투명한 연구조사를 실시한 후 합리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단양쑥부쟁이 자생지 원형보전 하도록
4대강 사업에 따른 단양쑥부쟁이 멸종 논란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됐다. 졸속적으로 치러진 환경영향평가 절차 과정에서조차 보전 방안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있었다.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수자원공사측은 단양쑥부쟁이에 대한 전수조사 후 대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조사 결과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부실한 대책방안만 거듭 밝히고 있다.
친환경 사업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쓴 4대강 사업은 법적보호종조차 씨를 말리려는 반환경 사업이다. 정부는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체계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실시하여 자생지를 원형보전 하도록 해야 한다.

이 글은 4월 13일 내일신문 NGO칼럼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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