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에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안부를 묻다

2010.06.10 | 4대강

우리가 서로에게 안부를 묻듯 강에, 그리고 그곳에 살아가는 생명들에 안부를 묻고 싶었을 뿐이다. 녹색연합과 야생동물소모임은 강의 안부를 묻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총 9일간 6차례에 걸쳐 남한강에서 1차로 야생동물서식실태를 조사했다. 한강살리기 사업의 총 사업구간인 69.7km 지역 중에서 남한강 6공구, 여주 여주대교 아래에서부터 섬강 합수부 지역까지 17.5km 일대를 걸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우리는 그 곳에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흔적들을 만나고 새를 만나고, 물속의 물고기를 만났다. 강변의 바위 위에서는 어김없이 수달의 배설물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산비탈에는 삵의 배설물도 보였다. 고라니의 사체도 보였고, 너구리의 발자국도, 원앙과 흰목물떼새, 참매 유조와, 수리부엉이의 흔적과 가창오리떼. 발견조차 쉽지 않은 표범장지뱀은 단양쑥부쟁이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도리섬에서 30여분 만에 30개체를 확인하였다. 이는 어쩌면 국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서식지로 꼽힐 가능성이 높아 이 일대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정부가 남한강 6공구 일대에서 진행한 환경영향평가가 상당히 부실하게 진행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야소모와 녹색연합의 조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6종의 법적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음을 추가적으로 확인하였다. 몇 억을 받고 몇 개월을 조사했다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빠진 야생동물이 버젓이 남한강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마저도 남한강 일대 곳곳이 공사판이라 매우 한정적인 공간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유용했을 수많은 버드나무 군락과 습지가 파괴되었고, 강에서 이뤄지는 준설작업으로 인해 담수에 살아가는 돌상어와 꾸구리의 서식지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마음이 아픈 것은 야생동물의 흔적 뒤로 멀찍이 보이는 공사판의 모습이다.

그래도 강은 흐르고 있다. 그곳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도 있었다. 그렇게 강의 안부를 묻는 동안 그 곳의 생명의 흔적을 보며 강이 살아 있음을 느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당신에게 강의 안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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