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식물들의 낙원, 4대강 삽질로 사라질 위기

2010.07.16 | 4대강

사람과 뭇생명 모두가 사랑하는 강, 여강

바람이 갈댓잎을 스치며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 따라 흘러갑니다. 버드나무 숲 사이로 산새들이 재잘거립니다. 보드라운 금빛 모래톱 여기저기 삵과 고라니, 너구리 발자국이 가득합니다. 강물 찰랑이는 자갈 사이에는 자그마한 물떼새 알이 올망졸망 모여 있습니다. 이 땅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단양쑥부쟁이가 솔잎 같이 가는 잎으로 온몸을 감싸며 물떼새 알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온몸을 알록달록한 무늬로 장식한 표범장지뱀이 돌 밑에 숨어 있다가 깜박 졸고 있던 날벌레를 날름 잡아먹습니다. 지난겨울, 먼 길을 떠나다 지친 몸 쉬어가던 겨울철새들의 쉼터에는 원앙 부부가 다른 물새들과 함께 따스한 햇살 맞으며 노닙니다.
날이 저물면 강이 내려 보이는 절벽 틈에서 수리부엉이의 단아한 울음소리가 어둠을 재촉합니다. 강물 위에 떠오른 달빛이 순식간에 바스러집니다. 수달이 날렵한 몸놀림으로 먹이를 찾으러 헤엄쳐 가는 길목이었습니다. 물살이 제법 센 여울에는 고양이 눈을 하고 있는 꾸구리와 상어를 닮은 돌상어가 강물을 거슬러 알 낳을 준비를 합니다. 여강은 오늘도 그렇게 수많은 생명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며 고요히 흘러갑니다.

지금은 남한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강은 충주를 지나 원주의 섬강을 만나 경기도 여주를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강입니다. 금모래빛 흐르는 모래톱과 곳곳에 드러나는 깎아지는 듯한 절벽, 버드나무와 갈대숲이 넓게 펼쳐진 습지 등 다양한 모습을 자랑하는 곳이지요. 이러한 자연환경은 여러 야생동식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훌륭한 보금자리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습니다.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기름진 땅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강 주변의 곡창지대는 쌀농사가 잘 되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뿐 아니라 지금도 쌀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옛날 글들을 보면 옛 사람들이 얼마나 여강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동국여지승람을 편찬한 조선 초 학장 서거정은 여강을 일컬어 ‘물결이 맴돌아 세차며 맑고 환하여 사랑할만하다. 벼와 기장, 수수가 잘되고, 나무하고 풀 베는데 적당하고, 사냥과 물고기 잡기에 적당하여 모든 것이 자족하다.’ 고 했습니다. 세조와 예종실록을 편찬한 최숙정도 ‘울창한 건 백년 된 등나무이고 / 우거진 건 천년 된 나무라네. / 족제비와 다람쥐가 집을 짓고 / 여우와 토끼가 성으로 삼았네. / 기색은 아득히 푸르고 / 못과 내는 모두 다 아름답네’고 노래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독특한 자연환경, 멸종위기종들의 천국

여강 중에서도 특히 원주를 거쳐 흘러내려오는 섬강과 만나는 곳에서, 바위늪구비 습지에서 신륵사까지 이르는 약 17km 구간의 그야말로 야생동식물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구간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사라져 버린 멸종위기종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법정 보호 희귀종만 수달과 수리부엉이를 포함해 17종입니다. 뿐 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지역에서만 살고 있는 희귀식물 단양쑥부쟁이의 집단 자생지가 있습니다. 멸종위기야생식물인 층층둥글레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자갈과 모래터에서 살아가는 희귀동물인 표범장지뱀도 국내 내륙에서 가장 높은 밀도로 모여 살고 있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들의 천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일대의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입니다. 여강은 강 중류에 해당합니다. 강 중류는 계곡지대인 상류와 넓은 모래톱과 습지 지대인 하류의 모습을 반반씩 담고 있습니다. 습지와 여울, 모래톱과 절벽 등 다양한 지형이 어우러져 있어, 여러 종류의 야생동식물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강들과 다르게 그동안 다행히도 대규모 하천 개발 사업이 없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무자비한 삽질에 죽어나가는 야생동식물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야생동식물들의 천국인 여강 일대가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계획에 따르면, 이 지역은 공사 시행으로 인해 습지가 44% 훼손되고, 14,300,000m3에 달하는 모래와 자갈이 파헤쳐 지게 됩니다. 길이 350m와 높이 8m에 달하는 보가 건설되어 강물도 제대로 흐르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갈대와 버드나무로 무성했던 강변 옆을 밀어버리고 30km의 자전거도로가 만듭니다. 여강과 지천들이 만나는 6곳 모두 강바닥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와 돌 등으로 하상유지공을 건설합니다. 여강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무자비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를 계획할 때에는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4계절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환경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정도 정밀하게 조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4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초안을 공람해야 하는데, 정부는 현장조사도 하지 않고 불과 한달만에 초안을 작성해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견 수렴을 했습니다.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무식한 행동이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강에서는 부실한 현장조사로 멸종위기종들이 누락되어 무참히 죽어나가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세계 유일의 희귀식물 단양쑥부쟁이 뿐 아니라, 고양이 눈을 가진 민물고기인 꾸구리까지 공사현장에서 죽은 채 발견 된 것입니다.

4대강 사업 즉각 중단하고 생태 보전 대책 서둘러야

여강 일대는 주요 기관과 정부부처에서도 보전 가치가 높은 것으로 이미 인정한 지역입니다. 여강 강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습지 중 하나인 바위늪구비 습지는 지난 2008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여강 강변을 따라 걷는 여강길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야기가 있는 생태탐방로’ 7곳 중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이러한 곳이 정부의 무책임한 삽질 정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해 법적으로 보호지역을 설정해도 모자랄 판에 강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생물종다양성의 해입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올해를 생물종멸종위기의 해로 만들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서식지는 포크레인 서식지로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망선고를 받은 강과 강에 기댄 모든 생명들은 죽음의 문턱에 아찔하게 서있습니다. 이 재앙은 반드시 우리 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즉각 사업을 중단하고 보전대책을 서둘러야 합니다.

이 글은 ‘우리와다음’ 7,8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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