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는 풍력발전기를 숨겨서 세워야 할 거에요

2009.06.03 | 재생에너지

녹색연합은 2008년부터 아베다의 후원으로 대안기술센터와 함께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이하 바람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람학교 프로젝트는 학교를 선별하여 해당 학교에 자전거발전기, 소형풍력발전기, 태양광발전시설을 지원하고,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에 재생가능에너지가 확산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8년 무주 푸른꿈고등학교를 포함한 5곳의 학교가 선정되었으며 올해도 추가 학교 선정을 위한 심사가 진행되었다. 5월 23일 토요일 오후 1시, 무주 푸른꿈고등학교에서는 서류를 통과한 학교들의 프레젠테이션 면접이 진행되었다. 치열하지만 따뜻했던 현장을 전한다.

남부터미널에서 무주안성으로 가는 첫차인 9시 20분 버스를 탔다. 무주 안성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리니 도착 시간이 빠듯하다. 버스가 승객으로 가득 찼다.

‘토요일 오전이라 놀러가는 사람이 많은가 보군. 설마 이 버스 안에 오늘 면접 보는 학교 선생님들이 계신 것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면접 참여 학교 중 한 곳인 ‘더불어 가는 배움터 길’ 학교의 이화숙 선생님이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학교라 그곳에서 갈 줄 알았더니! 다섯 분이나 오셨다. 압력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라지만 무언의 압력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봐, 면접 보러 우리는 다섯 명이나 간다! 라는..

도착하니 12시 40분. 부랴부랴 터미널 근처에서 국밥으로 허기를 달랜 후 푸른꿈고등학교로 이동했다. 2008년 바람학교의 모집부터 학교에 설치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고 이무흔 선생님의 안내로 푸른꿈고등학교를 둘러보았다. 똥을 발효시켜 나오는 메탄가스를 활용하는 바이오가스 시설부터 자전거, 태양광, 풍력발전기로 필요한 전기를 100% 충당하는 쉼터, 자연정화시설까지 둘러보자 2시가 되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막차 5시 10분 버스를 타려면 서둘러야겠다.

공교육 유일의 안양 부흥고, 바람 많은 제주도 들살이

학교별 주어진 시간은 10분. 심사는 녹색연합 활동가 2명을 비롯하여 이동근, 김대규 선생님(이상 대안기술센터), 곽진영, 이무흔 선생님(이상 푸른꿈고등학교)들이 도움을 주셨다. 각 학교 선생님들은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오셨다. 황정일 선생님(길 학교)는 학교 자체적으로 에너지 수업을 지속적으로 해 왔음을 다양한 사진을 통해 보여주셨고, 김희숙 선생님(무지개학교)은 초등학생들의 기후변화, 대안에너지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어주셨다. 금산 간디학교에서는 고등학생 두 친구가 직접 (많이 쑥스러워했지만 훌륭하게!) 발표를 해 주었고 지역 YMCA 운동에서 시작한 볍씨학교는 대안에너지에 기반한 대안적 삶에 대한 구상을 조심스럽게 보여주셨다.

안양 부흥고등학교는 이번 프로젝트에 신청한 유일한 공립학교였다. 그래서인지 황유경(안양 부흥고)선생님의 발표 후에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대안학교들에 비해 활동에 여러 규제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학교는 제주 문화학교 들살이. 이검질 선생님은 먼 거리와 교통비 부담 때문에 발표 PPT만 보내시라고 말씀드렸지만 면접도 하나의 과정이라며 일부러 비행기와 버스로 무주까지 오신 열혈남아(熱血男兒)다. 선생님은 제주도에 바람이 많다는 사실(만)을 수차례 강조했다.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의 모습도 영상에 담아오셨는데, 그들에게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우리 학교에는 바람이 많아요.”뿐이었다. 심지어 숨겨서 풍력발전기를 세워야 고장이 안 나면서 전기를 만들어낼 정도라고.

그러나 바람이 많다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심사위원들을 움직인 것은 자연과, 지역주민과 어우러진 대안에 대한 들살이 선생님들의 꿈이었다. 이검질 선생님은 대안이란 이름으로 들어서고 있는 대규모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오히려 자연환경과 근처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면서 자연과 지역주민과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대안기술로 만들어진 풍력발전기가 학교에 설치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예산 등의 사정으로 황금 같은 주말, 먼 길을 달려와 면접에 응해주신 모든 학교와 함께 바람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한 점이 아쉬워하며 2차 최종면접을 마무리했다. ‘겨우’ 5곳의 학교를 결정하였다. 많은 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리며, 함께 하지 못한 분들에게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글 : 김명기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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