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발전, 이대로는 안 된다

2009.07.15 | 재생에너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으로 전국 곳곳에 대규모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건설되거나 계획 중에 있다. 얼마 전 지방으로 출장갈 일이 있어서 차를 몰고 가던 중에 도로 옆 산 비탈 한가운데 태양광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현장을 보았다. 눈살을 찌푸르게 만드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곳에는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산이 깎이고 풀이 뽑히고 땅이 뻘겋게 드러냈다. 재생가능에너지 입지가 지역의 산림을 훼손하고 있는 사례였다.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널리 보급되면서 전국에 이와 같은 현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시설로 인해 주민갈등 또한 발생하고 있다. 전남 지역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각각 태양광과 풍력발전시설에 대한 지역민원으로 한차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경북 영양군 일대에 외국의 풍력발전 회사가 낙동정맥 일대를 크게 훼손한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소송이 진행되어 있어서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다.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너무나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생태계 훼손과 주민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현 상황을 바라보며 우리는 이에 대해서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까.

이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녹색연합은 지난 7월 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의 대규모 조력발전,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재생가능에너지 입지갈등 해소를 위한 연속 토론회”의 첫 번째 순서로 진행되었다. 토론회는 녹색연합과 조승수 의원실, 환경연합 습지보전위원회이 공동으로 주최하였고 약 200여명의 참가자들이 토론회에 참가해주어 “재생가능에너지와 지역갈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날 토론의 주제가 되었던 조력발전은 달의 인력으로 인한 바다의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여 밀물과 썰물시 들어오고 나가는 바닷물을 가둬두어 그 해수차이를 이용하여 발전을 한다. 또한 조력발전은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막는 방조제 시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바다의 수력발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한국의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발전회사들의 발전계획이 지난 5년간 연이어 발표되었는데 현재 시화조력은 수자원공사가, 가로림만은 서부발전이, 강화조력은 중부발전이, 인천만 조력은 한수원이 사업발주를 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조력발전은 그 자체가 가지는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발전방식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바닷물을 가두기 위해서 방조제를 건설해야 한다. 방조제 건설에만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려 건설과정에서 갯벌훼손에 대한 생태계 훼손은 피할 수 없다. 또한 인위적으로 바닷물을 가두고 발전을 하기 때문에 인근지역의 수위가 변하여 홍수시 범람의 위험과 주변 환경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지난 1967년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 건설 이후 대규모 건설이 중단된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건설 예정인 조력발전소는 현재 세계최대 규모인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보다 최대 약 6배가량이 크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된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쟁점들이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발제로 한국 해양연구원 이광수 박사는 현재 한국의 조력발전 기술현황과 전망에 대해서 발제를 진행했다. 이 박사는 조력발전이 가지는 기술성과 안정성에 대해서 의견을 밝혔다. 이 박사는 “조력발전 자체는 환경 파괴적이지 않으며, 환경훼손이 아니라 환경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환경변화를 우리가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점이 중요” 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박사는 “ ‘개발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서 녹색연합 이유진 국장은 ‘조력발전 건설현황과 문제점’ 이라는 발제를 통해 “바다를 가두면 썩을 수 밖에 없으며, 대형 조력발전이 바다를 가두면 해수면의 변화, 해수흐름 변화, 해수순환률 저하에 따라서 갯벌 생태계 훼손과 서식지 피해는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이다.” 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지역에 건설되는 강화조력과 인천만조력에 대한 발제를 맡은 인천환경운동연합의 조강희 처장은 “강화조력과 인천만 조력에 대해서 주민들과 대화하려고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지난 시기 조력발전에 대한 사업자측과 대화의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자료와 정보에 대한 공개도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조력발전소 건설 진행과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실제로 강화조력의 경우 본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었음에도 아직 공개되고 있지 않으며, 인천만 조력의 경우는 대규모 발전시설에 비해서 현재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청년환경센터 이헌석 대표는 조력발전 자체가 가지는 환경훼손의 우려로 인해 조력발전 자체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분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환경연합 습지보전위원회 이평주 국장은 “피흘리는 재생가능에너지는 재생가능에너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가로림만의 경우, 서부발전의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사전환경성 검토 과정에서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이 반대측 입장의 주민들에게 물리적 충격을 가한바 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다치고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또한 찬성측 입장의 주민들만을 데리고 프랑스 랑스 지역으로 관광을 보내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지역여론이 극심하게 나뉘어져 지역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날 가로림만 반대 투쟁위원장 박정섭 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생생히 들려주었다. “욕심을부려 고기를 많이 잡을려고 조그만 돌멩이 하나라도 둘춰내고 옮겨버리면 오히려 더 안 잡히고 허탕치는게 순리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어민들은 모두 떠날 수 밖에 없다.” 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에 재생가능에너지 건설 바람이 불고 있다. 전 국토에서 신·재생가능에너지시설이 더 크게 더 많이 건설되면 마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처럼 정부에서건 언론에서건 다루고 있다. 물론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환경을 훼손하고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 확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 확대되고 더 보급되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 지역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지역주민들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진정 중요한 것은 1KW의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1KW의 전력을 낭비하지 않고 더 쓰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며 석유를 대신하는 재생가능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보급 분위기 속에서는 “절약”과 “수요관리”가 없다.  “에너지 공급 확대” 라는 기류만이 느껴질 뿐이다.

재생가능에너지토론회는 연속으로 3차례 진행된다. 2차 토론회는 “지역주민과 환경을 고려한 풍력발전 건설 방안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3차 토론회는 “태양광 발전 보급과 입지갈등 해소 방안은?” 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각각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을 둘러싼 환경훼손과 지역갈등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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