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소의 보급·확대를 둘러싼 논란과 쟁점들

2009.09.21 | 재생에너지

[입지갈등]
산으로 가는 태양광 발전소,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태양광 발전소를 둘러싼 주민갈등과 환경훼손에 대한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러한 갈등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녹색연합이 조사한 바로 인하면 전북 남원, 전남 강진, 해남, 나주, 그리고 경북 울진 등에서 논란이 발생한바 있다. 남원과 울진에서는 발전사업자측에서 발전허가를 받아놓은 이후 소나무만 베어가고 공사를 중단했다. 수목이 좋은 금강소나무 같은 굵직한 나무들이 태양광 발전소 허가를 받은 이후에 베어져갔다. 사정이 이러하니 소나무 굴취를 막으려는 지자체와 발전사업자간에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강진과 해남, 나주 등 전남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거부감으로 집단소송을 냈거나 환경보존의 가치가 높은 산림지역으로 태양광 발전소가 지어지면서 주민과 발전사업자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매입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산으로 태양광 발전소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소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그것은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보급의 ‘기준과 원칙’이 없다는데 있었다. 이와 같은 기준과 원칙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가이드라인’ 이라고 표현될 수도 있을 것이고, 좀 더 근본적인 말로는 ‘철학’ 이라고 표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FIT 폐지]
발전차액지원제도 폐지, 소규모 발전업자는 어떻게 하라고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태양광 보급 지원정책의 큰 변화이다. 이는 2012년 기존의 발전차액지원제도(FIT : Feed- in Tarriff)를 폐지하고 새롭게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무할당제(RPS :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정부가 태양광발전을 통해서 생산된 전력을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주기 때문에 자금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태양광발전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정책이었다. FIT제도를 통해서 소규모 발전사업자, 마을단위, 시민 출자형 발전소, 00리 태양광 협동조합, 교회, 학교 등과 같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립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에 의하면 2011년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폐지된다.



지난 8월 30일에 발표한 ‘태양광발전차액지원제도 조정계획안’(이하 조정안)을 보면 곧 폐지를 앞두고 있어 수명이 막바지에 달한 발전차액지원제도의 2010년 발전차액지원금마저도 올해보다 약 14%가량 줄어든다. 2002년 발전차액지원제도가 도입될 당시 kw당 716원이었지만 도입 8년 만에 지원금액은 약 400원대로 떨어져 반 토막 나는 것이다. 조정계획안에는 입지유형(건축시설물, 나대지)에 따라서 발전차액지원금의 차등을 두는 등의 노력을 보였지만 문제는 그나마 이조차 2년 후에는 폐지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에 앞서 태양광 발전업자들은 6월 29일 발표된 지경부 고시의 주요핵심 사안인 연도별 지원 ‘한계용량 설정’과 ‘3개월 내 공사강행’ 등의 내용으로 이미 심각한  재정적 피해를 보거나, 몇 년간 준비했던 사업을 포기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 조정안에서도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이런 태양광 발전차액지원제도의 변경안에 따라서 전국의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허가 신청 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부족이다. 발전차액지원금의 재원이 조달되는 자금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인데,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의 약 3.7%를 따로 모아서 조성한 기금이다. 매년 다르지만 약 1조 8000억 정도가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발전차액지원제도로 소요된 금액은 2008년 1197억에 불과해 석탄가격보조금액 2868억, 폐광지역진흥지구개발과 탄광 지역 개발 1848억(2005년), 무연탄 발전지원사업 2253억 보다도 낮다. 또한 원자력 발전 및 발전소 주변 지역지원에도 2027억원이 책정되어 있어서 과연 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보급의 의지가 있다면 재원이 부족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형화 논란]
의무할당제 도입, 산림훼손 더 많아질 것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한 지경부가 선택한 것은 의무할당제이다. 의무할당제(RPS)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전사업자들의 발전용량의 일정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도록 의무화하는 보급정책이다. 이를 통해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인증서)라는 개념을 도입해 시장을 새로 형성하여 REC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RPS를 통해 발전사업자들은 자신들의 발전용량 대비 약 2% 정도의 발전용량을 신재생에너지로 의무전환해야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상의 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는 그간 발전차액지원제도와 같이 직접적 지원정책이 없어지기 때문에 소규모 신규 태양광 사업들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것과 REC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에너지 공기업과 대형 태양광 발전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RPS는 의무화 정책이기 때문에 발전사들이 자신들의 의무 보급 비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REC 거래가격의 1.5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발전사업자들이 단기간에 많은 용량을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할당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발전공사가 무리하게 강행될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

태양광 확대 보급정책에 있어서 정부의 이러한 정책변화는 재생에너지 정책의 큰 흐름이 ‘다수의 사업자가 참여하는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 발전소의 보급’ 보다는 ‘소수의 사업자를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집중형 태양광 발전소의 보급’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2일 녹색연합이 지식경제부와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지식경제부에서도 이러한 RPS 정책에 따른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지경부 정책 책임자는 간담회 자리에서 RPS 도입에 따른 REC 인증서 시장에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나 지붕, 옥상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기존전력과 구분하여 인증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경부의 계획대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입지갈등 해소와 소규모 발전소 지원에 있어서 일부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RPS 자체가 대형발전이 유리한 대기업을 겨냥해서 만들어낸 정책이고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대용량 발전소 건설 유도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이 잘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태양광발전업자와 환경단체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RPS를 도입한다면 그로인해 예상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로 인한 입지갈등과 환경훼손의 문제는 향후에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로 남을 것이다.

친환경적인 입지선정 가이드 라인 필요해
첫 번째로 제기된 입지갈등 문제해소를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입지 선정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소가 산으로 가는 이유는 부지가격이 낮고, 매입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산으로 향하는 태양광 발전소는 재생가능에너지가 아무리 의미있는 시설이라고 해도 산림훼손, 벌목에 따른 홍수피해, 야생 동식물 피해, 탄소 흡수원 축소 등의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소가 산으로 가지 않아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으로 가는 태양광 발전소의 입지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태양광 발전을 하기위해서 전기사업에 대한 허가(발전허가)를 받은 다음 부지선정 타당성에 대한 개별법(산지법, 농지법 등)에 의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미 발전허가가 떨어진 경우 특별한 제재사항이 없는 한 개발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문제로 입지선정에 따른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사업에 대한 허가(발전허가)를 받을 때, 부처간 협의를 통해서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입지타당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녹색연합이 지난 3차례의 정책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서 지식경제부와 산림청 등과 협의를 통해서 도출해낸 사안이다.

또한 도심지역 설치 유도를 위한 관련 법규와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경부가 최근 발표한 건축물 시설에 한해 발전차액금을 10% 할증해주는 것과 공장지붕이나 공장유휴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가능하도록 법규(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를 개정한 것, 그리고 도심지역에 200kw 이상이 넘더라도 도시계획시설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를 개정하고 있는 움직임 등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와 같이 지붕이나 옥상, 도심 내 유휴지 등에 설치가 용이하도록 관련 법규의 완화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활성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FIT 폐지와 RPS 도입으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RPS 도입으로 재생가능에너지원이 대규모화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에 따른 환경훼손논란과 주민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부처에서의 명확한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경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는 FIT 폐지에 따른 태양광 발전업자들의 우려와 환경단체의 지적에 대해 의미있는 검토를 해야한다.

태양광 발전소는 결국 사람들 곁으로 가야

태양광 발전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서 경제성 면에서는 뒤쳐지지만, 그 자체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육적 가치가 매우 높고 미래 발전 가치 또한 높은 에너지원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이는 태양광 발전소가 사람들 시선이 닿지 않는 지방 산림지역에 대규모로 들어서는 것보다 작은 규모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분산형 방식으로 도심지역에 설치될 수 있도록 유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발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태양이나 바람이 부는 지역 어느 곳에서든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며 그 존재의 근거이다. 도심지역 어디를 다니든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을 볼 수 있어야 태양광 발전이 가지는 재생가능에너지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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