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마을이 뉴타운인가?

2010.04.20 | 재생에너지

기후변화와 함께 나무를 심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는 ‘에너지자립’문제 특히 마을의 에너지를 논하기 위해 마을주민, 전문가, 또 정부관계자와 활동가들이 한국인권위원회 배움터에 모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문제가 붉어지면서 한반도 곳곳에 에너지와 관련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별히 정부가 2020년까지 600개의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밝혀지면서, 과거에 진행되었던 ‘마을 만들기’사업 평가와 함께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탄소 녹색마을이 뉴타운인가?
오일피크. 작년 우리나라에도 찾아왔던 기름 값 폭등사건. 개인차량을 소유한 사람들이라면 하루가 다르게 기름 값 오르는 것을 피부로 체감했을 것이다. 특히 도시가스가 없이 등유를 난방으로 사용하는 농촌은 집집마다 전기장판에 의존하여 겨울을 보낼 정도로 비싼 기름 값이 몸살을 앓았다. 그 뿐이랴. 각종농기계와 비닐하우스까지. 때문에 오일피크, 기후변화 위기와 함께 자연적으로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저탄소 녹색마을’이라는 해답을 내 놓았다. 그리고 올해 4개의 시범마을이 선정되었다.

정부의 에너지자립마을을 검토한 녹색연합 이유진정책위원은 “한 마을에 수많은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것이 마치 뉴타운 건설하듯 보인다. 또 여러 가지 시설물 설치에 대한 계획은 있으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라며 말문을 열었다. 시범마을 중 덕암마을의 경우 총 49가구에 지원금이 146억 원이다. 한 가구에 3억 가까지 지원하는 셈이다. 이 엄청난 지원에 대해 주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사업을 두 손 두발 들고 환영하고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주민들이 이 사업을 정확하게 모른다. 또한 유기성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는 시설물 설치보다 운영이 더 까다롭다. 그런데, 설치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설물의 운영주최, 사업의 마지막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이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가 불분명 하다. 만일 이대로 진행을 하게 되면, 사업이 끝나는 시점에서 준비되지 않은 마을주민들이 만들어진 시설물을 애물단지처럼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윤데마을의 경우 에너지자립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 2년 만에 끝내려고 한다. 그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부분은 무엇일까?  

에너지자립마을 만들기는 뭘 먼저 해야 하나?
지역주민과의 소통이다. 지금 왜 에너지 위기를 말하고, 또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몫이다. 어떤 지역은 마을주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외부에서 지역에 문제제기를 할 때에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전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아무리 지자체에서 중앙 정부의 투자 자원으로 기술적으로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다고 해도 이들 설비를 지역주민들이 활용하지 않을 경우, 지역 에너지 시스템 구축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부안에서 6년째 에너지자립마을을 위한 활동하고 있는 이현민소장은 정부 공모사업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정부지원은 초기 투자비를 지원하지 운영비를 지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년 부안은 농림부와 함께 바이오디젤 유채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 유체가 국제 시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약 이것이 단순히 정부주도의 사업이었다면 어땠을까? 다행이도, 부안은 이 사업을 시작하기 3년 전부터 주민교육을 지원했었다. 그래서 정부지원이 되지 않는 지금도 유채사업은 계속 진행하며, 다른 수익구조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연대도의 에코아일랜드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에코아일랜드 사업을 시작하기 전 주민들은 이미 이 사업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고, 이것으로 인해 마을이 변할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에 사업진행이 수월했다.

함께 더불어 같이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정부관계자들은 “너무 짧은 기간으로 졸속행정이 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4개의 사업부처가 의사결정 기구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나온 의견들을 그 회의에서 공유하고, 진행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여유 공간을 가져보고자 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지역 주민의 대부분의 조상 대대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군수나 이장은 마을을 떠날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을 주민은 그 마을을 지키면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사업을 진행할 때 그 사람을 배제한 채 가시적인 성과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많은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진행되었던 지역의 “마을 만들기”사업의 경험이 이제 시작되는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드는데 좋은 거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는 사업이 주민 없는 마을사업이 되지 않도록, 늦더라도 필요한 단계는 꼭 거쳐 모두가 만족하는 사업을 진행하길 바란다. 이 일은 비단 시범사업을 하는 마을에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 에너지위기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고민할 부분이다.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그냥 거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각계각층이 노력하여 서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글 : 김희정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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