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역에너지디자인 어떻게 할 것인가?

2010.08.02 | 재생에너지

늦봄까지 저온현상과 폭설이 계속되던 이상기후는 한여름 들어 폭염으로 변했다. 7월 한 달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8도 높았고, 잠을 못 이루는 열대야 평균일수도 1.97회로 2000~2009년 같은 기간의 평균 1.37회보다 44% 증가하였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에 대처하겠다는 다양한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폭염으로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7번이나 갱신되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온몸으로 깨닫게 만드는 요즘이다.


▲ 7월 녹색에너지포럼(2010.7.14)

녹색에너지디자인추진위원회와 녹색연합은 이와 같이 심각한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의 대안을 시민들과 기업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나가고자 녹색에너지포럼을 기획하였다.

‘지속가능한 지역에너지디자인 어떻게 할 것인가?’가 그 첫 번째 화두로 델라웨어대학에서 에너지 정책을 전공한 유정민 박사가 델라웨어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익사업을 소개했다. 델라웨어주의 지속가능 에너지 공익사업(Sustainable Energy Utility:SEU)은 오바마 정부의 미국 회생과 재투자법(America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ARRA)의 입안단계에서 중요한 대안 모델로 검토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에너지 공급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사용자측에 설치되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기획되었다. SEU는 비영리 조직으로 운영되며, 실행사업자는 NGO, 지방정부, 혹은 전력회사 등이 신청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효율화과정을 비영리조직이 운영하면서,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개선 기기나 재생가능에너지를 설치하는 데에 드는 초기투자비용과 추가적 재정 부담없이 실행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절약한 에너지 비용으로 일정기간 효율개선비용을 갚아나가면 되는 공익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는 점이다.

SEU사업의 초기투자비용은 에너지효율채권, ARRA Funding, 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RGGI)1)의 탄소배출권 판매대금, Delaware An$wer Program 등을 통해 조성되며, 재정안정화를 위한 초기자본의 회수시스템으로 REC(Renewable Energy Credit)제도2), Green Energy Fund3), 에너지절감분배계약 제도)4) 등을 갖추고 있다. 이는 델라웨어주가 적극 개입하여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고, 지역주민 등 다양한 민간섹터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로서 SEU를 설립하고 운영함으로써 실현되고 있다.  

초기투자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식, 채권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델라웨어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델라웨어의 SEU프로그램은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NGO등이 어떻게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인지, 그리고 거대자금을 통한 시설설치 위주의 단기투자방식이 아닌,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지역사회의 능동적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 에너지절약과 효율화를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의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델라웨어의 사례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저탄소 녹색마을 600개 만들기 사업’과 같은 한국 정부의 정책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저탄소 녹색마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참여를 기본으로 저탄소 녹색마을을 계획할 수 있도록 컨설팅할 수 있는 대학, 지역 NGO 등의 외부지원 그룹과 지역에너지 비전을 가진 공무원 등의 인적자원이 구성되어 지역 특성에 맞게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지역에너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에너지 자립마을을 계획하는 지역에너지 디자인 사례들이 늘어감에 따라, 이를 활성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장기 비전과 지속가능한 지역에너지디자인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김제남 녹색에너지디자인 추진위원장은 지역 및 주택에서의 에너지 절약, 효율개선, 나아가 지역의 건강한 녹색일자리를 창출하고 자연에너지 생산을 결합한 지역에너지디자인을 지원하는 거버넌스로서 ‘지역에너지지원센터’(가칭)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의 SEU프로그램은 에너지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기보다, 정부는 공간을 열어놓기만 하고, 그 공간을 에너지 문제를 풀고자 하는 다양한 주체들(NGO, 지역주민, 재단, 기업 등)이 자유롭게 참여하며,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또 하나 SEU 프로그램 중 중요하게 바라볼 지점은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일회성으로 이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지역에너지디자인의 핵심도 에너지문제에 관심 있는 다양한 지역의 주체가 적극 참여하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갖고,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에너지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는 그 희망의 싹을 보았다. 희망의 싹을 키워가는 과정의 핵심은 지역을 거점으로 주민과 에너지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을 꾸준히 밟아가며, 지역의 다양한 주체와 에너지 문제 해결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며, 구체 실천 행동을 작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번 포럼이 그 첫걸음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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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7년 델라웨어를 비롯한 미 동북부 10개 주는 미국에서 최초로 탄소의 배출을 의무적으로 제한하는 탄소거래시장 (cap and trade)을 도입하였다. 각 주의 25MW 이상의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9-2014년 사이에 750MTC 로 안정화시키고 2015-2018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 허용량의 10%를 줄이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각 주는 경매방식을 통해 해당 발전소에 배출권을 판매하고 그 대금을 에너지 효율향상 프로그램과 재생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다. 델라웨어는 SEU가 이 배출권 판매 대금의 사용을 관장하고 있다.

2) 재생에너지 설치자는 생산한 전기를 직접 사용하거나 혹은 전력회사에 팔수 있음. 또한 생산된 전력의 이용과는 별도로 재생가능 에너지 1 kWh 당 주어지는 프레미엄을 REC 시장에 팔수 있음. SEU는 재생가능에너지 설치에 들어가는 추가비용을 제공하는 대신 재생가능 에너지 설치자가 판매하는 수익의 25%를 받음.

3) 전력사에 kWh 당 0.000346센트를 부과 (연간 약 $3.2million)

4) SEU는 고효율 기기 설치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에너지절감액의 33%을 3-5년 사이에 사용자와 나누는 것으로 계약함.

글 :  김세영 / 녹색에너지디자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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