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 세계 일주?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2010.11.02 | 재생에너지

녹색연합은 지난 10월 21일 버려진 폐식용유만을 이용하여 전 세계를 여행한 바이오디젤 세계 여행가 ‘야마다 슈세이’씨 를 한국에 초청했다. 야마다 슈세이(53세)씨 는 버려진 기름으로만 자동차 세계 일주를 성공해냈다. 그의 세계 여행은 2008년 2월 캐나다에서 시작해 미국, 아프리카, 서유럽, 동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오는 여행으로, 총 17개국 약 47,853km에 달하는 거리를 달린 ‘바이오디젤 세계 일주 성공기’이다. 여행을 위해 소요된 폐식용유만도 6,504리터에 달한다. 이 여행으로 야마다 슈세이씨는 버려진 기름만으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폐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디젤로 만들어내 세계 일주에 성공한 그. 한국을 방문한 그의 이야기에는 놀라움 그 자체로 가득차있다.  

부안시민발전소에 가서 ‘에너지 민주주의’의 경험을 나누다
10월 20일부터 23일간 한국에 방문한 야마다 슈세이씨는 첫날인 20일에 전북 부안 시민발전소를 찾았다. 시민발전소의 이현민 소장님과 주산사랑의 김인택 선생님과 함께 한국의 바이오디젤 보급 현황과 주민주도형 바이오디젤 보급사업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현민 소장님과 김인택 선생님께서는 유채꽃을 직접 제배하고 학교에 보급한 후 모아진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직접 제조하고 생산하여 사용했었던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현재 바이오디젤에 관한 이러한 주도적 참여는‘법률적 문제’로 인해 유사석유법으로 규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야마다 슈세이씨가 한국에서 여행을 했더라면 석유관리법에 의해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7개국의 국경을 넘을 때마다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사실이라며 놀라워했다.

바이오디젤로 세계 일주가 가능한데, 국내는 아직 안정성 의심하고 관련법은 개악되어

그가 여행을 했던 목적은 바이오디젤로만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과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순수하게 그 지역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를 기부받아서 여행을 했고 그렇게 여행은 약 350일 정도 계속 되어 바이오디젤 차량의 안정성과 환경 친화성을 입증해냈다.

그러나 국내의 바이오디젤 보급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특히 최근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간의 바이오디젤 면세 범위에 관해 의견 불일치로 인해서 국내 바이오디젤 산업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디젤은 대두유, 팜유, 폐식용유 등으로 생산되지만, 기획재정부에서는 리터당 약 528원의 기존의 면세 혜택을 폐식용유로 생산된 바이오디젤을 제외한 나머지 원료에서 생산된 바이오디젤에 한해서 철회하겠다는 ‘바이오디젤 보급 개악 안’을 내놓았다.

폐식용유로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은 전체 바이오디젤 생산량 중 28%에 그쳐 나머지 72%에 달하는 대두유, 유채유, 콩기름으로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은 기존 경유 대비 가격 경쟁에서 뒤쳐져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에는 전북 정읍에 위치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인 에코-솔루션의 공장을 찾았다. 찾아가는데 길을 헤매이기도 하고, 아침일찍 출발하느라 부산스럽게 찾아간 곳에서 김명중 공장장님이 우리를 반겼다. 에코 솔루션은 지역에서 수거한 폐식용유로 100%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국내 최대의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이다. 공장에 들어가보니 전북 완주군과 전주시에서 수거해온 폐식용유 기름통이 한켠에 쌓여있다. 공장에서는 이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생산한 기름의 판매처가 없다는 데 있다. 애써 만들어도 현재 판로는 기존의 5대 정유업체에 남품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회사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가 ‘자발적 협약’을 통해서 공급 협약을 맺고 바이오디젤을 공급해주면 정유회사는 이를 자신들의 경유에 2% 첨가시켜 BD2를 만들어 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경유와 바이오디젤은 경쟁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경유의 첨가물 수준으로 보급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디젤 업체에서는 이를 의무공급제도인 RFS(바이오디젤 혼합의무사용제)로 전환될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정부의 바이오디젤 면세제도 철회 계획방침과 GS칼텍스를 비롯한 기존의 대형 정유회사의 바이오디젤 시장 진출로 인해서 불안감과 불만으로 바뀌고 있다.  

17개국, 360일간 바이오디젤로만 다닌 전 세계 일주이야기
21일 일정으로 야마다 씨는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바이오디젤 세계 여행기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야마다 슈세이씨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전 세계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각 정부에서도 바이오디젤 관련한 지원정책이 있고, 바이오디젤이 아직 시장가격면에서는 기존의 경유에 비해 비싼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바이오디젤 차량이 시판되고 바이오디젤의 보급률이 나날이 높아지는 것은 기후변화 시대에 대한 대비와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바이오디젤의 잠재력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바이오디젤이 시장적 가치만을 보지 말고 비시장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디젤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야마다 씨는 직접 차량을 만들고 폐식용유를 모아서 전 세계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기후변화 이야기를 나누며 대안 에너지로서의 실험에 당당히 성공해 낸 것이다.

강동구청 아이들과 만나다. 강동구청의 사례가 더욱 더 퍼져야
야마다 씨의 마지막 일정은 서울시 강동구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디젤 자원순환 협약 학교에서의 특강이었다. 강동구청은 현재 강동구 소재의 5개 중고등학교와 협약을 맺어 폐식용유를 수거해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디젤은 강동구청 청소차량 30대에 주유되어 사용되고 있다. 야마다 씨는 자원순환협약학교 중 한 곳인 강일고등학교에서 5개 학교 학생들 200여명을 상대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을 진행 한 후에는 강동구청 바이오디젤 전용 주유소도 둘러보기도 했다. 야마다 씨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바이오디젤에 대한 실험과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정부의 면세정책이나 바이오디젤의 낮은 보급률에 대해서는 한국의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이오디젤에 성공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한국에서 그의 강연을 들은 많은 이들이 그의 모헙담 처럼 ‘무모하지만 의미있는 도전’이 생겨날 수 있을까? 제 2의 야마다 슈세이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 수도 있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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