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한국일보 공동기획] ① 한국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현주소

2011.05.30 | 재생에너지

[찾아라, 에너지 블루오션] <1> 한국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현주소
환경 파괴 대규모 조력ㆍ풍력발전 쏠림현상… 이정표부터 틀렸다
英·獨은 중단한 조력발전소, 인천에만 2개나 추진
의무할당제 내년 시행… 소규모 발전소 설 자리 없애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도 G20 중 17위… 갈길 멀어


강화=김혜경기자 thanks@hk.co.kr


지난 11일 인천 강화군 강화문예회관 앞. 어민 등 약 300여명(경찰추산)의 강화도민들은 ‘인천만 조력발전소 사전 환경성 검토 주민설명회’ 개최를 막고자 회관 앞을 봉쇄하고 있었다.


행정 절차상 설명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매립 승인은 날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이들은 “일본 원전 사태 이후 조력발전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홍보물이 집마다 배달됐다”며 분에 차 있었다.


이들이 조력발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라 하지만 오히려 바다와 갯벌을 죽게 한다”는 것. 한국수력원자력과 GS건설, 국토해양부가 3조 9,000억원을 들여 세우는 인천만조력발전소는 강화 앞바다에 18.3km에 달하는 거대한 방조제를 만들어 연간 1,320MW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출처 : 경향신문


하지만 주민들은 “발전소가 들어서면 강화갯벌의 5분의 1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여의도의 6.1배 규모다. 어민들은 생업을 잃고, 방조제로 인해 안개일수가 늘어나면 농사에도 큰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 했다. 세계 5대 갯벌이라는 천혜 자연환경 덕을 보고 사는 관광업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평생 맨손어업과 농사로 자식들을 다 키워낸 박광웅(72)씨는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조개, 굴이 씨가 마르는 것은 물론이고, 연평도 등지에서 잡히는 꽃게도 산란은 여기서 하기 때문에 국산 수산물 유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화의 한 해 꽃게 수익은 1,500억원, 젓새우는 150억원에 이른다.


박씨는 또 “준공을 앞둔 시화 조력발전소 근처에 갔더니 어민들은 완전히 생활터전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게 우리의 미래 아니겠느냐”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강원도 춘천 내수면에서 왔다는 어촌계장 박찬수씨도 “한강을 막기 때문에 자연산 민물장어와 황복도 구경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조력은 방조제 건설이 환경파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많은 나라들이 계획을 철회하고 있는 발전 방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조차가 크다고 알려진 영국의 세번강도 생태 보존을 위해 중단했다. 독일은 해양에너지를 재생에너지 범주에서 아예 빼버렸다.


그런데도 인천에는 강화와 인천만 등 조력발전소가 두 개나 생길 예정이다. 조력발전반대 군민대책위 남궁은경 공동대표는 “내년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FIT)대신 ‘의무할당제'(RPS)가 시행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은 것”이라며 “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량을 쉽게 채우기 위해 개발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RPS는 500MW 이상을 생산하는 발전회사는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제도. 해당 회사들은 내년 2%에서 2020년엔 무려 10%까지 달성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자들은 소규모인 풍력이나 태양력 대신 손쉽게 할당량을 채울 수 있는 조력과 대규모 풍력에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전북 무주의 풍력단지 조성계획도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발전차액지원이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외국산 소재나 부품 수입이 증가하고, 발전차액을 노린 불법 발전 등 부작용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그 부담을 정부 대신 시장이 지게 된다는 점에서 채택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도 변화 예고에 파장은 컸다. 부안 시민발전소처럼 민간에서 태양광 발전기기를 늘리지 않고 있다. 2008년 추가 설치된 태양광 설비는 275MW 규모였지만 2009년엔 72MW로 확 줄었다. 소형 발전소를 세워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금을 에너지 빈곤층에 지원해온 시민단체 ‘에너지 나눔과 평화’는 FIT가 시행 중인 불가리아로 태양광발전 사업을 옮겨갈 생각을 할 정도다.


오스트리아는 1998년 의무 할당제를 도입했으나 2003년부터 발전 차액 지원제도로 돌아왔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의무 할당제 도입 이전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다수 나라도 FIT를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부경진 박사는 “일본은 태양광에 한해서 FIT를 도입했다”면서 “일부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FIT를 적용, RPS와 공존하는 유연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지자체 차원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시행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더욱이 정책의 혼선으로 삐걱거리는 신재생에너지는 투자 규모에서도 갈 길이 멀다. 미국 비영리재단인 ‘퓨 자선기금’에 따르면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투자성적은 G20 국가 가운데 17위(2010년 기준)에 머물렀다. 2009년 투자한 3억 5,600만 달러는 20개국 총 투자액의 0.17%에 불과했다. 원자력과의 예산 차이도 엄청났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근 5년간 예산을 분석한 결과, 핵발전 연구개발 및 홍보비용은 1조4,330억원인데 비해 신재생에너지는 8,777억원이었다. 핵발전이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 원자력의학원 운영비 등을 뺀 금액이란 점을 감안하면 두 발전의 예산 차는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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