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한국일보 공동기획] ③ “에너지 자립에 찬물 끼얹지는 말아야죠”

2011.05.30 | 재생에너지

[찾아라, 에너지 블루오션] “에너지 자립에 찬물 끼얹지는 말아야죠”
1부. 신재생에너지 정책 제대로 가고 있나
부안 등용마을, 제도 변경 탓 태양광 발전기 증설 중단
정부, 대규모 시설 확충에만 골몰… 주민과 소통 뒷전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출처 : 한국일보

원전 이외의 대안은 없는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피해를 목도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날마다 치솟는 기름값도 그 한 원인이다. 한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인다. 지난해보다 1,950억원(24.1%) 늘어난 1조 35억원 규모다.


하지만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09년 현재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5.2%)에도 훨씬 못 미치는,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일보는 녹색연합과 공동기획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정책ㆍ산업의 실태와 문제점, 전망을 시리즈로 진단한다.


국내에서 ‘에너지 자립마을’의 원조라 불리는 전북 부안군 등용마을. 2003년 핵폐기물처리장 반대운동을 벌였던 이곳은 “전기 안 쓰고 살 수 있느냐”는 비판논리에 맞서 친환경적 삶을 지향했다. 30가구 50여명이 사는 이 마을에는 2005년 주민 출자로 설립한 부안시민발전소가 있다. 41kW의 용량을 갖춘 태양광 발전으로 마을 소요 전력 60%를 충당하고, 남는 전력은 한전에 kW당 532~716원에 판매한다. 지난해 판매액은 3,000여만원. 수익은 출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부안시민발전소가 그간 해마다 확충해오던 태양광 발전기기의 증설은 지난해부터 중단됐다. 내년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 대신 ‘의무할당제’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에 대해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보조해주는 제도. 반면 발전량의 일정 규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할당제는, 그 대상을 대규모 발전사업자로 제한하고 있다. 소규모 태양광ㆍ풍력발전소는 새로 짓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 마을 어귀를 노랗게 물들이던 유채꽃도 사라졌다. 등용마을은 2007년부터 바이오디젤용 유채를 경작해서 생산한 ‘착한 기름’으로 경운기를 굴렸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세계 유채 단가보다 3배 높은 생산비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며 지원을 끊고, 지식경제부가 바이오디젤 자가 생산ㆍ소비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이곳의 유채밭은 자취를 감췄다. 덩달아 마을 방문객도 크게 줄었다.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지만 정부의 정책은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제도는 대기업에 유리하게 바뀌었고, 주민과의 소통 없이 시설 확충에만 혈안이 돼 있다.


대표적 예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그린홈 100만호’ 사업. 태양광 주택 수는 2004년 310가구에서 2009년 1만4,895가구로 늘어났지만 호당 보급량은 2.49kW에서 0.91kW로 줄어들었다. 발전량 자체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미국 비영리재단 ‘퓨 자선기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용량은 국가 전체의 0.3%(399GW 중 1.2GW)로 미미했다.


부안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주민참여형, 지역분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에너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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