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한국일보 공동기획] ⑦ GPS에도 없는 오지… “태양광 덕에 하루 3시간은 불켜고 살죠”

2011.06.01 | 재생에너지

[찾아라, 에너지 블루오션] <3> 에너지 빈곤층에도 신재생에너지를
화천=김혜경기자 thanks@hk.co.kr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 했다. 산 속에 폭 파묻힌 강원 화천군 노동리 1250번지 일대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유선전화도 연결이 안됐다. 차량 위성항법장치(GPS)에 주소를 입력했을 땐 화면에 흰 바탕만 이어졌다. 군이 진지로 쓰는 공터를 지나 꾸불꾸불 산길을 올라야만 갈 수 있는 세 집, 전기조차 없는 마을이다.


논농사 밭농사와 소규모 축산, 양봉까지 하면서 살아가는 이곳 두메산골 주민들은 2년 전만해도 해 떨어지면 자고, 라디오 TV는 구경도 못했다. 하지만 15일 찾았을 땐 “밤에 불 밑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일정시간 냉장고를 가동할 수 있으며” “세탁기로 탈수도 하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강원 화천군 상서면 노동리의 한 집 앞마당에 태양광발전기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설치된 1kW용량의 발전기는 일반 가정의 3분의 1 가량의 전력인 시간당 100kW를 생산한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출처 : 한국일보

이런 상전벽해를 가능케 한 건 바로 지붕 위와 앞 마당에 설치된 태양광발전기였다. 2009년 시민단체 ‘에너지나눔과평화’가 설치해준 1~2kW용량의 발전기 덕에 소량이지만 요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수가 워낙 적으니 전기를 놓아주려는 정치인도 없고, 개인이 한전에 전기를 요청하면 수십억원이 들기 때문에 엄두도 나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지는 겨울이면 태양광발전기 전지가 얼어버려 깜깜한 밤을 맞아야 한다. 그래도 그는 “발전기가 생긴 뒤 오후 6시부터 약 3시간동안 전등을 켜고 생활하게 됐다”고 웃었다.


기술이 첨단을 달린다지만 여전히 전등 하나 켜지 못하는 집들이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국의 425가구(2010년 8월 기준)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 한전은 도서 10가구, 벽지 3가구 이상이 돼야 전기공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강원 산간지역과 충남, 전남 등지의 섬에 전기 미공급 가구가 특히 몰려있다.


해와 바람이 없는 곳은 없기에 신재생에너지가 한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곳들인 셈이다. 하지만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이 세 가구를 끝으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후원 기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빈곤 가정의 에너지 소외 문제다. 지난해 진보신당 녹색위원회가 서울시 4개 자치구의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을 조사한 결과 난방중단을 경험한 가구가 7.04%나 됐다.


난방비도 제대로 대기 힘든 저소득층에게 신재생에너지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지만 에너지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직간접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약 1,100kW 용량의 민간 태양광발전소에서 얻은 수익으로 빈곤 가정에 단열공사를 무료로 해주거나 전기요금을 지원한다.


예비사회적기업 ‘에너지팜’은 태양광 추적식 가로등과 소형 풍력발전기 등을 국산화해 얻은 이윤으로 제3세계에 태양열 조리기 등 대안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에너지나눔과평화 김태호 사무처장은 “공공시설들이 태양광발전기를 도입해서 얻는 수익을 빈곤층에 환원하는 것도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지원을 50% 받는 태양광발전기의 경우 부담해야 하는 돈은 700만~1,000만원(용량 3kW 기준). 정부지원을 확대하고 높은 설비단가만 해결할 수 있다면 신재생에너지를 저소득층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에너지팜 김대규 대표는 “지금처럼 값비싼 설비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대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개발한 기기를 적정한 가격에 보급한다면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평등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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