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바태 캠프 후기] 넋두리, 다시 가기

2011.12.11 | 재생에너지

[숲바태 캠프 후기] 넋두리, 다시 가기


제주 문화학교 들살이
김정이




자립적인 삶을 살아보자고 극성맞은 세 여자들이 모여, 사람들 모아가며 들살이를 만든 지가 올해로 꼭 10년입니다. 뜻을 모아 공부를 하기 시작한 기간까지 따지면 10년을 훌쩍 넘는데, 몇 년 학교를 나가 공부를 하고 작년에 복귀했을 때는 참으로 기쁜 마음과 슬픈 마음이 엇갈렸습니다.


기쁜 마음은 2009년부터 학교가 에너지자립의 구조에 자그마한 물꼬나마 텄다는 것이었고 슬픈 마음, 역시 “에너지자립도 생태적인 삶도 사람의 양심이 바로 서지 않고는, 서로 진정하게 소통하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들살이는 부모님들에게 교육비를 모두 부담시키지 않고 상당 부분 교사들이 경제운영을 짊어지고 가는 구조여서 방학이면 계절학교를,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합니다.


그 해도 계절학교 진행을 위해 당시 교사들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생태적인 삶에 동의하셨던 학부모 부부를 대안기술센터에 참여하시게 하여 풍력발전기나 자전거발전기 등 여러 기술을 배워오십사 지원을 했는데 그만, 작년에 그분들이 다른 일반 초등학교에 자전거발전기와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준다며 주 동력기들을 다 빼 가신 후 들살이 풍력기는 예약 없이 저 혼자 날개짓만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발전기도 심장을 잃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구요. 속 빈 기계들을 보며 기약 없는 속앓이만 해오다가 작년에 김대규 선생님이 오셔서 적극적인 관심과 아쉬움을 보내주신 것에 용기를 얻어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시간이 맞아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캠프에 드디어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들어가는 이야기가 참으로 길었네요. 하지만 이것이 들살이 에너지자립의 역사이기 때문에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풀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캠프는 저희들에게 각별한 것이었고 교사회의와 운영회의에서 “아무리 바빠도 이제부터는 꼭 우리 스스로가 배우자” 그리고 “학교설립 멤버들이 꼭 동참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책임은 언제나 주최 측에 있는 것이니 반성을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형편껏 열심히 해보기로 합니다.


어렵게 일정을 잡고 학생과 산청을 방문을 했는데 역시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센터 마당에 설치된 여러 대의 조리기와 태양열 판들이었습니다. 실생활에 쓰이고 있는 정겨운 기계들을 보니 부러움 반, 불쌍한 우리 기계들을 생각하니 미안함 반인 마음에 우울!!!했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은 여러 학교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가자 캠프를 시작해 처음 이유진 선생님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에너지나 기후와 관련된 재앙들을 예로 들어 이해와 동감이 높았고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쉽고 편안한 설명을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장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교구로만 만들어봤던 태양열조리기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니 희망이 부풀어 올라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이어서 공동체를 둘러보니, 새로운 건축물에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들여 접목한 방식과 민들레베이커리, 민들레학교 등 이상을 실현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생각과 꿈을 가지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어서 행복하고 따뜻했습니다.


이번 캠프는 특히, 일반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대안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참여했는데 자연스럽게 섞여서 룸메이트가 되다보니 여러 정보와 속내들을 들을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2005년 대안교육연대에서 했던 대안교사연수 때 일반학교 선생님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에도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았지만 이번엔 일반학교 선생님들은 그 안에서 어떤 것들을 고민하는 지 구체적으로 나누고 동감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바이오디젤이 정말 숙제였는데 ‘노력하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하긴, 바이오디젤만인가! 모든 에너지가 우리에겐 숙제인 것을.


여러 과정을 몸소 해보는 동안 몸은 민들레에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들살이로 돌아가 아이들과 조리기를 만들고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있는 나를 보았구요. 다른 학교의, 열정 있는 선생님들의 여러 시도 앞에 박수와 존경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다음 학기부터는 습작한다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작은 태양열조리기부터 만들어 실습을 하고 조금씩 큰 걸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동력기들을 만들 기회가 된다면 자주 올라가 열심히 배워야지요. 이런 동기를 심어준 이번 캠프에 감사하구요.



어렵게 마음 모은 숲바태회원학교 모임이 많이 활성화돼서 게을러지려는 들살이의 마음을 10년 전 세상 무섭지 않았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도록 감히! 채찍질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녹색연합과 대안기술센터 그리고 이번 캠프를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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