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후기] 적정기술로 만든 대안에너지 장치는 어떤 모습일까?

2012.06.01 | 재생에너지








  적정기술이란 해당 지역에서 산출되는 원료를 사용하여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장치를 만드는, 지역환경에 적합한 기술을 의미합니다. 1960년대 경제학자 슈마허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나오는 ‘중간기술’ 개념이 단초가 되었으며, 기술혁신이 가져온 대량생산, 낭비, 오염, 자원고갈에 대한 반성적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 5월 19-20일, 공주 마곡사와 두레배움터에서 [적정기술 활동가 모임]이 있었습니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적정기술로 대안에너지 장치를 제작하고 있거나, 대안에너지에 관심있는 분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워크숍에 참석하신 분들은 대부분 귀농하였거나 귀농을 희망하고 있어, 농촌 실생활에 가장 필요한 난방 기구의 연구 및 제작이 주된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농촌에서는 기름과 전기 위주로 난방을 하기에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지요.







마곡사 신록 축제 모습

적정 기술로 만든 에너지 장치 시연회


 신록축제 중인 마곡사 경내에서 사물놀이, 사생대회 등이 진행되었고 각종 체험행사와 환경 단체의 전시 부스도 마련이 되었습니다. 적정기술을 이용한 대안에너지 장치로는 자전거발전기, 포켓스토브, 나무가스 화덕, 이중발열드럼통 난로, 로켓화목순간온수기, 햇빛온풍기, 이동식개량가마솥화덕이 있었고 각각에 대한 시연과 설명을 통해 이해를 높일 수 있었어요.화목(땔나무)을 이용한 장치들의 경우 고효율, 완전연소를 위한 설계를 통해 아주 적은 양의 화목으로 온수나 난방 효과를 얻을 수 있게 제작이 되었다고 해요.


 


에너지생태건축협동조합 두레배움터에서


 대안에너지 장치의 시연과 설명을 들은후, 마곡사 인근의 옛 공립학교 폐교 부지를 리모델링해 건립된 두레배움터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두레배움터는 자연의 재료로 만든 건축물 안에서 대안에너지를 모색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 취지와 실천 활동을 확장하는 공간이랍니다. 흙건축, 통나무 시공부터 햇빛 발전기, 바람 발전기, 바이오 가스 시설 등의 적정기술을 시공, 보급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곳에서 각자의 활동 사례를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했는데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짚과 흙으로 벽을 단열한 두레배움터

화기애애~


적정기술, 에너지전환과 협동조합 운동 (박승옥 두레생태에너지협동조합 공동대표)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화석 연료나 원자력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개인이나 한 가정 단독으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는 것은 어렵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가 복원되어야 합니다. 일단 모이면 재밌어집니다. 에너지 자립을 고민하고 실천하다보면 공동체가 생기는 것이죠.


2005년 명진 스님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출자해서 시민 햇빛 발전소를 만들었었습니다. 태양 전지판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던 활동이 계속 발전하지 못하고 중단됐는데, 시민햇빛발전소가 중단되어도 일반 시민들이 별다른 이해관계를 느끼지 못했던 점이 중단된 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한국전력의 간섭이나 도시에 (햇빛)발전소가 생기는 것을 가로막는 현행법 등의 문제에 부딪칠 때, 항의하는 행동을 만들어 내려면 우리의 이해관계가 침해 당한다는 의식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도 에너지 자립을 위한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RPS(재생에너지 의무 할당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대안 에너지에 대해서는 법규 중심에 갇혀있는 폐쇄적인 분위기입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사례처럼, 시민들끼리 모여 적정 기술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는 공동체(협동조합)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바이오디젤 보급 활동 (진보신당 충남도당 안병일 위원장)


바이오 디젤 만드는 방법

       

폐식용유(왼쪽)에서 바이오디젤(오른쪽)이 만들어지는 과정



 



 “저는 바이오디젤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바이오디젤은 동·식물성 기름을 알코올과 반응시켜 만든 순도96.5% 이상의 기름이에요. 경유와 물질 분자 구조가 거의 동일하여 디젤(경유) 차량에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이기도 하지요. 


바이오디젤은 폐식용유를 가열하여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연식이 무척 오래된 차량 연료로 바이오디젤을 사용했던 분이 있는데, 여러 면에서 무척 좋았다고 해요. 정비소에서도 이렇게 깨끗한 엔진을 가진 차량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로요.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1차 부산물인 글리세린은 에센스오일과 섞어서 물비누로 활용할 수도 있고그 외 모든 부산물은 그냥 놔두어도 자연 생분해가 됩니다. 폐식용유를 학교 급식장이나 상가 등에서 얻어서 바이오디젤을 만들면 1리터에 200원대에 제조할 수 있어요. (폐식용유를 구입해서 만든다면 1리터에 900원대)


다만 현행법에 따르면 개인이 연료 사용 목적으로 바이오디젤을 제조하고, 차량에 주입하는 것은 둘 다 불법입니다. 친환경 연료임에도 제대로 된 (법률)규정에 대한 노력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지요. 교육용, 실험용 등으로 아이들과 만들어 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녹색연합의 지역에너지 사업 ; 성북구 사례를 소개합니다 (녹색연합 에너지디자인 신근정)


“녹색연합에서는 탈핵 활동 등의 현안 대응과 그린캠퍼스, 숲과바람과태양의학교 등 생활 단위 에너지디자인 활동 외에도 지역에너지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농촌이 아닌 도시에서는 어떤 형태로 활동하는지 궁금하실텐데 성북구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성북구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인 성북구청과 주민들, 녹색연합 등의 NGO가 함께 에너지자립을 지향하는 지역 만들기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청이 에너지전환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들의 교육과 마을 공동체 형성을 지원하면, 주민은 절전소 및 시민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녹색연합 등은 현장조사 및 지역연계 등을 하며 뒷받침하는 식이지요


또한 성북구내의 지역 ngo들과 연대하여 녹색 성북을 위한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 아름다운 가게, 북부 두레생협, 초록 교육연대, 한살림 북동지부 등이 모여 서로의 비전과 활동을 공유하고 함께 실천 가능한 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지역 내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성북구의 주거 문화의 특성이나 대학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하여 단위별로 가능한 여러 활동을 실천하고 있답니다.”


녹색연합 활동을 발표한 신근정 님

      

화목 난방장치 제작 및 개량 활동을 하는 김성원 님








 


개량 화목난방장치(난로, 보일러) 개량운동에 대해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대표 김성원)


 “저는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cafe.naver.com/earthbaghouse)에서 활동 중입니다. 주방화덕, 벽난로, 화목보일러 등 적정기술을 통해 필요한 장치를 직접 만들어 에너지자립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네이버 카페의 적정기술 게시판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장치와 기구들을 만들려는 노력들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 먼저 올려놓은 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조금씩 개량이 되고 발전이 되고 있어요. 서로 자신이 제작한 장치들을 사진으로 공개하고 뽐내고요.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집단창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일본에서 화목난방장치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인터넷 카페를 통한 정보 공개와 공유 분위기에 놀라기도 하고 무척 부러워하더군요.


지난 번에는 난로 박람회를 개최했었는데 정말 기발하고 다양한 난로 출품작이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커뮤니티, 그리고 이러한 인터넷 인프라가 연결되어 Fire Festival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적정기술운동의 사례와 이중드럼통난로 보급 (부산경남 귀농운동본부 진일주 운영위원)


“저는 30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면서 철을 다루는 철수(鐵手)입니. 나무를 다루면 목수라고 하듯이 말이죠. 부산 귀농학교에서 적정 기술 보급을 위한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고 있고, 그것에 발맞춰 앞으로는 상당수가 귀농·귀촌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귀농·귀촌해서 살게 되면 난방비로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히 커요. 춥게 지내면서 추위를 견디거나 비싼 난방비를 지불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에너지 자립에 대한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지요. 그러한 개인의 노력이 밑받침이 되면 정책이 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사람들을 모아서 교육하고 난로를 제작해보니, 이론이나 원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 초보적인 것이라도 적정기술을 익히고 내가 사용할 난로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진짜 교육이 이루어지더라고요. 사람들이 욕심도 내고요.”


 







부산 귀농학교의 진일주 님 (왼쪽)

주목을 받았던 이재열 님의 햇빛온풍기


 


햇빛온풍기와 봉화의 대안에너지 운동 (적정기술센터 이재열 대표)



“저는 귀농해서 살고 있고, 태양열 및 태양광, 태양에너지 활용에 관심이 많아 태양을 이용한 여러 가지 온갖 기구를 만들었어요. 현재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http://cafe.naver.com/selfmadecenter)를 운영하고 있고요.


농촌지역 마을에 들어가서 에너지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제작비용 얘기만 나와도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도 마을 회관에서 대안에너지 관련한 교육을 진행했었는데 조금씩 반응이 있어요. 몇 년 꾸준히 공을 쌓아야 에너지 전환이나 자립에 대한 지역 기반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캠페인의 참된 힘은 우리 각자의 생활 속에 그 내용이 들어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모여 논의하면서도 자신의 집에 그것과 관련한 내용이 전혀 없다면 공허한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자기 자신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유로운 토론


위의 이야기 외에도 스트로베일 집짓기/ 천연페인트/ 단열 방법/ 황토방 만들기 등에 대한 소개가 있었고 광주, 원주, 완주 등 다른 지역 참가자들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대안에너지와 적정기술 분야에 있어 활동가들의 상호 교류와 역량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모았고요. 1,2회의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공유하거나, 현재 형성되고 있는 지역에너지 네트워크/ 적정기술 네트워크/ 도시형 지역에너지 네트워크들이 모두 함께 하는 캠프를 여는 것은 어떤 지 논의해 보았답니다.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고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 장치를 제작하고 화목 난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이든 돈을 지불하고 소비해야 된다는 일상의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농촌에서만 가능한 이야기 아니냐고요? 이번 워크숍 직전, 15일 서울 동작구 성대골에서는 베란다에 설치할 수 있는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 프로젝트 모임이 있었다고 합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보면 현재의 주거 형태와 환경에 맞는 적정기술 및 대안에너지를 찾을 수 있을거란 바람을 가져봅니다.


 


                           신수연 (녹색에너지디자인 활동가)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