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마을의 숨 쉬는 교과서, 제주도!

2012.07.04 | 재생에너지


 


에너지 자립마을의 숨 쉬는 교과서, 제주도!


제주도는 2012년 5월, 2030년까지 도내의 전력공급을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100% 대체하겠다는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일찍이 1980년대 초반부터 풍력발전에 관심을 갖고 연구조사를 실시해 풍력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파악하고, 2003년에는 국내 최초 상업풍력발전단지(행원풍력발전단지, 203억 투자, 15기, 총 9.5KW 규모)를 준공해 제주도에서 직접 운영 해오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앞선 노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 현장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전국의 에너지 활동가 40여명이 제주도에 모였다. 우연찮게도 이날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대비해 전국적인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있었다. 머지않아 ‘지금은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지만, 과거에는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주로 사용했다. 2012년에는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블랙아웃에 대비하기 위한 위기대응 훈련이 실시되기도 했다’라는 내용이 실린 교과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시리 풍력발전단지 – 제주도, 주민, 기업도 ‘Win – Win’
가시리는 서귀포시 표선면의 광활한 중산간 지역에 있는 마을로, 무려 225만평에 달하는 마을 공동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공동목장을 토대로 유채꽃 단지를 조성해 바이오디젤을 통한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고 있었다. 지난 2012년 3월 16일에는 제주도가 436억을 투자해 두 번째 제주도 직영 풍력발전단지도 준공되었다.
가시리풍력발전단지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본보기가 될 만한 몇 가지 시사점을 가지고 있었다.







750kW~1500kW급 13기 총 15MW 규모의 가시리풍려발전단지

가시리 유채꽃 축제 모습 (출처:제주도민일보)


첫째로, 기존 풍력발전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충실히 주민과 소통하지 않아 발생했던 주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는 점이다. 공동목장을 소유하고 있는 총 4개 마을이 공모에 참여해 그 중 가시리가 선정되어 발전단지를 조성할 수 있었다. 공모를 통해 관 주도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풍력발전단지 개발에 따른 영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수익 활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등 마을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참여를 이끌어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13기의 풍력발전기는 모두 국내 기업 제품으로 설치했는데, 국내 풍력발전기술의 향상과 관련 기업의 운전실적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제품을 쓸 경우 발생하는 유지보수와 부품 조달 등의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다.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는 풍력발전 기업의 이익도 확보하고, 제주도가 직영함으로써 풍력에너지를 사유화시키지 않는 윈윈 전략의 좋은 사례로 주목받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인근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력판매수익의 1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매년 10억 원 이상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마을은 이 수입을 지역주민 개개인의 주머니가 아니라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투자하기로 했다. 마을 출신 대학생의 학자금을 전액 지원하고, 65세 이상 노인들 월 10만원의 경로수당 지급, 일반 주민들의 건강보험료 월 7만원 지원하기가 그 계획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가시리 마을 공동목장 주변에 분포해있는 독특한 형태의 오름이 분포해 있는데 발전기가 그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한다. 1.5MW급 풍력발전기의 높이는 105m, 750MW급은 72m로 그 높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오름에서 1.2Km의 구조물은 오름 높이의 30%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관조례가 있지만 아쉽게도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는 조례가 시행되기 전에 사업허가 심의 통과했기 때문에 이 조항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2009년 10월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계획’, ‘경관관리지침’ 수립, 관련된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조례’를 2010년 4월 21일 제정 공포)


화순리 ‘(주)번내태양광발전회사’
마을회가 발전회사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마을도 있다. 화순리에 위치한 ‘(주)번내태양광발전회사’가 그렇다. 지난 2008년 화순리 역시 마을 공동목장 한켠에 182kW 규모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다음해인 2009년에는 22만9천1백kW전력 생산해 1억 5천 5백여 만 원의 전력판매수익을 얻었다.


(주)번내태양광발전회사의 태양광 발전기 모습.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최근에 지은 '마을에너지운영센터'로 벽면이 태양광 발전 셀로 이루어져 있다.


화순리 마을회가 태양광발전회사를 짓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화순해수욕장과 화순항 바로 옆에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몇 년 전 15만kW급 2기의 화력발전기를 증설했다. 이 과정에서 인근 마을에 온배수로 인한 보상금을 총 50억을 지급했는데 그 중 화순리가 15억을 보상받은 것이다. 주민들은 이 보상금을 나눠 갖는 대신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인 태양광발전소를 선택했다. 화순리 역시 가시리와 마찬가지로 태양광발전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노인과 육아 등 지역주민복지와 장학금으로 사용해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투자할 계획이란다.


속도전으로 만드는 ‘탄소없는 섬’? 아니아니 아니되오!
가파도는 국내 섬 중 고도가 가장 낮은 섬으로 평지로 이뤄져 있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도는데 1시간 남짓 걸리는 아담한 섬, 가파도는 지금 바쁘다.
제주도는 2012년 5월 2일 ‘탄소없는 섬’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모델로 제주도 남쪽 섬 가파도를 선정했다. 250KW급 풍력발전기 2대와 에너지 저장시설을 설치하고 가공선로를 전부 지중화 한다는 것이다.








과연 주민들 반응은 어떨까? 주민들 중에는 소음과 경관문제로 풍력발전기 설치를 반대하는 분들도 존재한다. 2차례의 주민설명회도 있었지만 형식적인 절차로만 그치고 지역주민과의 깊은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에너지자립 섬은 에너지 자립을 통해 지속가능한 마을이 되어야 하는데, 이 때 주민이 땅만 내어주는 역할이 아니라 소통과 교육을 통해 ‘에너지 자립 섬’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제주도는 시설투자를 통해 빠른 시일에 에너지 자립 섬 을 만드는데 더 무게를 싣고 있는 듯하다.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올해 9월까지 모든 시설을 완료할 예정이라니, 속도전으로 인한 주민소외와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다.
섬의 주인인 주민들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 추진되었다가 결국은 ‘공짜로 얻어진’ 에너지의 무분별한 소비로 이어졌던 마라도의 안타까운 사례가 떠오른다. 이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교육으로 튼튼한 기반을 다지며 진정한 ‘탄소 없는 섬’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주도의 바람은 주인이 있다? 없다?
답은 ‘있다’!
제주도는 2011년 5월 ‘제주도 특별법’에 ‘풍력자원의 공공화’관련 조항을 만들어 국회를 통과시켰다. 바람에너지를 제주도민의 공공자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법과는 달리 풍력에너지의 사유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듯 해 안타깝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한 달 간 85MW 내외 규모의 육상 풍력발전지구 지정 공모 공고를 했다. 문제는 제주도가 100% 출자해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설립 예정인데, 그 전에 허가 되는 모든 육상 풍력발전단지는 대부분 민간대자본이나 외부 사기업이 독점하게 되고, 결국은 풍력에너지가 사유화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제주도의 풍력자원을 이용해 얻은 수익의 대부분이 대기업 주머니를 주로 채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 이번 공모에 참여한 기업들은 주민참여나 도민이 풍력자원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제주도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가시리풍력발전단지는 전력판매금액의 10%를 주민들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는데 비해, 주민을 단순한 토지 임대인으로 전락시켜, 턱없이 평가절하 된 금액으로 계약을 맺고 금액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또한, 거대한 발전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무분별한 개발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제주도는 2009년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조례’를 제정해 자연자원과 경관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는데, 공모에 참여한 사업자들은 조례 규정에 어긋나는 부지를 대상으로 토지주들과 계약을 맺어 추진했다. 그리고, 제주도는 애초에 규정을 위반한 부지들을 대상으로 경과심의를 진행해, 좋은 조례를 만들어 놓고도 제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W’ 전략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에 제주도환경운동연합은 ‘4W’ 전략을 통한 에너지 자립과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제시하고 있었다. Win-Win 전략에서 착안한 것으로, 풍력자원(Wind)에 대한 접근 및 개발과 이용을 둘러싸고, 도민 전체(Win)와 민간기업(Win)과 마을주민(Win)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가시리 풍력발전단지의 사례가 ‘4W’ 전략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다만, 짧은 시간에 큰 자본을 들여 목표달성을 하려는 속도전과 대기업 의존증을 벗어난다면 말이다. ‘탄소없는 섬’이라는 야심찬 계획은 환영할 만하지만,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역주민과 제주도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데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제주도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풍력에너지의 공공화’에 더 부합하는 선택일 것이다.


이틀간 둘러본 제주도는 에너지자립마을을 추진하는데 발생하는 문제점부터 성공적인 사례까지 모든 현장을 가지고 있는 숨 쉬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었다.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조건들을 다른 마을과 도시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주민이 소외되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불변의 원칙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들의 권리와 활동을 보장하고, 지역 상황에 맞는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내용들을 조례로 제정해 잘 알려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물론, 제도가 좋아도 적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다.


김세영(녹색에너지디자인 활동가)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