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원전은 없었다. 그래도 거침없이 화석연료 제로를 향해가는 덴마크

2019.06.12 | 재생에너지

그들의 비전과 합의는 2030년 재생에너지 50%, 2050년 재생에너지 100%.

북해에 유전이 발견되었지만, 덴마크는 노르웨이와의 협상 결과 하나의 유전도 소유하지 못했다. 1985년 덴마크 의회는 공론화과정을 거쳐 원자력발전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2년 9개 정당은 2050년 화석연료 제로 사회에 합의했다. 원전과 석탄화력 대신 그들은 다른 것을 선택했다.

덴마크는 그야말로 에너지빈곤국이었다. 에너지는 99% 수입에 의존해 온 나라였다. 이런 덴마크가 1970년대 초반 오일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당연했다. 20세기만 해도 화석연료 비중이 85%를 차지했던 그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다시 던졌다. 원전도 원유도 없는 우리가 가진 것은, 우리의 자원은 무엇인가. 어떻게 에너지 자립을 이룰 것인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어떤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전력을 공급할 것인가.

그들은 2050년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세웠다. 2018년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7%나 된다. (이 중 바이오매스가 55%를, 풍력이 22%를 차지한다) 석유 38%, 석탄 9% 비중을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자? 어떻게? 우선 2030년까지는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55%로 늘리고, 전력소비는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한다. 이미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2016년) 이상이다.

<코펜하겐에 도착하고 유의해야 했던 것은 자전거였다. 자전거 길. 자전거 신호등. 보행자보다 우선권을 가진 듯한 자전거가 못내 못마땅하기도 했다. 그래도 보행이 우선이지! 좀 심통이 나기도 했지만, 탈탄소를 향한 힘찬 페달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들은 강력한 세금부과를 언급했다. 에너지 전환에 걸 맞는 에너지 세제를 도입한 것이다. 여전히 화석연료와 우라늄에 면세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미들그룬덴 해상풍력 단지를 돌아보기 위해 배를 탔다.

배를 타고 해안으로부터 5km 떨어진 미들그룬덴 해상풍력단지 (2MW 20기)로 가는 도중, 7기의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1996년에 만들어진 3개는 시민소유, 4개는 정부가 소유한 풍력발전기이다. 그 옆에 코펜힐도 보인다. 폐기물 소각장을 열병합발전소로 리모델링하면서 지붕에 스키 슬로프를 만든 곳이다.

협동조합에 바탕을 둔 덴마크 농민의 생존 및 조직화 역사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역시 주민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틀로 작용해왔다. 이는 미들그룬덴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과정에서도 발휘된 바 있다. 미들그룬덴 해상풍력은 어업권 및 재산권, 산호초 및 철새, 경관 보호와 상충되지 않도록 긴 협의과정 등을 통해 환경과 경관을 고려하고,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발전 이익을 공유하는 풍력발전단지이다. 코펜하겐 전력의 3%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부지 선정에 있어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위치를 우선 염두에 두기보다, 철새 이동 등을 고려하여 발전기 위치를 정하고, 주민 의사 및 경관을 고려하여 일렬에서 브이(V)자 형태로 디자인하여 발전기를 세운 점 (결국 이는 전력 생산을 8% 상승시켰다고 함)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어떠한 원칙을 갖고 입지해야 하는가 – 친환경에너지 설비는 자연과 인간에 폭력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 – 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처음에는 부동산 하락을 이유로 부유층의 거주가 많았던 지자체 3곳이 반대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오히려 풍력발전이 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배 600척이 드나드는데,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오히려 항해에 지표가 되어 주고 있다고 한다.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어민들에게는 다른 어장에서 어획활동을 하게 하거나, 협동조합에서 어획량을 계산해서 보상도 했다. 현재는 수초와 작은 어류, 큰 물고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풍력발전 지지대가 어초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스 교수> 초기 풍력발전협동조합을 결성하고자 모인 사람들이 50명이었고, 현재 25명이 남아있다. 그 중 한명이 한스 교수 (한스는 이름이다. 성은 발음이 어려우니 편하기 이름을 칭한다.)

풍력단지건설과 관련하여 어민, 주민, 지자체 등과 어떠한 합의과정을 거쳤는지를 물었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미리 다 예상 질문지처럼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협의할 것, 보상할 것 등등으로 분류해서 논의해나갔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합의된 지점이 지금 서있는 풍력발전단지 부지이다.

2000년에 완공되었으니, 25년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명을 다하게 되면 몸체는 시멘트로, 블레이드 등 다른 부품들도 재활용 혹은 재사용 될 것이라 한다.

덴마크는 풍력계획지도를 통해 해상풍력은 어느 곳에 건설이 가능한지, 육상풍력은 어느 곳이 불가능한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풍력발전 확대를 위해 해상(육상)풍력발전 단지를 지어야 한다. 육상풍력의 경우 그동안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큰 산지에 들어서서 산림생태계 파괴 문제가 대두되고, 주민들의 반발 역시 큰 상황이다. 어느 곳에 입지가 가능한지 풍속과 주민피해, 환경영향 등을 고려하여 풍력발전계획지도를 만들고, 발전단지 입지가 가능한 지역과 가능하지 않은 지역에 대한 판단 및 공개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사업은 투명하게 진행될 때, 반발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눈 여겨 봐야 할 지점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정부만이 주도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힘으로 이루어내는 에너지 전환을 주축으로 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참여와 주도를 어떤 과정을 통해서 밟아갈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한 시간과 노력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미들그룬덴 해상풍력 20기

미들그룬덴 해상풍력 20기 중 10기는 협동조합 소유이고, 10기는 오스테드 (舊 dong energy, 공기업) 소유이다. 동에너지는(Dong Energy) 석탄화력발전사였으나, 2006년 자본 비중에서 16%를 차지하던 풍력발전 비중을 2017년 83%로 확대한 기업으로 현재 세계 1위 해상풍력발전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꾀함에 따라 산업 역시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기업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양수발전과 원전)이나 5개 발전사 (석탄화력발전) 들의 사업 면모를 보면, 에너지전환의 현 주소를 알 수 있겠다. 공기업부터 에너지전환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이 절실한 지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뿐만 아니라 석탄과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에너지수입·의존 국가로서, 에너지 자립과 안보를 위해 어떤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전력을 공급해야 할 것인지, 결국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을 기반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다시금 시사해준다.

본 글은 시민사회정책연수 프로그램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용 촉진 및 정책 협력 사례 연구> 로 덴마크를 방문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일 : 2019년 6월 12일

작성자 : 녹색연합 임성희 전환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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