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재검토가 필요하다.

2019.08.26 | 재생에너지

– 입지지도 마련, 발전사업 허가 전 환경성 검토 강화 등 괄목할 만한 진전

– 하지만 개별 제안에서 생태계 훼손과 지역 갈등을 부추길 위험성이 다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육상풍력 발전 4.5GW를 전제한 3020계획 달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국회 기후에너지산업육성특별위원회가 만들어낸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이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동안 현장방문, 업계 의견수렴 등을 진행했고, 환경과 경제성을 동시에 고려한 대책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골자는 ①발전사업 허가 전 초기 단계 환경성 검토 강화, ②불분명하거나 사업자의 사전 인지가 어려운 규제의 합리적 개선, ③사업추진 전 과정을 One-Stop 지원하는 지원단 설치 등이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요구해 왔고, 풍력발전 역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환경단체 입장에선 정부와 국회의 협업을 환영한다. 기후변화를 필두로 에너지 문제에서 출발한 당면 현안들을 더는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논의와 협업은 더욱더 광범위하고 공개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분명 괄목할만한 진전이 있다. 육상풍력 확대가 곳곳에서 갈등을 빚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업성만 우선 고려해 생태계 보전과 상충하는 지역이 있고, 주민과 마찰로 지역 수용성이 낮아서 발생한다. 발전사업허가 이전에 환경성을 검토하고 이를 위한 입지지도를 사전에 마련하겠다는 방안은 녹색연합도 줄곧 주장해온 바다. 관계부처가 모여 가능한 입지를 검토하고 사업자에게 분명한 지침을 줄 수 있도록 지원단을 설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규제의 합리적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거론된 방안들은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이며 사업자 입장으로 경도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정맥에 육상풍력 입지 제한 배제 관련

오늘 발표된 방안에는 범위가 불분명한 ‘백두대간 보호지역 등’의 범위를 ‘백두대간 인접 지역(500m~1km)’으로 하며 정맥과 기맥, 지맥에 대해서는 입지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 등의 범위를 ‘백두대간 인접 지역 500m~1km’로 분명히 한 것은 쟁점 사항이 아니나, 풍력발전 제한 입지에서 정맥을 배제한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2017년 진행된 육상풍력 환경성 평가지침 개정 논의과정에서는 1) 입지를 회피해야 하는 지역과 2) 입지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지역으로 구분하여, 입지를 회피해야 하는 지역에 백두대간 보호지역 및 정맥을 생태축 보전 차원에서 규제 지역으로 명확히 할 것이 제기된 바 있다.

사업성을 십분 고려한다고 해도 육상풍력발전시설은 국내 생태축의 핵심 지역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을 비롯해 정맥은 반드시 비켜나야 한다. 생태적 민감성이 낮은 분지맥이나 독립산지를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원칙을 근간으로 지맥과 기맥 등은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주요 갈등 지역을 보면 풍력발전단지 최대 면적 및 단지 간 이격 거리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연접개발로 결과적으로는 거주 지역이 발전단지로 둘러싸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주민 수용성을 떨어뜨려 종국엔 육상풍력시설 자체에 대한 반감을 사게 만드는 여지를 두게 된다. 따라서 정맥의 입지 제한 배제 삭제와 더불어 발전단지 간 최대 면적 및 단지 간 이격 거리 규정을 둬야 한다.

  1.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에 육상풍력발전 입지 가능 관련

방안에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을 충분한 환경보호 대책을 강구할 경우, 입지 가능성 유무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 완화 사례 중 하나인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육상풍력 입지 허용의 연장으로 지금까지 누차 제기된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입지 회피지역 명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에 육상풍력 입지를 허용한다면,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른 등급 지정의 의미와 필요성을 전면 폄하·무시하는 격이 된다. 물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중 벌목으로 수목 형질이 현격히 변화되거나 지형적 요소만을 고려한 등급 지정으로 생태·자연도 1등급이 지향하는 본래의 모습과 거리가 있는 지역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자체를 육상풍력 입지를 허용하는 것은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것이다. 먼저 생태·자연도 1등급이 지닌 가치와 용례에 따라 육상풍력 회피지역으로 명시하고 개별 사항에 대해선 면밀한 개별 검토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부의 오류로 전체를 허용하는 것은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은 육상풍력 회피지역으로 명시하고 나서 기술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 대체노선 확보가 가능한 숲길에 대해 풍력발전 사업 허용 관련

숲길은 공익적 산림복지기반시설로 지역사회의 역사문화자원 발굴 및 생태·경관적 요소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검토와 자문을 거쳐 조성된다. 특히, 거점 마을을 연결하고 있어 풍력발전과는 충분한 거리가 확보될 필요성이 있다. 더욱이 현재 조성된 숲길 현황을 고려할 때 숲길의 대체노선 개발은 현실적으로 난망하다.

그리고 통상 조성된 숲길은 지역의 생태관광과 연결되어 있어 지역민의 이해와도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숲길을 육상풍력 허용지역으로 규정한다면 이것 역시 상당한 갈등요인으로 부각될 소지가 다분하다. 갈등요인을 해소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면 숲길에 대한 육상풍력 허용은 문제해결에 있어 당연한 해답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숲길을 풍력발전 사업 허용지역으로 명시해선 안 된다.

  1. 산사태 위험 1등급지 육상풍력발전시설 입지 제한 필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재해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산사태 위험 1등급지 입지 제한을 명문화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개발에서 산사태 예방·방지를 위한 산림기술사 책임제를 도입해 설계, 감리 시 제반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산사태 위험 1등급지 입지 제한과 육상풍력 설치 시 산림기술사 책임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늘 발표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입지지도 마련과 발전사업 허가 전 환경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별도의 행정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가 함께 지원단을 구성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규제의 합리적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된 제안들이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풍황(사업성)과 환경규제, 입지규제 정보가 종합적으로 제공되는 ‘육상풍력 입지지도’ 마련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규제 범위를 가능한 축소한 상황에서 입지지도를 만들겠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사업자들의 볼멘소리를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입지지도는 입지 제한 범위를 보수적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입지 제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합리적이다. 미리 열어 놓고 시작하자는 것은 분명 한 쪽으로 경도된 의견이다.

 

녹색연합은 오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의 재검토를 촉구한다.

 

2019. 8. 23.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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