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살아 움직이는 환경교육 공간

2010.02.25 | 재생에너지

저탄소 녹색사회를 만드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이다.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생활 속의 실천이 우리 사회를 녹색으로 만들어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녹색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느 정도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까?
런던시는 대기 질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혼잡통행료제를 실시하고 있다. 승용차 한 대가 런던 시내 중심가에 진입하기만 해도 8파운드(1만6천원)를 지불해야한다. 커다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은 무려 25파운드(5만원)를 낸다. 차를 모는 사람들은 편하겠지만 시내에 오염물질을 배출했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런던시는 이렇게 거둬들인 혼잡통행료를 자전거 도로와 대중교통에 투자한다. 2003년 제도를 처음 도입한 켄 리빙스턴 런던시장도 대단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믿고 따른 런던 시민들도 대단하다.
결국 시민들의 높은 환경의식이 환경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저탄소 녹색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세운 녹색성장 정책에도 시민참여가 강조되고 있다. 시민들의 높은 환경의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환경교육이 밑바탕 되어야 하는데, 이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청파교회 태양광발전소와 탄소헌금  

우리나라 4700만 인구 중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이 2,500만에 이른다. 동네마다 교회, 성당, 절, 원불교 교당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종교계가 나서는 것이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님은 예배시간에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교를 한다. 교회의 환경실천도 남다르다. 교회 음식은 시골 교회에서 유기농사로 지은 농산물로 만든다. 유기농 농산물은 땅도 살리고, 농사꾼도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남기는 법이 없고, 녹색가게를 통해 교인들끼리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쓴다.  
2008년에는 교회건립 100주년을 맞아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이용해 한전에 판매해 교회 운영기금으로 활용한다. 비행기로 출장이나 장거리 여행을 다녀온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탄소발생 부담금’을 헌금으로 낸다. 이렇게 교인들이 모은 ‘탄소발생 부담금’은 ‘녹색꿈헌금’으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몽골에 나무를 심는 일에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교회와 성당에서 청파교회처럼 환경 실천을 하고, 더불어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당장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도 엄청나지만 교육적 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야구경기장에서 배우는 재생가능에너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올해 프로야구가 개막을 하면 SK팬은 아니지만 인천문학경기장에 꼭 가보려고 한다. 문학경기장이 ‘그린야구장’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외야석 지붕과주차장에 456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고, 빗물을 모아 잔디를 키운다. 그린홈런 존에 들어오는 홈런 1개당 나무 한그루를 심고, 관중석 옆에 신재생에너지체험관을 설치한다. 선수들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만든 ‘그린 유니폼’을 입는다. SK구단은 이 아이디어를 제안해 인천시와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기로 했다.
덕분에 인천 문학경기장을 방문하는 야구팬들은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겐 입장료를 할인해준다니,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은 집에 있는 자전거부터 꺼내 챙겨볼지도 모른다.
이렇게 스포츠에도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12초 안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볼이 선언된다. 공수 교대 땐 타자가 빨리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야구위원회가 야간경기 시간을 단축해 전기를 절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좋아하고 즐기는 스포츠를 좀 더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 동네스포츠 센터에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실천을 한다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일본의 전자제품 판매장은 에너지 절약 교육의 장

일본의 전자제품 매장은 에너지절약 교육장인지 제품 판매장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매장에 있는 진열된 제품마다 에너지 효율등급과 사용시간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표시하고 있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에어컨이나 텔레비전, 냉장고 에너지 사용량을 절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코너를 따로 만들어서 전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한번만 둘러보아도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교육을 받는 셈이다.
부천시에 문을 연 한 대형할인마트는 에너지효율 기술을 한데 모아놓은 전시장 같다. 태양광, 풍력터빈,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 형광등 밝기조절 시스템, 빗물 사용 화장실 등 현재까지 국내외에 소개된 69가지 에너지 절감 기술이 총동원됐다. 점포 안에는 물 안 쓰는 소변기, 자연채광 활용, 단열, 자동대기전력차단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500점’을 준다. 그린스토어는 기존 점포보다 이산화탄소(CO2)는 50% 이상(약 4,053톤), 에너지는 4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여는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은 더욱 흥미롭다.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CO2 제로 작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체에너지 과학 공작, 재활용품 친환경 자동차 만들기, 환경신문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이 할인마트가 우리나라 할인마트의 24시간 영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할인마트에서 기후변화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은 갖췄지만 에너지를 24시간 사용하는 영업방식은 ‘녹색’ 이미지만 추구하는 상술이라는 비난을 받기 쉽다.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겉과 속이 똑같이 ‘녹색’이어야 한다.  

탄소제로 놀이터, 미술관 그리고 에너지 카페  

영국 워킹시는 태양광과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자립도가 매우 높다. 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미술관에서도 기후변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열심인 서울 송파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CO2 제로 놀이터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따고, 시소를 탈 때마다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놀이터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해져서 다른 지자체에 CO2 제로 놀이터가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일본 요코하마역에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히라츠카에는 에너지 카페가 있다. 동네사람들은 ‘에너지카페’를 통해 에너지 진단도 받고, 맞춤형 에너지 절약 정보를 얻는다. 동네 에너지 사랑방이다. 2007년 8월 문을 연 이 카페는 건물 자체가 에너지 절약의 모범답안이다. 단열공사를 제대로 하고, 2중창을 설치해 냉․난방에너지가 허투루 소비되지 않도록 했다. 건물 안의 가전제품과 전등은 에너지고효율제품으로 되어 있고, 스마트 계량기와 에코와트가 설치되어 있다. 스마트 계량기는 실시간으로 가게에서 사용하는 전력량과 이산화탄소발생량을 보여준다. 에너지카페는 지자체에서 보급하는 스마트계량기를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대여하는 역할도 한다. 카페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네에서 하는 환경교육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4%를 줄이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목표가 세워졌으면 우리 생활도 바뀌어야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활동은 환경을 지키는 생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교육을 받는 대상도 학생들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로 확대되어야 하고, 교육공간도 딱딱한 강의실이 아니라 생활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 동네를 거대한 환경교육장으로 활용해 보자. 동네 교회, 성당, 야구장, 미술관, 놀이터, 상점, 카페 등.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곳곳에서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에 관심 갖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시민들이 막상 환경친화적인 실천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어디에서부터 시작할지 모를 때가 많다. 이럴 때 지자체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예산을 활용해 그런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도 히라츠카 에너지카페처럼, 지역사회에 시민들이 친근하게 찾아갈 수 있고, 맞춤형 에너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 기후변화나 환경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보자. 카페도 좋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좋고, 주민복지센터도 좋겠다.
더불어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시민들에게 에너지 정보를 잘 알려줄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의 달인’, ‘환경 실천의 달인’ 들을 교육하고 발굴해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다. 아파트 경비원이면서 주민들에게 에너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 교회에서 일을 하면서 기후변화 교육을 하는 사람, 프로야구 선수이면서 환경교육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우리 동네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환경교육을 통해 배우고, 그렇게 해서 우리 동네를 녹색으로 만들어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월간 「도시문제」 3월호 ‘함께하는 녹색생활’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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