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릿고개, 함께 넘어가자

2010.03.22 | 재생에너지

이번 겨울은 정말로 추웠다.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이 잦았고, 서울에는 104년 만의 폭설이 내렸다. 한반도에 내린 폭설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한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난방비가 부담이지만, 연료를 구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은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냈을까?

북한의 에너지 사정은 심각하다.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남한 소비량의 14분의 1에 불과하고, 경상남도 소비량보다 적다. 전력 생산량은 제주도만큼도 안 된다. 에너지가 부족하다 보니 공장이나 기반시설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고, 북한 주민들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도 난방은커녕 제대로 입을 옷도 부족하다. 주민들은 민둥산에서 겨우겨우 땔감을 조달하거나, 탄광에 불법 갱도를 파 석탄을 훔치고 있다. 밥 지을 연료도 부족해 한꺼번에 밥을 해두고 여러 날에 거쳐 먹고 있다.

추위를 견뎌낸 북한 주민들이 이제 보릿고개를 앞두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올해 모두 125만t의 곡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주민들이 1년 동안 먹고사는 데 필요한 식량은 약 540만t인데 지난해 410만t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식량난이 심해진 데에는 수해와 냉해로 곡물생산에 피해를 봤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남한의 경우에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식량 지원은 거의 중단되었다.

북한 전문 소식지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평안남도 순천시와 평성시에서 1월 중순 이후 한 달 사이에 1000명 이상이 굶어 죽었고, 다른 지역에 비해 상황이 좋은 신의주에서도 아사자가 300여명 발생했다고 한다. 평양시내에서도 추위와 굶주림에 사망한 노인들이 발견되고 있다. 북한에서는 보통 굶어 죽는 사람이 춘궁기인 4월부터 나왔는데 올해는 1월부터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실시한 이후 시장을 통제하고, 외화 사용을 금지하면서 물가가 급상승해 식량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책이 북한 주민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몰아가고 있다.

주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식량과 난방용 에너지이다. 한반도라는 한 공간에서 남쪽은 한겨울 아파트에서 반팔을 입고 지낼 정도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북쪽은 밥을 할 연료조차 부족하다. 남쪽은 쌀이 남아돌아 농민들이 쌀값 폭락을 걱정하는데, 북쪽은 먹을 양식이 없어서 굶어 죽고 있다. 남과 북의 대비가 너무나 극명해서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더불어 최근 북한과 관련한 보도를 보면 6자회담, 북-미 관계, 핵문제 일색이다. 정치 외교적 사실 전달에만 충실할 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춥고 배고픈 것만큼 견디기 힘든 것이 어디 있을까? 몇년 전 돌아가신 정운영 교수님의 강연을 들은 적 있다. 통일 된 후, 서로의 몸 크기와 영양 상태만으로도 남과 북의 출신이 구분되는 상황을 겪으면, 지금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선진화를 외치는 정부가 인도적 지원의 물꼬를 터야 한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3월 22일자 한겨레 신문 <독자 칼럼>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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