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생태적 전환을 위하여

2010.07.17 | 재생에너지

왜 먹을거리와 에너지 의제에 집중해야 하는가?

<유린타운>이라는 뮤지컬이 있다. `오줌마을`이란 뜻의 <유린타운>은 심각한 물 부족으로 인해 개인 화장실이 모두 폐쇄되었고, <유린굿컴퍼니>라는 기업에 돈을 내고 용변을 봐야 한다. 그런데 점차 화장실 사용비용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의협심 많은 청년 바비는 악덕기업주 클래드 웰에 맞서 싸우지만 죽임을 당하고 만다. 결국 바비의 연인이자 클래드 웰의 딸 호프가 아버지를 몰아내면서, 사람들은 마음껏 배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다면 보통 사람들이 폭압적인 기업을 물리친 정의로운 성공담이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뮤지컬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유린타운>의 생태학적 한계를 넘어선 오염으로 인해 죽고 만다. 나래이션은 이렇게 전한다. “호프는 유린타운의 생태학적 한계 경고를 무시하고, 단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만을 원했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가졌건 간에 ‘생태적 한계’를 인식하지 않으면 그 이념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0년 7월 1일, 제 5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새로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창 활동할 앞으로의 4년은 바로 이 <유린타운>의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할 시기로 보인다. 기후변화 위기의 심화, 에너지 가격 상승과 피크오일, 전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과 일자리 부족이라는 변수들이 지방자치단체 살림살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어떤 시기보다 지역 단위의 공동체를 튼튼히 하고, 먹을거리, 에너지, 경제 부문의 지역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준비해야 할 여러 가지 의제 중에서 먹을거리와 에너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의제가 한 사회의 생존과 자립을 위한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지역경제, 기본적인 복지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먹을거리는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밥상은 수입농산물이 점거했으며, 농약과 화학비료, 구제역과 조류독감, 각종 식품첨가물과 식품오염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역의 농업은 피폐해져가고 농산물은 대형할인마트를 중심으로 유통된다. 먹을거리의 위기에는 농업의 위기와 생명의 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흐름을 돌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역먹을거리 운동이다. 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도우면서 신뢰를 회복해갈 수 있다면, 농업은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니다.

에너지도 마찬가지이다. 석유 가격은 날로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 대형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통해 생산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원거리 송전하는 방식은 에너지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다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제 에너지 생산에 대한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와 공기업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다. 지역에서 지역에너지 디자인을 하고,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가며 그를 통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일랜드의 킨세일, 영국의 토트네스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환마을(Transition Town)’ 운동에 주목해야 한다. 전환마을운동은 기존의 생태마을에 ‘기후변화’와 ‘석유고갈’에 대비해 에너지 부분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을 표방하는 마을이다. 지역에서 에너지를 쓰지 않는 분야가 없기 때문에 농업, 경제, 문화 전반에서도 전환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토트네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석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해답을 찾고 있다. 그들이 찾은 대답은 식량과 에너지 자급자족형 도시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은 지역단위 비즈니스의 활성화이다. 지역 농산물과 생산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작은 가게들, 지역화폐를 통한 화폐의 지역순환, 유기농과 대안교육, 지역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그들은 피크오일 이후의 삶도 잘 준비만 하면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 지자체들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도시와 지역, 이제 건설과 확장의 시대는 끝났다. 도시가 에너지, 물, 식량 등 모든 것을 도시 외곽의 자원으로부터 끌어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시의 주거 환경과 자연환경도 자연스러운 순환시스템을 갖도록 회복해야 한다. 도시 공동체를 통한 치유와 재생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하고, 지역에서 스스로 식량과 에너지, 경제에 대한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스스로 생존의 조건을 갖추고 준비하기 위해 도시 농업과 도시 에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2000원에 한 다발씩 하는 바나나가 진열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2000원짜리 바나나는 세계화된 대량생산방식의 농업과 싼 석유에너지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다. 조만간 길거리에서 슬그머니 이 바나나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 먹을거리와 에너지 문제가 현실화된 상황이 닥쳤을 때, 그 때 미래 준비를 해온 지역과 아닌 지역의 차이는 명확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사랑’만 받기를 원하는 호프와 같은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시대가 처한 생태적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먹을거리와 에너지를 중심으로 장기계획을 세우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에 시민사회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녹색에너지디자인․로컬푸드시스템연구회․생태지평․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환경정의연구소, 총 6개의 연구소/연구회가 시민사회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7월 19일(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광화문 부근에 위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지역의 미래를 여는 에너지․기후․급식․먹거리 정책’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난 6월말 시민사회 싱크탱크 네트워크는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안하는 에너지․기후․급식․먹거리 영역의 6대 분야, 17대 과제를 선정하여 공개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는 그 제안을 중심으로 광역으로 경남, 인천 등의 지자체 관계자와 기초로 고양, 수원의 지자체 관계자를 초청하여 정책과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조명래 환경정의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며, 고철환 생태지평 이사장이자 전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이 축사를 한다. 김제남 녹색에너지디자인 대표가 ‘민선 5기 지자체의 의미와 시대적 과제’에 대해서 발표하고, 급식․먹거리 분야와 에너지․기후 분야의 정책과제에 대해서는 윤병선 건국대 교수(로칼푸드시스템연구회)와 박진희 동국대 교수(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각각 발표한다. 사회는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이 맡는다.

토론자로는 박진호 경남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김정택 전 인천시장 인수위원, 김충관 전 수원시장 취임준비위원, 김달수 경기도의원(고양) 그리고 오성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참석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출처 : 지방자치단체의 생태적 전환을 위하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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