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을 바꿔 온실가스를 줄이는 착한 도시

2010.09.18 | 재생에너지

– 주민들이 만드는 카 쉐어링과 행복한 자전거길 –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수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13.5%이다.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등 거의 모든 운송수단이 석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비행기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은 항공사마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한도 설정을 논의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항공사들도 바이오연료, 신기종 개발, 태양광 비행기 실험, 탄소상쇄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다. 꼭 필요한 출장을 제외하고는 화상회의를 여는 등 항공기 이용을 자제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자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지금 전 세계 교통체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자동차 수요관리
도심에서는 나홀로 차량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연간 평균 주행거리는 일본의 2배이다. 경차 비중은 6.5퍼센트로 24~55퍼센트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자동차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한 규제정책이 필요하다. 도로에서 자동차의 권한을 제한하고 자전거나 보행자에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도시국가인 싱가폴은 ‘자동차등록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차량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차 한 대가 폐차되기 전까지는 돈이 있어도 차를 살 수 없는 것이다.
런던에서는 커다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도심으로 진입만 해도 25파운드(5만 원)의 혼잡통행료를 내야 한다. 보통 크기의 승용차는 하루 8파운드(16,000원)를 지불한다. 전 런던시장인 켄 리빙스턴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2003년 혼잡통행료제도를 도입했다. 런던 교통청은 혼잡통행료를 징수한 이후 도심의 자동차 교통량은 21퍼센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퍼센트가 줄었고, 자전거 통행량은 66퍼센트나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렇게 징수한 혼잡통행료를 런던의 대중교통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데 투자한다.
프랑스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한다. 자동차를 타더라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차를 타라는 것이다. 1킬로미터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그램 미만이면 1,000유로를 할인해주고, 250그램 이상이면 2,500유로를 더 내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 후 프랑스에서는 경차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관용차를 경차로 바꾸자는 운동이 일었으나 확산되지는 못했다.  
서울시도 교통량을 과다하게 유발시키는 대형건물에 진입하는 차량에 통행료를 물리는 일종의 혼잡통행료 제도를 제안했지만 격렬한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녹색성장 5개년계획에 따르면 시장 또는 군수가 자동차 총량관리제를 시행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실행여부는 미지수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정책이나 요금제를 통한 승용차 억제책의 경우 정치적인 부담으로 도입이 계속 미뤄지고 있고, 자발적인 승용차요일제가 시행되는 정도이다.

도시와 농촌의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승용차보다는 버스가,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이산화탄소를 훨씬 덜 배출한다. 그래서 교통 부분의 대안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자전거’와 ‘걷기’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꾸리찌바의 녹색교통정책을 따라 서울에서 시작한 버스전용차선제와 환승제도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정책은 곧 다른 지자체로도 퍼져나갔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의 승용차 수송 분담률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을 경우 대중교통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교통정책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교통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통합환승활인제로 인해 서울에서 인천까지 버스 편도요금이 1700원이다. 전철도 2000원을 넘지 않는다. 반면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에 사는 주민들은 읍내에 한번 갔다 오려면 차비가 9,900원이 든다. 버스 요금이 1㎞에 100원씩 책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거장까지 한참 걸어가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시골에서는 차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농촌의 경우 이용객이 적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요금이 비싼데, 소득이 낮고 노령인구가 대부분인 농촌 민들이 높은 교통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개선해야한다.
농촌지역의 경우 소형 버스를 운영하거나 택시운영과 요금체제 개선 등을 통해 농촌의 교통복지와 대중교통확대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례로 전남 나주시가 주민을 위해 무료 택시를 운행한 적이 있다. 주민은 더 편리하고 신속하게 교통권을 보장받았고 시는 승객이 고작 한두 명 수준인 버스를 없애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병원 진료차 집을 나서는 시간대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주민들에게 환영받고, 우수시정이라 평가받던 마을택시제도는 나주시의회에서 조례안을 부결시키는 바람에 지속되지 못했다. 친서민 정책 차원에서다로 마을택시제도의 부활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카 쉐어링’ 운동과 ‘내차처럼’ 운동
영국의 ‘베드제드’는 화석에너지 제로를 위한 생태주거 단지로 개발을 할 때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개인 자가용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동의 소유의 차를 함께 나눠 쓰는 ‘카 쉐어링’ 제도를 도입했다. 35명이 3대의 차량을 함께 사용하는 식이다. 더불어 주택단지 안에 사무실을 지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분양했다. 출퇴근을 걸어서 하도록 아예 교통수요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쉐어링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2007년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서 여섯 가구가 차 한 대를 함께 쓰는 ‘자동차두레’를 시작했다. 보다 규모를 키운 것이 경기도 군포시이다. 현재 군포 ‘녹색희망 카셰어링’이 보유하고 있는 차는 모두 3대다. 등록비 5만 원과 연회비 5만 원을 내고 회원이 되면 필요할 때 예약을 통해 원하는 차를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시간에 맞춰 정해진 스테이션에 가서 지급 받은 스마트카드를 대면 키박스가 열린다. 운영해본 결과 대여장소까지 차를 가지러 가는 것에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어 앞으로 지점과 가용차량대수를 늘여가는 것이 관건이다. 수원시에서도 ‘카 쉐어링’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의 산본2동, 궁내동, 광정동 거주민을 대상으로 ‘탄 연료만큼’만 부담하고, 관리비용은 후원으로 운영되는 ‘내차처럼’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연료전환하기
자동차를 탈수밖에 없다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연료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휘발유와 바이오가스 두 가지 연료를 함께 쓰는 이중연료 차(Bi-fuel Car), 바이오디젤 차, 하이브리드 차와 같이 유해물질 배출을 줄이고 연비도 향상시킨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운송연료로 유채씨, 콩, 자트로파의 기름을 짜내 바이오디젤로 만들거나 옥수수, 밀, 사탕수수를 원료로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식물연료는 토지와 물의 과다사용, 식량과의 충돌 문제가 발생하면서 차세대 식물연료 개발로 전환되고 있다. 지금은 나무나 짚으로부터 천연가스를 뽑아내 연료로 사용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시는 시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만들어 버스 연료로 쓰고 있고, 서울시 강동구에서도 폐식용유를 모아 청소차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스위스 출신의 루이 팔머씨는 태양광 자동차로 38개국 5,2000km의 세계일주에 성공했다. 그는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청정에너지만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도전을 했다고 한다. 2008년 6월에는 ‘솔라택시’를 타고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스위스에서는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를 개발해 첫 세계일주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의 오지 탐험가 야마다 슈세이씨는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로 총 17개국 약 47,000km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 세계일주를 했다. 대체연료를 이용해 세계여행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통해 ‘석유’가 아닌 다른 연료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공용자전거 시스템과 시민들이 만든 자전거길
프랑스에 ‘벨리브’가 있다면 창원에는 ‘누비자’가 있다. 누비자는 무인자전거 대여시스템으로 연 2만원, 월 3000원 가입비를 내면 자전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008년 10월 도입 후 150개 터미널에 비치된 2030대의 자전거가 시민들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창원시민 3명중 한명은 누비라를 이용해봤고, 현재 회원수는 5만7000여명이다. 안산에서도 공용자전거 무료 대여소를 운영하는데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국의 각 지자체가 자전거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자전거도로가 타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전시 관저2동에서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가 참여해 어린이전용자전거도로를 포함한 마을자전거 길을 직접 디자인했다. 주민들이 마을길 조사, 주민의견수렴, 공청회 등을 통해 마을자전거 길 디자인을 마쳤고, 그 안을 대전시에 제출해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아빠가 아이를 자전거에 달린 유모차에 태워 와서는 잠시 세워두고 카페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유모차가 연결된 자전거를 타면 밀어붙이는 자동차들 때문에 정말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자전거와 걷기가 중심이 되는 교통체계는 안전하고 깨끗하고 건강하다. 더불어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자전거 가게의 장사가 잘 되고, 도로에서 자전거가 자동차처럼 대우받으며 당당하게 달리게 된다면 도시의 모습이 확 달라질 것이다. 자 우리도 도시에서 지구를 위해 ‘네발’에서 ‘두발’로 전환할 준비를 차근차근해보자.

월간 「도시문제」 9월호 ‘함께하는 녹색생활’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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