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주방폐장부지의 불안전성 확인

2010.03.15 | 탈핵

경주방폐장부지의 불안전성 확인
정부는 경주방폐장의 교훈을 깨달아야

지난(3월 11일)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부지의 안전성 검증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 검증 절차는 지난 해 6월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 연약지반을 이유로 공기를 30개월 연장하자, 안전성에 논란이 일었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었다. 구조지질, 토목터널, 지진, 수리지질, 원자력 등 다섯분야에 걸쳐 진행된 이번 안전성 검증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러저러한 위험 요소는 있으나 치명적이지 않으며, 기술력으로 극복가능하기에 방폐장 부지로 적합하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목․건설분야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전성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기술․공학적으로 반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다른 개발사업에서 내세우는 비용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부지의 부적절성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경주가 방폐장부지의 최적지가 아니었기에 비용 대비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그러기에 발생되는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이번 검증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검증단이 지적한 구체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암반등급의 편차가 크므로 설계 및 시공시 유의하라고 권고하는 점.  

둘째, 터널분야에서도 추가적인 보강공법에 따른 단계별 시공성이 확보되도록 설계 및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하는 점.  

셋째, 사일로 인근에 굴착 중인 수직구에서 1,000㎥/day (최대 3,520㎥/day) 가량의 지하수가 자연유출되는 상황으로 보아 사일로 부지의 투수성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인공방벽 등에 시설투자가 더 많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점.  

넷째, 조사를 통해 사일로 북측에서 해수 침투가 인지되었으며 지하수위 감소 추이를 고려해 볼 때 향후 해수 침투에 의한 지하수 수질 내지 흐름의 교란 가능성이 클 수 있으며, 현재 해수침투를 고려한 지하수 모델링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해수침투 양상을 파악하여 지하수 및 해수의 영향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사일로 설계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권고하는 점.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큰 문제는 원자력 분야의 제언 사항에서 지적된 것처럼, 방폐장 건설 중 취득한 현장 자료 및 해수 영향 등을 고려하여, 안전성평가 가정사항/입력변수 및 평가결과의 유효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점이다.  

이는 건설과정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하며, 따라서 최악의 상황 발생시 부지선정 자체를 무효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과연 이 같은 일이 왜 발생하였을까?

이는 방폐장 안전성 검증 조사단의 조사 결과 주민 설명회를 지역주민들에게 거의 알리지않고 진행하려는 그들의 의도에 잘 나타나있다. 설명회를 찾아간 한 지역 주민의 설명에 따르면, ‘경주시청 홈페이지에는 행사 알림 공지 한 줄 없고, 주민 설명회 관련 홍보 현수막은 주민 설명회 이틀 전에 몇 군데 걸렸는데 그나마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었던 데다, 정작 설명회 장소 입구조차 안내문이나 현수막이 눈에 띄지 않아 일반 시민들이 찾아오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공론화과정에 대한 몰이해, 지역주민들과 오랜 기간을 두고 신뢰를 쌓으며 소통하려는 노력의 부재가 오늘의 경주방폐장을 만들었다는 자각을 그들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똑같은 잘못은 반복된다. 2009년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사실상 활동을 멈추고 올해는 핵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안전성은 검증결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확보되었다고 볼 수 없다. 앞선 언급된 위험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것을 기술공학적으로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란이 남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검증결과에 대하여 시민사회에서 위촉한 전문가들을 통해 철저한 확인작업을 거쳐 공사 지속여부에 대한 판단 절차를 다시 밟고, 그 결과도 공사 지속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검증단이 제시한 것처럼 공사과정을 완벽하게 감시할 외부감시체계를 구축하여,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010년 3월 15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윤기돈 국장 kdyoo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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