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자력 안전 신화는 없다!

2011.03.13 | 탈핵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자력 안전 신화는 없다!
– 최악의 방사선피해상황 대비하고 원자력르네상스 폐기하라

지난 11일 오후 2시 46분경 일본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약 380㎞ 떨어진 도호쿠 지역 산리쿠해안에서 리히터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923년 14만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관동 대지진(리히터 규모 7.8)과 가장 최근 일본에 엄청난 피해를 안긴 고베 대지진(리히터 규모 7.2)의 규모를 능가한다.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인명피해만 사망․실종자 포함 1,700명이 넘었다. 먼저 일본 국민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 상황, 최악 위기 발생 가능성 존재
대지진과 쓰나미의 악몽이 채 가시기전에 제2의 체르노빌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로 끔찍한 일이다. 일본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해 현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중 1호기의 전력계통에 이상이 생겨 전력공급이 끊겼다. 이에 따라 노심으로 공급되어야 할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핵연료 일부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핵연료의 일부가 녹아내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핵발전은 핵연료의 분열이 시작되면, 인위적으로 분열을 막을 수는 없고, 냉각수를 공급해 온도를 일정 이하로 유지해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데 냉각수 공급이 끊기면서 온도가 급상승하여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슘과 요오드 131 등 방사성물질이 새어나와 원전 부근의 방사능 수치가 평소 70배가 넘는다고 일본 경제산업성 원전력 안전보안원이 발표하였다.

– 요오드 131(131I53) : 반감기 8일, 갑상선에 주요 영향을 끼침.
– 세슘 131(131Cs55) : 반감기 약 9일, 폐에 주요 영향을 끼침.
– 세슘 134(134Cs55) : 반감기 약 2년, 연조직(soft tissues)에 주요 영향을 끼침.
– 세슘 137(137Cs55) : 반감기 약 30년, 연조직(soft tissues)에 주요 영향을 끼침.

이어서 오후 3시 36분 쯤 후쿠시마 원전 1호기 격납고 외벽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에 대해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오후 8시 40분 쯤 기자회견을 통해 원자로 노심 주위의 수증기가 건물과 격납고 사이에 쌓여 있다가 수증기가 수소로 변하면서 건물이 날아갔다고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원자로에 바닷물을 채워 냉각시키고 있다는 발표를 하였는데 이는 해당 원자로를 영구 폐기하겠다는 의미로 사태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제1 원자력발전소의 1호기 이외에도 제1원전 2, 3호기, 제2원전의 1, 2, 4호기에도 냉각시스템 이상이 발생하여, 추후 경과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번 사고를 8단계 사고평가 척도 가운데 ‘레벨4’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참고로 최악의 원전사고였던 1986년 폭발한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의 사고 평가척도는 ‘레벨7’이었으며, 1979년 쓰리마일 원전의 사고 평가척도는 ‘레벨4’였다. 이번 사고는 역사상 3번째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일반시민뿐 아니라, 원전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공무원·군인들 피복관리 철저히 하고, 원전사고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번 사고로 일본 일반시민 15명의 피폭이 확인되었고, 90여 명이 방사선에 피폭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실제 원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와 공무원 등의 피폭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기에 이번 사고로 방사선 피폭을 받은 사람과 그 심각성은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확실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체르노빌사고의 경우 사고 당일 현장에 투입된 발전소 노동자와 소방요원들이 방사선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3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후 1989년까지 현장 정리를 위해 동원된 군인 등이 연인원 80만 명에 이르며, 이중 30만 명이 피폭 허용치의 500배 이상의 피폭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따라서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성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과 공무원, 자위대 군인 등의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로 유지되도록 일본 정부의 세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얼마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약간의 의문이 제기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폭발이 3시 36분 쯤 있었는데,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기까지 약 5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되었으며, 노심을 둘러싼 주요 차폐물의 붕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도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주요 차폐물 붕괴 여부만이라도 재빨리 확인하고 발표했다면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공포에 떨 필요가 없었음에도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어떤 부분도 공식확인해 주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가 사실을 은폐․축소하거나 사고관리에 뭔가 허점이 발생한 것이라는 인식을 일본국민과 주변국에 심어주기 충분하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과 주변국이 관심을 갖는 이번 사고에 대해 거의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원전사고가 가져올 최악의 상황에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이번 사고로 우리나라까지 방사성물질이 날라 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그러나 아직 일본 원전의 추가 사고 위험이 있기에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최악의 상황인 노심 핵심 차폐물의 파괴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대기 중 확산 위험이 여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대책을 차분하면서도 신속하게 전개해야 한다. 기상청은 ‘바람이 주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불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매우 안일한 자세다. 현재 바람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불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일시적인 역류 현상도 있을 수 있다. 재난과 안전대책은 단 1%의 가능성에도 대비를 해야 것이 기본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기상청은 사고가 마무리될 때가지 현재 가동하는 24시간 비상관리체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먼저 전국 58개소에 달하는 방사능계측장비를 총동원하여 방사능 확산여부를 꼼꼼히 모니터링 하고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기상청은 대기 흐름의 변화에 대해서 현재의 수준보다 더욱 치밀하고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의 풍향과 풍속 정보’를 비상 상황 수준에 입각하여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동유럽을 넘어 서방진영인 서유럽에 알려진 것은 사고 발생 이후 2주 가량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체르노빌의 방사능 오염 물질은 2,000km 이상을 날아가서 북유럽과 중부유럽을 다 덮었다.  방사능 오염물질은 대기 중의 확산속도가 일반적 통념보다 빠르기고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기 중에 떠다니기도 한다.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한반도가 가깝다는 점을 유념하고 대처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한국의 서울까지는 약 1,240km 거리다. 우리는 본격적인 방사능 오염사고를 겪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경우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홍보와 안내가 절실하다. 방사능 오염물질은 반감기가 긴 것도 있기 때문에 단기간의 대책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가재난대책에서 원자력사고 매뉴얼 적용 시점을 판단하여 유사시 국민들이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방사능 오염사고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와 원자력산업계가 ‘원전은 안전하다’라는 전제 위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런 설정 자체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에게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과 대처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위급상황시 초중등학교 휴교령, 외출 자제, 작물 재배 농민들이 취해야할 사항 등 대비할 수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즉각 알려야 한다. 특히 방송과 통신수단을 동원하여 방사성 물질 오염에 대한 대비 지침의 교육과 홍보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체르노빌 사고를 직접 겪었던 독일,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과 스리마일 사고를 겪은 미국의  방사능 오염 사고 대책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하여 한국의 현실에 응용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안전 신화는 없다, 원전르네상스 전면 폐기해야
이번 사고로 원자력 안전신화의 허구성은 다시금 입증되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잊고 지냈던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위험과 그 피해의 심각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던 핵산업이, 그 이면에 감추어졌던 아니 잊고 지냈던 방사선 피해의 심각성, 공포가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명박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로 출발한 것은 무엇을 암시하는지 우리는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자연의 재해 앞에 인간의 힘은 실로 미약하며, 긴 기간 동안 관리해야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문제가 미래 지구에 어떤 위험으로 닥쳐올지 우리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원자력 르네상스를 부르짖으며, 신규 원전부지 확보에 혈안이 되어있는 핵산업계는 핵발전의 확대보다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를 재해에 따른 핵발전 사고의 대비책을 다시 한번 점검하며,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정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가 일본 국민에게 준 공포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핵발전을 가동하는 모든 나라들이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금 일본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며, 이번 지진 피해로 숨져간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빈다.

2011년 3월 13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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