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를 별신굿으로 물리친다?

2013.04.16 | 탈핵

고리1호기를 별신굿으로 물리친다?

[연극] 부산 탈핵SF마당극 ‘My name is KORI 넘버원’

고리 핵발전소

고리 핵발전소 1호기가 위치한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은 예부터 동해안 별신굿이 성하던 곳이라고 한다. 동해안 별신굿은 마을의 풍요와 어민들이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을굿으로 부산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동해안 지역에서 1년 또는 2∼3년마다 열린다. 동해안 별신굿은 어느 특정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마을마다 마을 수호신을 모셔 놓은 당이 있어서 여러 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배를 타는 선원들의 안전을 기원한다.

마을의 풍요를 빌던 그 곳에 이제는 현대 사회 무한 욕망의 상징인 핵발전소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곳의 주인이던 마을 주민과 신들은 고리원전으로 인해 쫓겨났고, 바다를 다스리던 용왕은 뜨겁게 달궈진 핵연료봉을 식히느라 정신이 없다. 원자로 안에 있는 핵연료봉은 10만 년 동안 방사선을 내뿜는 만큼 굿과 신화 속에 담긴 5만 년의 지혜로도 그 독성을 감당할 수 없을지 모른다.

“오늘 굿은 사용기간 끝난 고리원자력 1호기를 완전 폐쇄하고, 지구상에 있는 팔만사천 원자력을 저~~게 반야 용선에 실어서, 얼씨구 절씨구 신명으로 물길 열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서 지 생기기 전에 자리로 도로 보내는 굿이요.”

보다 못한 골맥이 할매가 이승을 다스리는 소별왕과 저승을 관할하는 대별왕을 불러 고리넘버원의 마음을 돌려 쉬게 하려고 하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살을 쏴 터뜨릴 경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은 참사를 겪게 될 테고, 밤이 대낮보다 더 밝은 세상에서 고리넘버원의 광기는 더욱 거세질 뿐이다.

결국 지혜를 짜낸 묘책은 아기의 울음소리다. 그것이야말로 고리넘버원의 마음을 돌릴 묘약이었던 것. 김영구 연출가는 “5만 년 인간의 지혜의 산물인 신들이 10만 년 동안 독성을 뿜어낼 원자력의 마성을 잠재울 방법은 오직 인간들 자신임을 신명으로 풀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탈핵SF마당극 ‘My name is KORI 넘버원’은 21일(일)까지 부산시민회관 옆 일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2007년 30년 설계수명을 마쳤지만 수명을 연장해 운영 중이다. 최근엔 2차 수명 만료를 4년 앞두고 대대적인 정비 및 설비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지출하는 부품 교체와 제작비용이 총 2382억 원에 달한다. 2차 수명연장을 위한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는 것.

탈핵SF마당극 ‘My name is KORI 넘버원’처럼 아기들과 함께 고리원전 앞 바다에 모여 별신굿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신명나게 벌어지는 굿 한판이 고리넘버원을 떠나보내는 계기가 될지 또 누가 아는가.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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