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가서 눈 흘기는 일은 없어야

2013.06.26 | 탈핵

전력대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가서 눈 흘기는 일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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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비리 사건으로 시작된 전력문제가 국민의 고통분담으로 전가되는 듯하다. 우리나라 위기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금강산댐에 대응하기 위한 성금 모금, 아이엠에프(IMF)에 대처하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 이번에도 대통령이 나서서 10일 국무회의 때 “저도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낸다”며, 국민들의 동참을 요구한다. 국민들만 아껴 쓰면, 전력대란이 거뜬히 극복될 기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이 일본·프랑스·독일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전력소비의 주범이 국민인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량을 단순히 국민의 수로 나눈 값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을 들여다보면 사실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1인당 가정용 연간 전력소비량은 독일·일본·프랑스·미국보다 낮다. 전기를 가장 아껴 쓴다는 독일 국민의 3분의 2 수준이며, 이웃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여름철 전력대란 우려의 주범은 가정이 아닌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와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아도 너무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2011년 ㎾당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81원으로 가정용 전기요금(105원)보다 낮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나라간 가격을 비교하더라도, 2010년 기준으로 ㎾h당 달러 가격이 우리나라가 0.058로 이웃 일본(0.154)의 약 3분의 1 수준이며, 프랑스(0.106)의 약 2분의 1 수준이고 미국(0.068)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에너지다소비 산업구조를 지금 당장 바꾸기는 어렵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을 높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여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 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11일치 <한겨레>에 보도되었듯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낮은 전기요금으로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을 확대하는 동시에, 민자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한전에 내다 팔면서 이중으로 이윤을 가져가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유·제철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에스케이, 지에스, 포스코 그룹 등이 에스케이이엔에스(E&S), 포스코에너지, 지에스이피에스(EPS), 지에스파워 등의 민자발전소를 운영한다. 이들 그룹들은 한전으로부터 산업용 전기요금 약 80원(81.23원)을 적용받아 전기를 사용하는 반면, 그들이 생산한 전기를 민자발전 전기공급가격 약 170원(169.85원)에 내다 팔면서 또 한번의 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민자발전 회사는 2012년에 에스케이이엔에스 6097억원, 포스코에너지 1818억원, 지에스이피에스 915억원, 지에스파워 7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민자발전회사의 영업이익률은 화력 평균으로 계산시 11~12%, 반면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 5개사는 영업이익률이 3%대밖에 안 나온다. 지난해 평균 전력판매단가는 한전 발전자회사의 경우 ㎾h당 90.17원이었지만 민간발전사들은 161원으로 2배에 달했다.

이 모순은 그대로 공기업의 적자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전력다소비산업을 가진 그룹에서 운영하는 발전소의 경우, 그룹이 소유한 전력다소비산업에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전력가격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이 있다. 이와 관련해 위세 높은 종로 시전 상인에게 흥정을 벌이다 봉변을 당해도 아무 소리 못하다가 한강변에 있는 난전 상인에게 가서 화를 푼다는 설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다. 국민을 봉으로 알고,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직접 책임이 있는 기업이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바로잡는 일이 바로 국가가 할 일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한겨레-왜나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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