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시험 송전을 중단하고 주민들의 한숨과 고통의 신음을 들으라!

2014.12.29 | 탈핵

한국전력의 일방적인 마무리 선언,

시험 송전을 중단하고 주민들의 한숨과 고통의 신음을 들으라!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송전 중단을 촉구하는 밀양 주민들의 성명서>

 

한국전력은 12월 28~29일부로 신고리-북경남 765kV 시험 송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100미터가 넘는 송전탑이라는 괴물의 몸에 진짜 초고압전기가 흐르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진정 끝이란 말인가. 어떻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밑에 사람이 살고 있고, 주민들이 평생 일구어 온 논과 밭이 있고, 주민들에게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무엇이 끝났다는 것인가. 밀양 주민들의 10년간의 싸움이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농성을 시작하면서 밝히는 송전 불가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한전은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파행과 폭력에 대해 단 한마디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

한전의 폭력적인 공사 진행으로 두 분의 어르신이 목숨을 버렸다. 10년간의 공사강행으로 정다웠던 마을공동체는 갈가리 찢어졌고, 일부 주민에게 금전매수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부당한 공사’를 반대한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살가웠던 이웃과 고향이 아니라 도합 2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벌금과 사법처리,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면의 고통, 육신의 상처뿐이다. 그러나 한전은 이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2. 주민들이 입을 엄청난 피해에 대해 아무런 실질적 피해보전의 약속이 없다.

한전은 쥐꼬리 만한 공사위로금으로 주민들을 압박하며 마을공동체를 분열의 늪에 빠뜨렸다. 생존권 자체가 박탈되는 엄청난 재산 건강상의 피해에 비하자면 턱도 없는 개별보상금과 극소수 주민들만이 쥐꼬리만한 혜택을 보는 송주법 보상으로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할 뿐, 주민들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한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직 ‘공사 완료’만을 떠들고 있을 뿐이다.

 

 

3. 신고리 3-4호기 미완공, 위조된 성적서로 인한 기준 미달의 항공장애표시등 문제 등 수많은 거짓과 불법적 조처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와 한전은 2013년 10월 공사 재개 당시, 신고리 3-4호기의 준공 시점과 전력 수급을 빌미로 공사를 강행하였지만, 신고리 3-4호기는 아직도 준공되지 않았으며, 신고리 1-2호기 전력을 기존선로로부터 당겨와서 송전한다고 한다.

국가와 공기업이 주민들을 속이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 희대의 거짓말로 인해 주민들은 지난 14개월동안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미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기준 미달의 부품이 설치된 것이 확실한 항공장애표시등에 대한 교체와 책임자 처벌 없이 완공을 이야기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이제, 밀양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엄동설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115번 송전탑 선하지에 다시 섰다. 밀양시 4개면 반대 주민 260여세대는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송전 불가’를 천명하며,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밝히는 바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시험 송전을 중단하고, 다음과 같은 3개 요구안을 갖고서 한국전력 사장의 공식 면담을 요청하는 바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요구안>

1.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0년간의 파행과 폭력적 공사 진행, 주민 기만(신고리3-4호기 미완공), 마을공동체 분열, 주민 금전 매수 시도 등에 대해 밀양 주민들에게 공개 사죄하라!

 

2. 한국전력은 송전 이후 발생할 주민과 재산의 건강상 피해에 대한 객관적 실사 기구를 설치하고, 피해가 검증될 시 주민 이주를 포함한 주민 피해 보전을 약속하라!

 

3. 고리 지역 노후 원전 폐쇄, 전력수급계획변경 등 여건 변화에 따라 송전선로의 필요성이 사라진다면 송전탑 철거를 약속하라!

 

여전히 밀양 주민들은 대화를 원한다. 일방적으로 마무리를 통보할 것이 아니라 진실한 사과와 책임 있는 피해 보전만이 ‘밀양 송전탑 사태’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유일한 길이다.

 

2014년 12월 26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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