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사고 확산…범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 결의!

2011.03.17 | 탈핵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화재와 폭발이 계속되면서 일본의 상황이 체르노빌에 근접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태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사고등급 기준 6등급으로 악화됐다고 발표했다. 최악의 등급인 7등급으로 분류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에 근접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상황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재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고, 방사선 피폭 위험 때문에 더 이상의 수습작업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단계 근접”…시민·사회·정당 긴급 대책회의 열어


▲ 16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범시민사회단체 긴급대책회의

16일 오후 1시, 약 30여개 범시민사회단체, 70~80여명의 각 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범시민사회단체 긴급대책회의’가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룸에서 열렸다. 일본 핵 사고에 따른 피해복구와 지원은 물론, 국내 핵 발전 정책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현황 브리핑을 맡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1기가 폭발할 때마다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인류 역사상 핵발전소가 2기 이상 폭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지금 상황은 최악의 단계”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체르노빌 사태 당시 전 유럽에서 농수산물을 폐기했다”며 “우리나라도 일본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위원장은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일본인들의 고통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며 다음과 같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응방안을 제안했다.

첫째, ‘일본 대지진, 방사능 피해 긴급구호’를 위한 한국시민사회 공동모금활동. 둘째, 피해자 추모와 위로, 빠른 복구와 치유를 염원하는 다양한 모임. 셋째, 핵 폭발 위험 실상 등 정확한 정보공개 촉구활동. 넷째, 일본 시민사회와의 연대 방안. 다섯째, 한국정부 핵발전확대정책에 대한 문제점 진단 토론회 개최. 여섯째, 핵발전소 확대정책(추가건설, 수출) 중단을 촉구하는 범국민활동. 일곱째, 핵 위험 인식 증진과 핵 사고 등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시민교육 프로그램과 활동. 여덟째, 국내 핵발전소 안전 진단을 위한 민간단체와 국회 공동 대응 및 대정부 촉구 활동.

시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 알리는 정확한 정보 전달 시급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정책실장은 “시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며 “정보 전달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이원형 에너지기후팀 국장도 “요오드, 미역 등 방사능 유출에 대비한 기본적인


▲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위원장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응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내용들을 시민들이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방·방재·대피요령 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에 속한 참석자는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전해 줄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업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보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핵 발전과 관련한 내용을 만화Q&A로 쉽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느릅나무 댄스, 인간띠 만들기 등 다양한 시민참여 방안

다양한 시민참여 방안들도 모아졌다. 김마리아 평화네트워크 활동가는 “대학생들과 시민단체가 함께 하는 주말 문화제를 열자”고 제안했다. 김 활동가는 “‘느릅나무 댄스’를 함께 추면서 교육과 홍보, 모금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느릅나무 댄스는 체르노빌 핵발전 폭발 사고 때, 인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핵구름을 만들어 느릅나무 숲으로 이동시켜 핵 비를 내리게 한 일을 떠올리며 만든 평화기원의 춤이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3월 28일(드리마일 핵발전소 사건일)부터 4월 26일(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건일)까지 ‘핵 없는 세상만들기’ 행동기간을 설정하고, 이 기간 동안 토론회, 모금, 청원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독일의 경우처럼 핵발전소 앞에서 인간띠를 만들어 반핵시위를 하는 등 한국의 핵발전소 부지를 선정해 위험성을 폭로하는 실질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핵발전위주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 및 공동조사
한국의 핵발전위주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기됐다. 강해윤 원불교 환경연대 교무는 “핵발전 확대정책, 수출, 수명 연장 등 국내 핵발전 위주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리, 월성, 영광 등 핵발전소가 집중되어 있는 곳에서 지역과 시민단체가 함께 핵발전소 안전과 정보공개를 촉구하고, 한국사회 전체가 핵발전의 문제점에 관심을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이 시민참여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김용국 영광반핵대책위 국장은 “국내 핵발전소에 대한 조사는 시민사회단체의 주관으로 국회와 시민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한 범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관계자들은 ‘일본 대지진, 핵 사고 피해지원과 핵발전 정책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을 결의했다. 향후 3월 22일 오전 11시에 선언대회를 하기로 했고, 3월 28일 긴급 토론회를 시작으로 4월 26일까지 가칭 ‘핵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세상 만들기 시민행동기간’을 설정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할 예정이다.

한국정부, ‘위험사회’로 질주할 우려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일본 핵 사고 확산에 따른 비통함이 흐르는 가운데 진행됐다. 또 ‘위험사회’란 단어가 회자됐다. 위험사회는 울리히 벡 교수가 1986년 독일에서 출간한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규정한 성찰과 반성이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대형사고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 이론이 주목을 받았다. 그에 따르면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현대인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 그는 근대화발전의 성공에 따른 경제적 풍요를 동반한 대형사건·사고의 위험을 지적했다. 위험사회론은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에 맞춰져야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재난대책과 원전 강국’으로 일컬어지던 일본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위험사회’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 지 우려스럽다.

글 : 권승문 (녹색에너지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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