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유치 반대”, 삼척시민 ‘촛불’ 들다

2011.04.06 | 탈핵

일본 핵 재난으로 누출된 방사능의 여파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절대 안전”하다던 정부의 발표를 믿었던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기존의 ‘핵발전소 확장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 재난에서 알 수 있듯이 핵발전소 사고의 1차 피해자는 해당 지역 주민일 수밖에 없다. 핵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일대는 사고가 수습되더라도 체르노빌 핵 사고 지역에서처럼 수 십 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만큼 현재 국내 핵발전소 가동 지역과 유치예정 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삼척시민, “핵발전소 결사반대”, “원전유치 즉각철회”


▲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합동 미사 및 범시민촛불문화제’가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상임대표 박홍표 신부) 주최로 강원 삼척시 성내동 대학로 공원에서 4일 열렸다

국내에서도 핵발전소 가동 및 유치예정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반핵 여론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핵발전소 유치 예정지 중 하나인 강원도 삼척시 지역주민들이 “핵발전소 결사반대”, “원전유치 즉각철회”를 외치며 ‘촛불’이 들었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합동 미사 및 범시민촛불문화제’가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상임대표 박홍표 신부) 주최로 강원 삼척시 성내동 대학로 공원에서 4일 열렸다.


▲ 이날 행사에는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 일본대지진 핵사고 피해지원과 핵발전정책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70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 일본대지진 핵사고 피해지원과 핵발전정책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70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또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정당대표들이 참석해 힘을 실었다.

이날 행사는 일본 대참사를 애도하고,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조속히 수습되기를 기원하는 천주교 원주교구 합동미사로 시작되었다. 이어 열린 촛불 문화제에서는 인류의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퍼포먼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의 발언, 시민자유발언, 노래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삼척시장은 원전 유치 신청 즉각 철회해야


▲ 박홍표 상임대표는 대표 발언을 통해 정부의 핵 정책 전환과 삼척시의 원전 유치 신청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박홍표 상임대표는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해 핵발전소는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정부의 핵 정책 전환과 삼척시의 원전 유치 신청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또한 “삼척시장은 즉각 원전 유치 신청을 철회하고 삼척시민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며 “교회가 나서서 핵발전소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합동미사에 이처럼 많은 도내 교구 사제가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삼척핵발전소백지화위는 지난 달 31일 핵발전소 유치 관련 주민투표 합의를 기만한 삼척시와 삼척시의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진 바 있다. 김대수 삼척시장과 시의회가 삼척발전소 유치는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일관되게 삼척시민을 속여왔다는 것이다.

삼척시민 반핵 여론 전환 ‘57.6%’ 반대
삼척핵발전소핵지화위는 “이제까지 삼척 핵발전소 유치에 관한 여론은 삼척시와 삼척시의회에 의해 조장돼 왔으나, 일본 핵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침묵했던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 침묵했던 삼척시민들이 반핵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정부의 핵발전소의 정책 고수 입장과 더불어 원전 유치 예정 지역의 ‘찬성’입장이 우세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프레시안의 보도에 따르면, 3월 29일 19세 이상 동해시민 1015명, 삼척 시민 99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벌인 결과 삼척시 응답자의 57.6%와 동해시 응답자의 65.0%가 원전 유치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70%에 달하는 다수의 주민들은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도 ‘원전 반대’ 혹은 ‘재검토’를 요구했다. 삼척의 경우 강원지사 출마 후보가 원전 유치에 ‘반대해야 한다’는 여론은 48.9%, ‘재검토 후에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응답은 20.5%로 나타났고 동해시에서도 각각 52.4%, 23.8%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달 동해시의회에 이어 정선시민연대 등 정선지역 시민단체도 삼척 원전 유치 신청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반대 여론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 행사에 참석한 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촛불을 들고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고 있다

‘동경에 핵발전소를 유치한다’는 발칙한 내용을 담은 <동경 핵발전소>라는 일본 영화는 전체적인 내용이나 구성과는 별도로 고리, 월성, 울진 등 동해안에 집중돼 있는 국내 핵발전소의 문제점, 그리고 멀리 떨어진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의 대부분을 사용하면서도 일본 핵발전소 사고 전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정부 관계자들과 서울 등 수도권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핵발전소 문제는 단지 원전 지역 주민들만의 문제인가. 만약 서울에 핵발전소가 생긴다면? 바다 건너 일본 핵 재난의 여파로 한반도 전역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만약 울진이나 월성, 고리에서 사고가 난다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될까. 그러나 국내 원전 가동이래 이미 사고가 643건, 1·2등급 사고도 13건이나 발생했고, 수리비용만 7천억원에 이른다. 정부의 잘못된 핵발전 정책과 이에 대한 대다수 시민들의 침묵이 부른 참사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지 않는가.

글 : 권승문 (녹색에너지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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