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핵 재난 대책 준비되어 있나

2011.04.07 | 탈핵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이 사고의 범위를 넘어 초대형 핵 재난으로 치닫고 있다. ‘재난 강국’임을 자랑하던 일본에서 발생한 핵 재난은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현 시점에서도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접국가인 우리나라는 핵 재난 대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일본에서 날라 오는 방사능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 것일까?

녹색연합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정보학회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핵 재난 대책 준비되어 있나’를 주제로 지난 6일 오후 2시 배제학술지원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핵 재난 대책에 대한 진단과 한계,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의 입장, 그리고 핵발전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의 행태 비판 등 우리나라 정부의 핵 재난 대비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자리였다.


▲ 녹색연합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정보학회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핵 재난 대책 준비되어 있나’를 주제로 지난 6일 오후 2시 배제학술지원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

녹색연합은 “현재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체르노빌 참사의 3~4배 수준에 이르렀다”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후쿠시마 원전으로 인한 국내 피해 시뮬레이션은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후쿠시마 원전 2호기 노심용융과 풍향이 한반도 방향일 경우 일반 피폭선량은 0.3mSv로서 연간 기준치의 30%에 불과하며 후쿠시마 원전 1, 2, 3호기가 모두 노심용융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일반 피폭선량은 0.9mSv로 여전히 연간 기준치 이하이므로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녹색연합은 이에 대해 “현재상황에서 1, 2, 3, 4호기 모두에서 용융사고가 일어날 경우와 1~4호기 내에 저장돼 있는 354톤에 이르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서 연쇄핵반응이 발생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과연 0.3mSv는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도 주변국의 피폭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며 “0.3mSv라는 것이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며, 인체에 어떤 피해가 갈지는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유럽의 피폭수준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유럽지역의 주요 피폭원인은 세슘 134, 137에 오염된 식품 섭취에 의한 것이 54%, 토양에 잔류하는 방사성물질의 방사선에 의한 외부피폭이 46%였다.

녹색연합은 “유럽의 체르노빌 사고 경험을 볼 때 주요 피폭 경로는 오염된 농식품이 섭취였다”며 “그럼에도 국내 방사능재난 대책은 대부분 방사능 측정과 수입식품검사에 집중되어 있고, 국내 농업부문 대책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체르노빌 사고당시 유럽의 경우 우유와 채소 출하가 금지되었고, 오염된 막대한 양의 우유를 분유로 가공하여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수출했다가 문제가 되어 수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석 위원은 “0.3mSv라 하더라도 이 정도의 오염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독일원전사고시 호흡 및 외부피폭 대비 식품섭취로 인한 피폭비교를 보면, 식품섭취에 의한 피폭 수준이 20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크다”며 “일본 핵 사고의 경우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식품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시 다음과 같은 농업부문 대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구제역의 비극을 겪었는데, 한국이 농작물에 대해 IAEA의 농업부문 대처지침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운영위원장은 “IAEA에서 이런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조차 정부에게서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는 “음식물 섭취와 관련해서는 식품의약안전청에서 방사능 수치 제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낙진 등 재난 발생시에는 교육과학기술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음식 섭취를 제한하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그러나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에 따라 관련기관이 다르고, 유기적인 계획은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부처간 유기적인 협조가 실행될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은 “똑같은 방사능 유출에도 아이들 기준은 달라야 하고, 방사능 기준이 우리나라가 유럽에 비해 높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먹을거리 대책에 있어서도 방사능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 그 기준을 높였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비상시 음식물 수입을 제한하고 대체음식물을 마련해야 하는 데, 대체음식물 대비가 어려울 경우 음식물 섭취 제한 방사능 기준이 높아질 수 있다”며 “현재 일본의 경우 기준치가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김동일 박사는 또한 “지금은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아닌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상황실이 24시간 가동 중이지만, 400여명 인력 가운데 실제 방재인력은 몇 십명이 되지 않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 김용국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국장

김용국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국장은 “정부의 방사능방재계획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현장지휘센터장이 교과부 제2차관이지만, 실질적으로 영광군수가 맡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핵발전소는 지역주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건설됐는데 왜 방사능방재대책을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지원하지도 않는다”며 “교과부가 방재 5개년 계획 세우고 지원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방재 인원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재난관리과 자체를 없애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핵발전 사고와 언론 보도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이진로 영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는 일본 핵 사고가 한반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는 않는다고 했다가 방사능이 검출되면 영향이 미미하다는 등 말바꾸기로 일관하면서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켰고 공포를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네티즌들이 유럽 등 해외 정보를 신속히 전달했다”며 “이런 정보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아닌 시민들에게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뢰하락이며, 정부나 원자력 전문가들은 우월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언론의 경우 원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정부의 입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기능에 그쳤으며, 정부나 전문가들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정보의 소스를 다양화해야 하고 국민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야 하는데 정부의 입장만 반복할 경우 언론의 신뢰성이 손상되고 비판적 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이진로 교수는 또 “예전에는 원자력 등 과학기술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원자력도 사회적 참여를 통한 시민참여 모델로 가야 국민들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다”며 “원자력 전문가들도 진행과정 등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면 문제점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언론의 문제점은 단지 전문성이 부족한 것뿐만 아니라 의제 설정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원전 보도에 관한 모니터링 결과 경향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신문사들은 원자력 안전과 대안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의도적으로 의제설정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히려 정부의 이야기를 더 강조하고 확대 보도하면서 시민들의 합리적인 의문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시민들이 언론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은 “일본 핵발전 사고의 교훈은 예고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위험한 것에 대해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인가 여부”라고 지적했다.

김제남 위원장은 “핵과 안전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지만 위험사회를 사는 지금 상황에서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안전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이 안전대책이 아닌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후쿠시마 사고 장기화에 따른 한국의 대책은 무엇인가를 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 : 권승문 (녹색에너지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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