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아시아포럼참가기 3>히로시마,비키니,체르노빌…되풀이되는 비극

2011.08.19 | 탈핵


행진이 끝나고 시내 호텔의 대형 홀에서 66주년 원수폭금지 세계대회가 시작되었다. 모두들 잘 아는 것처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1945년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이 투하되어 수많은 사상자와 피폭자가 발생했고 일본의 희생자들은 다시는 이런 핵폭탄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년 대회를 열고 있었다. 이 세계대회는 전세계 핵 피해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였는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비키니 섬 핵실험의 피해자, 체리노빌 피해자도 참가해 그들의 소식을 함께 전했다. 대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지역에서 열리지만 올해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계기로 후쿠시마에서 이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엔 후쿠시마 현민들 뿐 아니라 전국각지의 원수폭금지 회원들, 핵발전소 예정지역의 주민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각국의 NGO들이 함께 했다.
500여석이 넘는 홀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홀 밖에 앉았다.


원전반대동맹의 이시마루씨가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후쿠시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을 사례를 들며 소상히 전했다. 피난민의 참상, 장례조차 제대로 치를수 없는 주민들, 방치된 가축들… 그리고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 가동하기로 되어있는 비상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점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제대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발전소주변 주민들은 피난하지 못하고 언론으로 정보를 접한 후쿠시마 현내의 시민들이 오히려 먼저 피난하는 등 정보를 제때 제곳에 제공하지 못하는 무능한 행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가장 민감하게 방사능 피해를 받아들이는 엄마들은 걱정하고 있는데 정책을 주로 결정하는 나이든 남성들은 오히려 두려움없이 피난하지 않는다고 선언. 지역을 지켜야한다며 피난을 못하도록 분위기를 몰고가고 있다고 했다. 또 지역민들이 피난생활을 하며 몸이 아프고 쇠약해지고 있는데 혜택만을 보는 멀리 떨어진 일본인들은 원전유지를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늘어나는 자살자, 노약자의 사망율 증가등 공식 수치에서 제외되는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지, 후쿠시마 현민들의 피해현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곧이어 나가사키에서 온 원폭피해자의 연대발언이 시작되었다.
1931년 나가사키에서 출생한 그는 핵폭탄이 투하되기 전 다른 지역으로 몸을 피했으나 2주후 다시 되돌아가 피폭자가 되었다. 그는 주로 저선량의 내부피폭으로 인한 피해와 피폭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증언했다. “나가사키에서 1만명이 핵폭탄으로 인해 사망했으나 더욱 많은 사람들은 피폭후유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살아야했다. 겉으로는 아무이상이 없어보였으나 무기력하고 오래 집중할수 없으며 면역이 매우 약해 일상생활에 매우 큰 제약을 받아야 했다. 이런 방사능 후유장애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아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거나 차별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핵무기실험 당시 바람방향에 있던 지역주민, 핵무기 및 핵발전소 노동자, 체르노빌사고 피해자등이 모여 이런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핵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1987년부터 세계피폭자 대회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피해는 알려지지 않아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피폭자는 화상환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프랑스에서 실시된 핵실험도 지역주민들에 대한 내부피폭을 인정하지 않아 소송이 진행되었다.”
그는 정부는 공기나 토양등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될때마다 저선량이므로 안전하며, 당장 급성증상이 없으니 괜찮다고 말하고 있으나 몇 년이 지나 입퇴원을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쿠시마산 피망


대회를 마치고 도쿄로 돌아오는 신칸센을 타기위해 후쿠시마역으로 갔다. 역전엔 싱싱한 복숭아를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비싼 복숭아이지만 후쿠시마에서 파는 복숭아는 가격이 아주 쌌다. 그러나 그 복숭아를 사서 먹는다는 것은 우리에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엔 어떤 방사능 물질에 대한 경고나 검사여부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나중에 후쿠시마로 부터 350여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대형슈퍼에서 만난 후쿠시마 산 채소들에도 역시 방사능 검사여부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후쿠시마를 떠난 다음날,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시간당 10시버트, 우리나라 연간허용기준치의 1만배이며, 1시간만 피폭되어도 사람이 즉시 사망할수 있는 정도의 방사능이 측정되었다. 그러나 8월 3일 일본에서 본 뉴스는 시간당 5시버트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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