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사능 아스팔트 처리와 재발방지에 나서야

2011.12.12 | 탈핵

정부가 방사능 아스팔트 처리와 재발방지에 나서야
방사성폐기물 처리는 정부가 해야 할 의무



지난 10월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 도로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량이 검출되면서 일어난 사건이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해결되기는커녕 지역주민들의 불안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노원구는 9일 정당과 시민환경단체, 의료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방사능 아스팔트 처리와 재발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일제히 노원구에 방치돼 있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와 재발 방지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나타냈으며, 일상 속에 퍼져 있는 방사능 오염 실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후쿠시마 핵 사고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진흥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월계동 방사능아스팔트, 중저준위 폐기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자력안전위)는 지난 11월 8일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와 학교주변 아스팔트에서 측정된 세슘의 방사선량 결과를 발표했다. 월계2동 주택가 도로의 경우 방사성 농도는 22.4~29.1Bq/g, 월계2동 학교주변 도로의 경우 1.82~35.4Bq/g의 방사능 농도가 측정됐다.


이는 원자력안전법과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서 세슘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최소농도 기준 10Bq/g의 2~3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또한 월계동에서 철거한 아스팔트의 분량만 320톤으로 알려져 최소수량 기준인 10kg의 3만2000배에 달한다. 원자력안전위도 월계동 방사능 아스팔트가 중저준위 폐기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방사능 피폭량 기준치 이하에 감춰진 ‘꼼수’


그러면서도 원자력안전위는 인근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량은 기준량 이하라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안전위는 측정된 방사선량(1,44~1.9uSv/h)을 연간 피폭량 0.51~0.61mSv로 환산하면서 일반인 연간 피폭허용선량 1mSv보다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원자력안전위는 방사선 노출시간을 ‘매일 1시간’으로 설정해 연간 선량을 계산했다”며 “이러한 설정 근거는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임의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가와 달리 고등학교 인근 도로의 경우 인구와 차량 통행이 많고 상가가 밀집한 구간인 만큼 방사선 노출시간을 ‘매일 1시간’으로 설정한 것은 비상식적이다. 실제 10년을 이곳에서 살았다는 지역주민들은 “24시간 방사능에 노출된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구 주택가에서 검출된 고선량의 방사능의 경우 일본 문부과학성은 연간 피폭선량을 계산할 때 방사선 노출시간을 ‘매일 8시간’으로 산정해 발표했다. 또한 포항의 송도동 도로에서 최고 1.22uSv/h에 해당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되었을 때는 ‘매일 10분’이란 기준이 사용됐다.


방사선 피폭허용치 안전기준이란 없다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운영위원장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운영위원장은 “방사선 피폭허용기준이라는 것이 결코 안전한 기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방사선 피폭에 대해 안전한 수치란 있을 수 없다”며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나 임산부에게는 그 영향이 훨씬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방사선은 ‘인체발암성물질’로 분류되며, 소량으로 장기간 노출되는 만성효과의 경우 세포의 핵에 손상을 주고 다음 세포에까지 손상효과가 전해져 유방암, 갑상선암, 다발성골수종, 폐암 등을 유하고 백혈병 증가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국립과학원 전리방사선생물효과위원회는 방사선의 노출량이 매우 낮더라도 평생 동안 누적되면 암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방사선에는 해롭지 않은 양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양을 구분할 수 있는 분명한 한계선이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일상 속에 퍼져있는 방사능 오염의 위협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이번 노원구 방사능 아스팔트 사건은 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방사능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김제남 위원장은 “정부가 원자력진흥 종합계획과 이에 따른 방사선 및 방사선 동위원소 이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12~2016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30%에 이르는 핵발전소 전력비중을 2030년까지 59%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2002년 ‘방사선 및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진흥법’ 제정 이후 ‘방사선 및 방사선 동위원소 이용진흥계획’에 따라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업체들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2009년 말 기준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업체는 4,157개에 달하며 매년 10%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중 70%이상이 허가가 아닌 신고업체인 것도 문제다.


또한 방사선동위원소 이용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관업업체의 부도 및 파산사례도 늘고 있다. 이들이 부도 및 파산하여 종적을 감춰버리면 방사선물질의 추적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 2007년 신고대상 방사성동위원소 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235개 중 미확인 업체가 118개에 달했다.


원자력안전위는 월계동 주택가 도로 아스콘이 세슘 137에 오염된 원인으로 방사능물질을 함유한 수입재활용고철 슬래그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을 뿐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 수입용 고철이라는 것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며, 그동안 방사성 물질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가를 반증하는 셈이다.


방사성 동위원소 관리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방사능 아스팔트는 정부가 그동안 방사성 물질 관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그간 방사성 동위원소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이며, 이를 막지 못해 비슷한 일이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처럼 그 책임을 노원구에게 떠넘기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억지성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부실한 법 제도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에서 재활용 고철에 대한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내년 7월 발효를 이유로 관련한 규정은 아직 진행되지도 않고 있으며, 재활용 고철이 아닌 다른 통로를 통해 아스팔트에 들어갔을 개연성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동일한 사고 방지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제남 위원장도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은 천연방사성핵종을 포함하는 생활용품, 태양 및 우주로부터 입사되는 방사선, 국내 또는 국외에서 수집되어 판매되거나 재활용되는 고철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등의 관리에 초점이 두고 있어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무적방사능(안전규제를 받지 않거나 규제범위를 범어나 관리되지 않는 방사선원)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가 방사성폐기물 처리해야


우원식 민주당 방사능 폐아스콘 진상조사 위원회 간사

원자력안전위는 방사능 아스팔트를 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인정하고 그 원인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원구를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로 규정하려고 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녹색당 사무처장 하승수 변호사는 “세슘아스팔트가 저준위 핵폐기물로 분류되었는데도, 정부를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원자력안전법 등에 의해 방사능을 관리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중앙정부가 그 책임을 노원구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민주당 방사능 폐아스콘 진상조사 위원회 간사는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한 장소로 이전해 격리 보관해야 하는데, 중앙정부는 발생주체 확인 이전에 안전한 작업장과 방사성폐기물 보관장 확보 조치를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저분위 방사성폐기물 인도규정(원자력안전위 규정)과 방사성폐기물 인수방법 등에 관한 규정(지식경제부 고시)에 따르면, 핵폐기물은 안정적인 용기에 포장되어 있어야 하며, 이는 비가연성 재질로 되어 있어야 한다. 이헌석 대표는 “누군가 이 아스팔트를 200L 표준 운반용기에 나눠 담아 밀봉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것은 비용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방사능 아스팔트를 처리하는 비용은 1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 간사는 방사성폐기물질의 선별, 감량하는 작업 및 방사성폐기물 임시보관 등 폐기물 처리에 소요되는 일체의 비용은 우선 국가에서 부담하여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폐기물 발생 주체가 명확히 확인되면 최종 정산하는 ‘선조치 후정산’ 방식을 제안했다.


정부의 무대책,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위협하는 행위


녹색당 사무처장 하승수 변호사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은 “정부는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되고 세슘아스팔트가 얼마나 퍼져 있는 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원인과 실태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책임함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헌법위반’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에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는 방사능으로부터 시민과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민소송(헌법소원) 원고 모집에 들어갔다.


김제남 위원장은 “방사선 동위원소 관리와 규제정책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업체난립을 부추기는 방사선동위원소이용진흥법을 폐지하고, 방사선 이용 허가대상 업체에 대한 분기별 검사를 재도입하고, 방사선 규제인력을 현실에 맞게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의 안전과 건강, 우리 아이들의 방사능오염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생활 속에서 확대되고 있는 방사성물질 이용실태와 오염실태를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국민소송(헌법소원)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함께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자력진흥에 종속되어 있는 방사능 안전 규제 업무와 인물을 혁신하고, 생활 속 방사능 오염을 확산하고 있는 원자력진흥계획과 방사성 이용 진흥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결국 방사능에 무대책인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방사능의 근본원인인 핵발전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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