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세상, 여성이 나서자

2012.02.28 | 탈핵

핵 없는 세상, 여성이 나서자
27일 핵 없는 아이들의 미래, 여성의 삶을 위한 대화마당


27일 ‘핵 없는 아이들의 미래, 여성의 삶을 위한 대화마당’이 여성과 환경, 생협단체 관계자들과 하자센터작업장학교 학생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동 카톨릭회관에서 열렸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세계적인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확대해 온 강대국들. 그리고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수사를 이용해 비효율적인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노리는 있는 국가들. 체르노빌과 스리마일, 후쿠시마 핵 재앙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핵발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들. 국가주도의 대규모 위험 산업을 육성하면서 그 피해에는 눈 감는 정부 관료들과 이익에만 관심 있는 대기업들. 그리고 정부와 대기업에 빌붙어 국민을 현혹하는 데 여념이 없는 핵 관련 학계 교수들.


이들의 공통점을 키워드로 꼽아보자면, 전쟁, 폭력, 패권, 국가, 대기업, 대규모, 비민주성, 소통불가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키워드의 공통점을 ‘남성’이라 규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주체가 ‘남성’이라고 가정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적어도 핵발전소와 이로부터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이 생명과 평화의 질서를 파괴하고, 아이들의 미래와 여성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핵 정책 추진은 ‘남성’, 피해는 ‘여성’


27일 ‘핵 없는 아이들의 미래, 여성의 삶을 위한 대화마당’이 여성과 환경, 생협단체 관계자들과 하자센터작업장학교 학생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동 카톨릭회관에서 열렸다.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 여성의 반핵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핵에 대해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들이 핵 정책을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방사능에 따른 유방암 발병률 상승 등 여성들이 더 큰 피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핵발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정부와 남성들은 대규모 발전 단지를 조성하려 해 환경 파괴 우려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핵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여성들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과 청년·청소년 세대 함께 해야”


김희옥 하자센터작업장학교 학교장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반핵운동이 활발한 오사카 시가현에는 여성 시장 등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비율이 높다”며 “30년 전부터 이어져 온 호수 지키기 운동이 후쿠시마를 계기로 반핵운동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탈핵으로 가기 위해서는 핵 문명 자체를 졸업해야 한다”며 “지구를 갉아먹는 애벌레인 핵 문명에서 살 것인지, 아니면 나비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옥 학교장은 이어 “세대간 연대가 안 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여성과 청년세대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미숙 한살림 성남용인생협 이사장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켜내기 위해 ▲먹을거리 방사능검출기준 강화 ▲아이들 음식에 대한 강화된 대책 ▲농산물 산지 보호 등 농업대책 ▲핵 오염 원재료 기준 마련 및 수입규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핵발전은 이웃과 미래세대에 못할 짓하는 것”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위원장은 ‘생명’과 ‘협동’, ‘전환’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핵은 생명의 본질인 협동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핵이 아닌 에너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연대의 원칙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제남 위원장은 이어 “연대의 첫 출발은 고통받는 이웃을 생각하며, 이 땅에서 다시는 후쿠시마 핵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타지역보다 높은 갑상선암 발병률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과 밀양 송전탑을 막기 위해 분신한 어르신 등 고통받는 이웃을 알아야 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제남 위원장은 또 “도쿄 세타가야구 자치구 여성들의 ‘세타가야구로부터 일본을 바꾸자’는 운동처럼 우리도 내가 사는 곳과 현장에서부터 춤추고 노래하며 저항하는 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탈핵에너지 교수모임의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핵발전은 미래세대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이며, 이는 윤리적인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핵 없는 아이들의 미래, 여성의 삶을 위한 대화마당에 참석한 여성, 환경, 생협단체 관계자와 회원, 하자센터작업장 학교 학생들은 3월 10일 후쿠시마 1주기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인다. 이후 여성과 청년, 청소년 세대가 함께 탈핵을 위한 모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권승문(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오마이뉴스에 중복게재됩니다.(관련기사)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