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비극은 다시는 되풀이되어선 안 됩니다.

2016.03.11 | 탈핵

논평제목160311

겨우내 움츠려들었던 땅이 깨어나고,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봄입니다.

꽃이 피고,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나옵니다.

너무나 행복하고 생명이 마음껏 그 기운을 뽐내는 봄의 어느 한 날, 한순간 생명이 스러지고, 희망이 꺽이고, 미래가 사라졌습니다.

5년 전 오늘.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났습니다. 그리고 30년전 4월 26일.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수십 만의 주민들이 피난길에 올랐고 반경 30킬로미터의 땅은 아무도 살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으며 사고의 영향으로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 두 곳,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주민들에게 봄은 악몽 그 자체입니다. 가족과 고향과 이웃을 잃은 슬픈 봄입니다.

30년이나 지난 체르노빌 핵사고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후쿠시마 핵사고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핵 사고에 과거란 없기 때문입니다. 두 사고 모두 사고수습이 안되어 방사능은 여전히 누출되고 있고 누출된 방사능의 죽음의 위력 역시 수 백, 수 만년간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합니다. (세슘 반감기 30년, 플루토늄 반감기 2만년)

체르노빌에는 사고당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엄마뱃속에서, 자라면서, 방사능의 영향을 받아 생명의 위협을 받고, 심각한 질병에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후쿠시마를 떠났던 피난민들은 후쿠시마로 다시 돌아가라는, 그렇지 않으면 지원을 끊겠다는 일본정부의 협박에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일본 평균보다 12배나 높은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병율도 핵사고 때문이 아니라고 하고, 작년부터는 핵발전소 재가동도 시작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를 일으킨 러시아도 피해수습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떠맡긴 채 전 세계에 핵발전소를 수출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두 나라를 보며,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각종 사건사고가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상상할 수 없었던 원자력 발전소의 불량부품 비리사건, 사건·사고의 은폐,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피해와 해초·해역의 방사능 오염.

생명이 움트는 봄. 지구를 생각하자는 지구시간(3월 마지막주 토요일, 지구촌 불끄기), 지구의 날(4월 22일)도, 환경의 날(6월 5일)도 모두 봄에 있는 환경기념일입니다.

모두가 지구와 생명과 녹색을 생각하는 때에 인류 최악의 핵사고 두 번의 기억이 끼어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지구를 생각할 때 핵사고의 위험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반드시 지난 사고로부터 깨우쳐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이제. 또 다시. 다짐합니다.

녹색연합은 고통받는 지역의 주민과 연대하고, 전국 곳곳의 마을에서,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핵에게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를 만드는 길을 쉼없이 가겠습니다.

생명을 사랑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우리 모두의 마음으로 함께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모든 생명을 위로합니다.

2016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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