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발전이다! – 전기밥솥의 불편한 진실

2012.08.16 | 탈핵

한국인의 주식은 역시 ‘밥’이지요. 집과 식당, 어디를 가도 전기밥솥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국의 전기밥솥에 대한 사랑은 ‘특권층’만이 해외여행을 하던 시절인 80년대, 일본을 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 ‘코끼리 밥솥’을 들여오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짓는다’라고 할 정도로 적당한 물 조절과 불의 세기 등 여러모로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밥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자동화하고 기능도 다양하게 만들어, ‘부엌의 혁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게 기특한 전기밥솥이 숨기고 있는 불편한 진실,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냉장고보다 더 많은 전기 먹는 하마~



처음 전기밥솥의 주 기능은 밥을 빠르고 쉽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뚜껑만 열면 언제나 따뜻한 밥을 제공해주는 밥솥의 보온 기능에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기 힘든 날이 많아질수록, 말없이 늘어나는 밥솥모니터의 보온시간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전기 사용량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1회 취사시 전력사용량 : 990Wh
  1시간 보온시 전력 : 51Wh


하루에 한 번 밥을 지을 경우 한 달간 전력사용량은 약 29kWh (990Wh×30번=29,700Wh)이더군요.
취사시 외에는 대부분 보온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간 보온에만 사용하는 전력사용량은 약 35kWh (51Wh×690시간=35,190Wh)입니다.







  한달간 전기 밥솥 전기 사용량
  29kWh(취사시)+35kWh(보온시)=64kWh


한 달간 밥솥의 전기 사용량은 64kWh.
3~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전력사용량이 300kW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기밥솥으로 1/5 이상을, 심지어 냉장고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는 이 불편한 진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전국 1400만 밥통이여, 발전하라!
국내에는 몇 개의 전기밥솥이 사용되고 있을까요? 2010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1735만9000가구가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밥심’을 책임지고 있는 전기밥솥, 한가구당 한 대씩은 있겠지요. ‘5가구당 1가구가 1인 가구로 집에서 밥을 짓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약 1400만가구가 1년간 취사를 제외한 보온기능 만 사용할 경우 사용하는 전력량을 계산해 보았습니다.(수많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전기밥솥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35kWh(1달 보온시 전력사용량)×12개월×14000000가구= 5,880,000,000kWh


무려 약 58억8천만kWh랍니다. 노후한 고리 1호기의 연간 생산량은 약 47억kWh.











  국내 전기밥솥 보온기능 사용시 1년 전력 사용량 약 5,880,000,000kWh
V
  고리 1호기 1년간 전력 생산량 약 4,700,000,000kWh


전국 전기밥솥의 보온기능 만으로 핵발전소 1기 보다 많은 전력량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기밥솥은 우리가 먹는 밥 뿐 아니라 지구도 오래오래 보온해왔다는 사실 역시 새삼 깨닫습니다.
진실은 불편하지만 때로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거꾸로, 우리는 밥통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전기밥솥으로 발전하기! 시작해볼까요?
☆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 만큼만 밥을 지어요.
☆ 보온기능 대신 냉장고에 남은 밥을 넣어뒀다가 먹을 때 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어요.
보온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고리1호기보다 더 많은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번거롭지만, 한 번, 두 번 실천하다보면 핵 없는 세상에 한걸음 가까워집니다. 


 


김세영(녹색에너지디자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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