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시민 안전은 뒷전, 제 식구 감싸기의 아수라장이 된 핵산업계 짬짜미를 규탄한다!

2017.02.21 | 탈핵

대전no핵

국민 안전을 흥정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시민 안전은 뒷전, 제 식구 감싸기의 아수라장이 된 핵산업계 짬짜미를 규탄한다!

지난 2월 9일 내부고발로 밝혀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불법행위는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방사선관리구역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을 뒷산에 불법 매립한 사례, 장갑・비닐 등을 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한 사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한 물(방사능 오염수)을 무단 배출한 사례, 폐기물 소각 시설에서 허가받지 않은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해당 시설의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기록을 조작한 사례 등이 내부 제보로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핵발전과 관련한 연구 및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한국핵산업계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경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소나 고준위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를 수백 년에서 수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최종처분시설을 연구하는 곳이고, 차세대 원자로의 안전성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이런 것쯤이야 하는 안전 불감증이 상시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전 시민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분노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국한된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짐작에 불안에 떨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관리・감독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불법 사례들을 놓고, 처벌수위를 흥정했다는 사실이 또다시 내부고발로 드러나면서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관리・감독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국내 유일의 규제기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손과 발 역할 뿐만 아니라, 안전규제와 관련한 정책을 생산하고 검증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핵산업의 진흥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두 기관이 시민 안전은 뒷전에 둔 채 제 식구 감싸기의 짬짜미를 했다는 사실은 국민안전을 담보로 자기 뱃속만을 채우려는 핵산업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핵산업계를 둘러싼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핵발전의 진흥과 규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몇 안 되는 대학교나 대학원 출신의 동문들이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0여 년을 얼굴 맞대고 지낸 사람들이 한쪽은 한국수력원자력이나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핵발전의 진흥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다른 한쪽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규제 기관에서 일하는 현실에서 정말 도덕적으로 뛰어난 몇몇을 제외한다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안전과 관련한 전문지식의 생산은 전문가가 하더라도 그것이 현장에 정확하게 적용되는지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매뉴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분야에는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규제기관의 건강성을 되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리고 진흥과 규제의 긴장관계를 되살려 무너진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지금 드러난 현실이 원자력연구원에서만 일어났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유사한 일들이 핵발전소에서도 벌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핵발전소에서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왜냐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면 지금 당장 사고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문제를 일으킨 것과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했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형식적, 폐쇄적으로 운영해오며 발생한 불법행위를 그들 스스로 자체 검증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또다시 국민을 상대로 위험천만한 도박을 하겠다는 말과 같다.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그 산하조직인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맡길 수 없다. 국회는 원자력연구원을 포함해 국민의 안전을 두고 흥정했던 규제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리・감독이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지역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민간환경감시기구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명문화하는 방안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2017년 2월 21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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