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탈핵운동이 끝나지 않은 이유

2020.04.19 | 탈핵

“늦어도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 정부가 내린 결정이다. 탈핵 운동은 독일 내에서 그 소임을 다한 것일까? 탈핵을 결정한 이후에도 독일 전역에서는 매주 탈핵 집회가 열렸다. ‘지금 당장 모든 핵발전소를 멈출 것’을 요구하거나 ‘2015년 탈핵 로드맵’을 제시하는 그룹 등 독일 내 탈핵 운동의 목소리는 다양했지만, 공통된 목소리는 “2022년 탈핵은 너무 늦다, 더 빨리 핵발전소를 꺼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고작 2082년에야 모든 핵발전소의 운전을 멈추는 로드맵에 탈원전이란 말을 허용하는 판이지만, 이들은 2022년 탈핵을 두고도 부족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신한울 3,4호기 사업을 재개시키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 역시 2022년까지 가동이 기약된 6기의 핵발전소 수명을 연장하려는 세력의 로비는 여전하다. 물론 독일에서 2022년 탈핵이 뒤집힐 리는 만무하다. 탈핵을 원하는 다수시민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2022년 모든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춘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현재도 독일 내 우라늄 농축 시설과 연료집합체 공장의 운영 허가는 ‘무기한’이다. 2022년 독일 내에서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춰도 이곳 시설에서 농축된 우라늄은 인근 국가의 핵발전소로 이송된다. 핵발전을 하지 않더라도 자국 내 시설에서 우라늄이 농축되어 인근 국가의 핵발전을 위해 쓰이는 것이다. 독일의 환경단체들은 조속히 핵발전소를 폐쇄함과 동시에 핵발전 관련 시설 역시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해외 반출과 재처리에도 반대한다. 도쿄 올림픽을 ‘방사능 올림픽’이라고 명하며 후쿠시마에서 예정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 개최, 방사능으로 오염된 다른 지역에서의 경기 개최 시도 역시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탈핵 목표 연도를 정했다는 이유로 탈핵 운동이 끝날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핵폐기물 때문이다. 독일의 2022까지 운영이 보장된 6기의 핵발전소에서는 여전히 핵폐기물이 나오고 있으며, 독일 역시 핵폐기물 최종처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핵폐기물 최종처분장 문제로 수십 년간 지난한 논쟁이 있었다. 2031년까지 고준위 핵폐기물 최종처분장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최종처분장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 없이 ‘정치적으로만 최적’인 장소로 결정되는 것에 반대한다. 물론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만의 처분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동을 멈춘 핵발전소는 그 자체가 수천만 톤에 이르는 초대형 핵폐기물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전까지 역시 핵발전으로 인한 문제와 그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독일의 탈핵 운동이 2022년 핵발전소 가동 중단이란 시점에서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이는 핵발전 자체가 태생부터 안고 시작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인류역사상 수십 년에 불과했던 핵발전은 세대를 거듭한 후 구글 혹은 그 어떤 검색수단에서 먼 과거의 문명 중 하나로나 인식될 법한 유물이 될지라도, 그 잔재는 결코 지울 수 없는, 겹겹의 방호벽으로도 범접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유산이다. 이러한 치명적 유산을 우리는 지금도 핵발전을 통해서 남기고 있다. 이를 서둘러 꺼야 하지 않겠는가

글쓴이 :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에너지전환팀장.

탈핵신문 2020년 4월(76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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