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북한주민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2010.03.09 | 탈핵

녹색평화공존을 위한 남북 재생가능에너지 협력의 필요성과 가능성

2010년 북한의 혹독한 겨울

이번 겨울은 정말로 추웠다. 서울에 104년 만의 폭설이 내렸고,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이 잦았다. 한반도에 내린 폭설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도 온통 하얀 눈에 덮여 있다. 남한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난방비는 걱정이지만 추워도 난방을 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보냈을까? <좋은벗들>에 따르면 평양에서 노인들이 추위를 피해 지하철에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센터(PINTEC) 조정관인 코시마 베버 류는 북한의 에너지 사정에 대해 “1W의 에너지는 한 방울의 피와 같다.”라는 구호가 있을 만큼 심각하다고 전한다. 2008년 남한의 1차 에너지 소비량은 240,752 TOE(석유환산톤)인데 비해 북한은 16,980 TOE 밖에 되지 않는다. 남한의 에너지 소비량의 14분의 1에 불과하고, 경상남도 소비량보다 적다. 발전량은 제주도만큼도 안 된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보니 공장이나 기반시설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고, 북한 주민들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도 난방은 꿈도 못 꾼다. 주민들은 배급이 끊겨버려 민둥산에서 겨우겨우 땔감을 조달하거나 탄광에 불법 갱도를 파 석탄을 훔치고 있다. 밥 지을 연료도 부족해 한꺼번에 밥을 해두고 여러 날에 거쳐 먹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춥고 배고픈 것만큼 견디기 힘든 것이 어디 있을까? 한반도라는 한 공간에서 남쪽은 한겨울 아파트에서 반팔을 입고 지내는데, 북쪽은 밥을 할 연료조차 부족하다. 남과 북이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북한 에너지난 – 재생가능에너지가 답이다

북한의 에너지 수급은 1990년까지는 양호했다. 통계를 보면 1990년 북한의 1인당 발전량은 2,500kWh로 남한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1년 소련 해체에 따른 오일쇼크로 석유, 전력, 석탄 공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1995년과 1996년 연이은 대홍수로 송배전 인프라가 망가졌고, 탄광은물에 잠겼으며, 수력발전은 토사 때문에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도 1차 에너지 소비량이 1990년(23,963TOE) 수준의 70%에도 못 미친다.
북한은 현재 석탄(66.2%), 수력(20.7%), 석유(5.7%), 기타(7.4%) 부문에서 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2008년). 석탄 의존도가 높고, 전기는 수력과 석탄화력 발전에서 생산한다. 전력생산의 55%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겨울철 결빙기간 동안 전력난은 더욱 심각해진다. 전력시설은 낙후해 고장이 잦고, 전압도 불안정하다. 그러다보니 주요시설과 산업에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지역은 자체적으로 전력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만성적인 에너지난에 시달리며, 에너지 인프라는 낙후했으며, 석탄과 수력에만 의존하는 북한의 에너지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남한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해법으로는 경수로 2기 건설과 200만kW 전력송전 방안이 있다. 북한에 2기의 경수로를 건설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은 북한의 핵개발 선언과 북미관계 악화로 2006년 공식해체되었다. 10년 동안 15억6,2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에 1kW의 전력도 지원하지 못했다. 2005년 남한 정부가 발표한 200만kW 대북 송전도 막대한 송배전 설치비용과 전력 발란스 조정 문제, 북한 전력생산량의 절반을 남한에 의존하는 방식 등으로 인해 추진되지 못했다.
두 가지 방식은 결과적으로 실패하기도 했고, 애초에 북한에 적합한 에너지 지원 방식이 아니었다. 지금 북한에 필요한 에너지는 건설하는데 5~10년이 걸리는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소가 아니라 당장의 생존을 위해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어야 한다. 경제난이 심각해 에너지원을 계속 구매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추가연료 비용이 들지 않아야 한다. 에너지를 대량으로 수송하거나 송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소규모 분산형으로 지역에서 생산해 바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재생가능에너지에 있다.  풍력발전은 독일과 덴마크에서 화력발전에 맞먹는 경제성을 가지고 있고, 태양광 발전과 바이오매스 에너지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자원량 조사가 되어 있다면 태양광발전은 하루, 풍력발전은 6개월 이내에 설치할 수 있다. 태양과 바람과 같은 자연자원을 활용해 고갈의 우려가 없고, 연료비도 들지 않는다. 경수로 개발에 쏟은 돈을 태양광, 풍력, 소수력, 바이오매스에 투자했더라면 북한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벌써 공급받고 있었을 것이고, 북한의 에너지난은 지금처럼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남북상생’ 전략

그렇다면 남북에너지협력에서 재생가능에너지는 왜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었을까? 바로 남한의 에너지체제가 대형 원자력과 화석에너지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원자력과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책과 에너지 산업,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재생가능에너지의 진입 자체를 막고 있다.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는 원자력발전소를 꾸며주는 ‘꽃 장식’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에너지난을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해결하면 남과 북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남한 정부가 북한에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시설을 보급하게 되면, 정부는 기왕 투자해야 할 대북에너지 지원 예산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게 되고, 국내 관련 산업은 정부지원을 통해 경쟁력도 갖추고,   북한이라는 거대한 수요처를 확보하게 된다. 북한은 지속가능한 소규모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수 있고, 남한은 남한대로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육성을 통해 기술향상과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중소기업 위주로 형성되어 있어서 경제파급 효과도 높다.
북한도 재생가능에너지에 관심이 많다. 2006년 북경에서 열린 동북아 에너지 협력 회의에서 북한 대표는 “화석연료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1지역 발전소’ 정책을 펼치고 있고, 군 단위 에너지 자급을 위해 산림 농업연료 활용, 중소수력 개발, 풍력, 조력, 태양광 발전 등을 추진해왔다. 2005년까지 6,800여개의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해 총 47만kW의 발전용량을 갖췄다. 중소형발전소는 낙차 조성이 가능한 계곡 하천과 수로 등에 소규모 발전기를 설치해 공공기관과 가정 조명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분뇨, 옥수수대에서 얻은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는 풍력발전이다. 북한에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50W급, 1KW급 등의 소규모 풍력발전기가 약 1,000개 정도 설치되어 있다. 현재 풍력발전으로 생산하는 총 에너지량은 3MW(2004년)이고, 2020년까지 풍력발전 규모를 500MW까지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 재생가능에너지 공급 시나리오

북한 에너지 위기 극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에 대한 긴급 에너지 지원이다. 에너지 기본권 확보 차원에서 보육시설과 병원에 필요한 에너지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 2.13 합의에 따른 중유 100만 톤 상당 비용(3,100억원)을 풍력발전으로 제공할 경우, 남한이 국산화에 성공한 750kW급 풍력발전기 243기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TOE 환산 기준으로 중유 100만 톤의 1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중유는 한번 사용하면 사라지지만 풍력발전기는 20여년 이상 꾸준히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소규모 풍력발전은 군용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유용하다.
다음 단계로 민간 수송부분 부족분을 풍력, 소수력, 바이오매스를 배합해 해결(2,500천MWh)할 경우 20년 누적 사용 기준으로 1~2조원의 비용이 든다. 같은 용량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유연탄발전소는 1조7천억, 원자력 발전소는 1조 4천억이 든다. 그러나 재생가능에너지는 건설기간도 짧고 송배전망 추가 건설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산업부문이다. 이 부문은 노후설비 개보수,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지역 분산형 시스템 강화, 소규모 화력발전소 건설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에너지 경제연구원의 정우진 박사는 북한의 기존 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성능을 개선해서 현재 가동률을 25% 올리면 200만kW의 생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대한 재생가능에너지 공급 시나리오는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계획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

제 2의 햇볕정책을!

남북 에너지 협력의 장기적인 목표는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에너지 생산을 늘려가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에너지 협력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한다는 대전제에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 전략물자 지원금지 해제, 남북 에너지 산업 교류 협력, 예산 확보 등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야 하고, 민간차원의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프로젝트를 허용해야 한다. 당장 밥 지을 연료가 부족한 주민들에게 기존의 태양광조리기에서 효율을 엄청나게 개선한 쉐플러 조리기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인 햇볕 정책은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다. 이제는 제 2의 햇볕 정책을 펼쳐야 한다. 바로 태양으로 상징되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남북 협력’ 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국제정치적, 안보적으로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평화의 에너지’이다. 지금 당장 에너지 기근에 시달리는 북한주민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생명의 에너지’이다.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환경적인 에너지’이다. 지역별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이다. 남북이 함께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경제적인 성과를 나눌 수 있는 ‘경제 에너지’이다. 남북 에너지 협력의 주인공은 ‘재생가능에너지’가 되어야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족화해’ 2010년 3-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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