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핵발전소의 위험

2011.03.17 | 탈핵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원전 4기가 폭발했다. 안전신화를 자랑하던 일본 핵발전소 폭발로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6.5 규모의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이런 규모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 정부의 대답이다.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예상하지 못한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어떤 재앙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줬다. 정부의 설명은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핵심을 속시원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문제는 또 하나 있다. 과연 설계대로 핵발전소가 건설되었는지 하는 부분이다. 1994년 49곳의 불법 용접을 확인해 배관을 교체한 영광 3·4호기 사례, 1999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기술자가 국감에서 증언한 울진 핵발전소 1호기의 불법 용접 사례, 2002년 증기발생기의 재질인 인코넬(Inconel)-600의 결함을 알고도 이를 재료로 사용해 발생한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 사례 등은 설계와 시공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설계대로 건설되지 않은 핵발전소는 평상시에는 사소한 것으로 무시하며 가동할 수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운영해왔다. 그러나 만약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 발생한다면, 이 사소한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위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모두 냉각 계통과 관련된 부분이다. 후쿠시마 핵발전 폭발 사고도 냉각용수가 공급되지 않아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두려운 현실이다. 정부는 이런 점까지 고려하여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들은 냉각수가 전혀 공급되지 않아 핵연료가 녹아내려, 원전 자체의 폭발을 막기 위해 바닷물을 주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냉각 계통의 이상으로 해수를 투입하던 배수관마저 막혀 발생한 상황이다. 한번 통제하지 못한 위험이 어떻게 악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참담한 상황이다.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재앙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빌 뿐이다.

우리 정부의 대답이 갖는 의미를 다시 곱씹어보자. ‘예측가능한 위험은 잘 준비하고 있다, 예측가능하지 못한 위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예측가능하지 못한 위험이 일어난다면 그 사고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부가 확답해줄 수 없다는 의미이다. 과학 기술력의 준비 정도를 뛰어넘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일본처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사실을 핵발전을 하는 모든 국가들이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일본이 현재 직면한 핵공포를 언제든 우리도 직면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기에, 지금과 같은 전기 소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의 현실을 함께 지켜보는 모든 핵발전 국가의 국민들은 다시금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깊이있게 성찰해야 한다. 그 성찰을 통해 핵발전 확대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점진적 축소를 통해 완전 폐기로 나아갈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우리의 바람과 상관없이 일본 핵발전소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일본에서 체르노빌 사고가 재현된다면 우리 국민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정부는 상세한 지침서를 작성해 배포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핵심 내용을 알려야 한다.

녹색연합 윤기돈 사무처장(이글은 3월 17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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