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최악의 레벨 7 격상, 원전 안전신화가 만든 인재다.

2011.04.12 | 탈핵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일어나고야 만 것일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한달만에 일본정부는 사고 원전에 대해 국제원전사고 평가등급의 최악의 상황인 7등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피난 구역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자연재해인 쓰나미로 인한 전원공급 중단이 1차 재앙의 원인이지만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재앙을 키운 인재인 측면도 크다. 만약 일부 전문가와 환경운동가들의 제안대로 사고 초기에 원자로 자체를 콘크리트로 덮어 밀봉을 했다면 지금과 같이 공기와 바다로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고 등급도 5단계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와 원전 관계자들이 이러한 근본적 처방을 피한 것은 원전 폐기에 따른 수십조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에 대한 부담과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과다한 원전 안전신화 때문이었다. 결국 일본 정부와 원전당국은 일본 국민들의 생명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다. 그리고 결국 도박에 패해 막대한 비용손실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고 말았다. 후쿠시마 일원은 결국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렸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원전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비단 일본만의 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만약 한국에서 원전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했을까? 일본보다 현명하게 원전을 폐기하고 사고의 확산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대답은 안타깝게도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정부와 한수원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일본보다 낳은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의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이미 도를 넘어서 있고, 한국형 원자로에 대한 과도한 안전신화는 이미 하나의 신앙처럼 되어 버렸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원자력이 일본 것보다 100배나 더 안전하다고 한 말에서 잘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 한국의 원전에서 길로틴 파단사고와 방사능 누출 사고 등 640여건의 크고 작은 원전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를 즉각 공개하지 않고 은폐해왔던 경험을 통해 본다면 한국에서 만약 원전사고가 난다면 일본보다 더욱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를 점검하고 감시할 객관적인 기관조차 하나 없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그 책임을 지고 있지만 이곳은 정부와 한수원의 영향하에 있다. 이곳은 원자력의 안전문제를 감시하기보다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이 최근 일본 사고 이후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를 통해 우리는 한달동안 안전한 원자력(핵)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았다. 남은 과제는 우리의 판단과 결단의 문제이다. 단 한번의 사고로 자국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핵사회로부터의 탈피가 필요하다. 물론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한국에 있는 21개의 원전을 모두 중단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능한 것부터 결단하고 샐행에 옮기자. 우선은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신규원전 건설계획부터 백지화해야 한다. 다음은 30년 이상된 노후 원전에 대해서도 가동중단과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현재 가동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중립적인 감시 기구를 만드는 등 안전장치를 강화하여 운행하고 일정한 시점이 되었을 때 원자력(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의 개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어떤 결정이든 고통과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국토를 후손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처럼 방사능에 오렴된 죽음의 땅을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더 이상 원자력 안전신화를 고집하지 말고 이제 결단을 내리자. 그것이 사고 한달만에 최악의 등급인 레벨7로 격상된 일본 원전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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