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정부 거짓말, 방사능 공포 키우고 있다.

2011.04.13 | 탈핵

방사능 공포, 우리 아이에게 시금치를 먹여도 될까요?

국민들은 방사능에 불안하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 거짓말만 하고 있다. 국내산 시금치와 상추에서도 드디어(?) 방사능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되었다. 삼치와 고등어 등 국내에서 잡힌 어류 8종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 하루만이다. 오늘은 또 어떤 것에서 방사능 물질이 나올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방사능이 검출된 상추와 시금치는 먹어도 될까? 생선은 또 어떨까? 우리 아이가 먹는 우유는 과연 안전할까?

국민들의 불안은 정부의 거듭된 거짓말 때문에 끝없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에 채소에서 검출된 방사능은 지난 7일 내린 ‘방사능 비’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6일 이례적으로 기자 브리핑을 통해 7일 내리는 비에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일본에 비가 오기 때문에 대기중 방사능이 중간에 걸러지고 한반도에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김무성 여당 대표가 나서서 방사능 비가 걱정되어 휴교령을 내린 진보성향의 교육감 등을 ‘불안을 조성하는 불순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런데 우려했던 방사능 비가 내렸고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인 시금치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우리 아이에게 시금치를 먹여도 과연 안전할까?

정상적인 정부였다면 국내외 기상 전문가들이 방사능 비를 우려했을 때 불순세력 운운하지 않고 방사능 낙진에 대한 대응책을 세웠을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유럽 각국은 당시 출하 예정이었던 채소류와 우유제품을 전면 폐기했었다.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었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방사능이 한반도까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결국 한국에도 방사능 낙진이 떨어졌고 당시 우유와 채소를 먹었던 아이들 중 갑상선 암환자가 발생하였다. 나는 이번 한국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렇게 25년전과 똑 같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상적인 정부였다면 당연히 방사성 물질이 채소류에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채소류 출하전에 방사성 검사를 하여 국민들의 불안을 줄여주어야 했다. 그랬다면 국민들이 전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채소류에 대한 불안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하우스 재배를 통한 채소류까지 기피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던 정부 덕분에 결국 하우스 재배 채소류를 포함한 모든 채소류에 대한 불신이 불가피해졌다. 당분간 야채가게를 찾는 손님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 아니 의도된 거짓말이 국민들의 불안을 증폭시켰고, 결국 채소재배 농가들까지 피해를 입게 되었다.

정부의 거짓말은 일본 원전이 폭발한 지난 3월 11일 이후 한달 내내 계속 되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처음부터 믿기 어려운 편서풍 타령때부터 정부의 의도는 눈에 보였다. 일본에서 체르노빌급 사고가 나도 한반도에는 방사능 유입이 없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방사능이 누출되고 우리가 즐겨먹는 고등어와 삼치, 그리고 시금치와 상추 등에서 방사능 물질이 나오고 있다. 왜? 왜 정부는 안전조치를 하기보다 국민들을 속이기에 급급해 하고 있을까?

아마도 국내 원전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줄여보자는 얄팍한 계산이었을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보다 원전의 미래가 더 걱정되었을 것이다. 원전의 안전신화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안전을 돌보는 것조차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되는 대목이다. 이는 일본 정부와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도 똑 같은 모습이었다. 일본 원전사고는 애초부터 7등급 레벨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관방장관은 채소를 먹는 이벤트를 해가면서까지 원전 사고 규모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도저히 수습이 안되자 4등급이라던 사고 수준을 5등급으로, 그리고 마침내 7등급으로 올렸다.

이제 정말 어찌해야 할까?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들에게 시금치와 우유를 먹여도 좋을까? 정말 답답하다. 물론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매일같이 시금치를 60년간 먹어도 안전하겠지! 그러나 이 말을 과연 믿어도 좋을까? 시금치와 상추, 고등어를 한꺼번에 먹으면 어떻게 될까? 그럼 20년이면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공기중에서 흡입되는 방사능까지 합치면 안전성은 얼마로 줄어들까?  속 시원한 답이 없다.

물론 정부 당국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국민 불안과 불신이 정부의 잘못된 정보 전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불안을 줄이려면 정부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때에 공개하여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핵) 마피아들의 입을 빌려 안전성을 말하지 말고 제대로 정신이 박힌 전문가를 내세워 현재 진행형인 원전과 방사능의 안전성 여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신뢰할 수 있고 국민들 불안도 줄어들 것이다.

단 한번의 사고로 후쿠시마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규모 3위인 강대국 일본 전체가 위기에 빠져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이 침몰할 것이란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단 한번의 사고로 전세계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이제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분명해졌다. 더 이상 원전의 안전신화를 고집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신규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당장이라도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부터 폐쇄하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줄 때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도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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