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 이해를 돕는 4종셋트~

2011.04.26 | 탈핵

핵발전소를 이해한다고 쓰고나니, 이해라는 말이 탁 걸린다. 뭔가를, 누구를 이해한다는 것은 ‘1번.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한다’는 뜻 말고도 ‘2번. 잘 알아서 받아들인다’의 의미도 함께 있다. 그런데 핵발전소에 관해선 1번 뜻을 넘어선 2번 뜻까지로 ‘이해’라는 말의 뜻을 확장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어제 한 단체에서 주관한 ‘원전을 멈춰라’를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다녀왔다. 최무영 교수님이 핵에너지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시고, 강양구 기자가 진행하는 자리였는데, 두 분의 여러 이야기와 관점을 함께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한분이 계속 핵에너지가 위험하지 않음을 여러 가지 자료를 뽑아와서 설명했다. 심지어 체르노빌 사고로 죽은 사람은 32명에 불과하다는 자료까지 언급한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발전소 사고가 있는데, 그중 원전 사고는 8건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큰 사고만 따지면 8건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8건이라는 작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핵사고는 1건만으로도 얼마나 위험한지, 그 위험이 세대를 거쳐 지역을 넘나드는 거라는 걸 모르는 걸까, 알고서도 외면하는 걸까?

정부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방사능 괴담을 퍼뜨리고 있고 불온세력 운운까지 하지만, 실제 얼마나 더 심각한 괴담과 잘못된 정보를 정부와 핵산업계에 빌붙어 사는 과학자들이 퍼뜨리고 있는가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제대로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핵발전소를 이해하기 위해서 발전소 측에서 만들어놓은 자료를 들여다보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다. 그런데 대표적인 핵발전소를 홍보하는 곳인 ‘원자력문화재단’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면 엉터리 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어린이용 페이지에 있는 ‘플루토늄은 종이 한 장으로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걸 해석하자면 플루토늄은 주로 알파선을 내기 때문에 알파선은 쉽게 차폐가 가능하므로 종이 한 장 운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핵발전소와 방폐장에서 문제가 되는 플루토늄은 그 차원이 아닌 몸으로 직접 흡입되거나 하는 경우를 말한다. 죽음의 재 플루토늄을 종이 한 장으로 막을 수 있다는 말장난같은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준 그 똑똑한 전문가가 누구일까?

그런데 어젯밤 12시 정도에도 이 문장이 있던 원자력문화재단의 홈페이지에서 오늘 확인하니 이 문장이 사라졌다. 어제  MBN에서 이 문제를 다뤘는데 바로 조치를 취했나보다.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있던 정확한 내용은 ” 일부에서 주장하는 플루토늄은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되어 있고 대기 중으로 나오더라도 쉽게 자연적으로 없어지며, 종이 한장으로도 방사선을 막을 수 있답니다. 또한 플루토늄은 핵연료 속에 갇져 있어 특별한 방법이 아니면 뽑아낼 수도 없습니다” 였다.  종이 한장 운운도 우습지만 반감기가 2만년이나 되는 플루토늄이 자연에서 쉽게 없어진다고 말하는 짓이나, 특별한 방법이 아니면 뽑아내기 어렵다는 것등도 참.. 한심하다. 이러니까 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하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핵산업계가 정상적인 집단이라면 최소한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방사능폐기물의 문제점등을 그대로 드러낸 뒤 그럼에도 이걸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신중한 선택을 이야기하는 게 옳지 않을까? 정부와 과학자, 산업계, 언론이 모두 나서서 무조건 안젆다는 식의 이야기, 나아가 정보를 비틀어가면서까지 안전하다는 원전숭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여하튼 정부도, 원자력문화재단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시민들은 직접 공부할 수밖에 없다. 핵발전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현재와 금쪽같은 내 딸의 미래를 위한 시민의 책임이라는 걸 요즘 절실히 깨닫는다. 사설이 길었지만, 구구절절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그래서 핵발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과 영화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1. 원전을 멈춰라 / 히로세 다카시. 이음 출판사

1990년에 나왔던 ‘위험한 이야기’가 절판된 이후 최근 다시 개정판이 ‘원전을 멈춰라’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오랫동안 책장에서 먼지 쌓인채 꽂혀있기만 했떤 위험험한 이야기를 꺼내 읽으며 저자가 이번 후쿠시마 상황을 정확히 예견하는 것을 보며 섬뜩한 기분이 들어 리뷰를 쓰기도 했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은폐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파헤쳐 도대체 체르노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낱낱이 알리고, 이와같은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리며 특히 일본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을 조목조목 짚은 이 책을 읽으면 핵발전소의 위험성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2.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 김수진,오수길,이유진,이헌석,정용일,정희정,진상현 공저 / 도요새

체르노빌 이후 주춤했던 원자력산업이 ‘기후변화’라는 위기 앞에서 다시 활개를 펴고 있다. 물론 후쿠시마 사고 직전까지의 이야기지만.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가 아니라도 정말 원자력이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한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원자력은 전기만 만들어낸다. 그러나 온실가스배출에서 전력부분이 차지하는 부분은 20%도 되지 않는다. 원자력의 경제성, 안전성, 기후변화기여효과, 지속가능성, 사회갈등 등등에 대한 가장 최근의 이야기를 각각의 전문가들이 상세히 다루고 있다.

3.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 이유진 / 이후출판사

핵에너지를 반대한다고 말하면 핵옹호론자들은 그럼 대안이 있냐고 묻는다. 그런데 나는 대안이라는 건 ‘있고 없고’가 아니라 ‘만들고 안만들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선뜻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핵발전이 멈추면 마치 촛불켜고 살아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인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우리나라에선 1%에 불과한 대안에너지가 어떦게 대안이 되냐는 그들의 생각과 달리, 이미 전세계에선 대안에너지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 더불어 에너지 효율과 절약만으로도 당장 몇기의 핵발소를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안에너지의 흐름을 소개해 주는 책이다. ‘대안’은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겐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증거가 되어주는 책이다.

그밖에 훌륭한 책들

– 다카기진자부로의 ‘시민과학자로 살다’
– 로버트 융크의 ‘원자력제국’
– 강양구 기자의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같은 책들도 정말 좋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절판이다. 도서관을 이용하시길.. 특히 다카기진자부로 박사는 지금 일본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후쿠시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일본원자력자료정보원을 만드신 분이다. 핵물리학자였지만 반핵운동가가 된 전문가이다. 핵이야기도 핵이야기지만 그의 삶을 읽는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4. 영화 도쿄핵발전소

책을 보는 게 어렵고 귀찮은 분들에겐 이 영화를 강추한다. 우나기와 쉘위댄스로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일본의 중년남자배우 ‘야쿠소 교지’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다. 영화는 도쿄한복판에 핵발전소를 유치하자는 도지사의 제안으로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도쿄시청 사람들의 이야기에다

사용후핵연료가 얼마든지 테러의 대상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발전소 문제를 다뤘지만 다큐도 아닌 그야말로 상업영화다. 게다가 너무너무 재미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나면 아,, 핵발전소란 이런 거였구나 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아마 후쿠시마 이전이었다면 봐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이미 우리는 시버트니, 배크럴이니 하는 단어들에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안타까운 건 이 영화가 일본에서 개봉될 때에도 무수한 방해공작으로 인해 제대로 흥행되지 못했고 우리나라에선 아예 개봉조차 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선 감독의 도움으로 환경연합과 반핵운동하시는 김복녀 씨가 배급권을 갖고 있다. 개인에게 영화를 제공하지는 않겠지만, 단체나 그룹이 상영을 요청하면 영화를 구할 수 있다. 꼭 영화만이라도 보시길

정부와 산업계가 뭘 하고 있는지, 어떤 결정을 해서 어떤 걸 추진하고 있는지 몰라도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음 정말 좋겠다.

국민들을 줄기세포 전문가, 광우병 전문가로 만들더니, 이제는 핵발전소 전문가로 만들어놓은 이 시절이 참으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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