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대체 에너지를 말하다

2011.05.07 | 탈핵

한반도에서 약 1200km 떨어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매일 방사능 농도를 확인하게 되고, 방사능비 소식에 야외 활동을 삼가게 된다. 상점에 소금, 다시마, 멸치가 동이 났고, 마트에서는 불안해하는 소비자를 위해 방사능 간이 측정기로 수산물과 채소를 검사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이 모든 일들이 ‘양키 스타디움에 운석이 떨어질 확률보다 낮다’던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문이다.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전력의 34.1%를 영광, 고리, 울진, 월성에 있는 21개의 원자력발전소를 통해 충당한다. 그런데 2024년까지 14개의 발전소를 더 짓고, 그렇게 되면 전력의 절반에 가까운 48.5%를 원자력에 의존하게 된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 2번째가 된다. 앞으로 그렇게 원자력에 의존하는 사회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인지는 지금 우리에게 달려있다. 이 일은 온전히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세대가 일단 원자력에너지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 다음세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 세대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하면, 그 결정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폐기물처리책임은 일방적으로 다음 세대가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소 대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에너지원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바뀌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소비하려는 욕구를 줄이지 않는 한 에너지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절약이 에너지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선택은 전기 소비를 줄여 원자력발전소를 1기라도 덜 짓는 것이다. 우리나라 총 전력소비량은 1990년 94,383GWh였던 것이 2009년 394,475GWh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절대적인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피크관리이다. 전력은 평소에 덜 쓰더라도 최대전력소비량이 높으면, 그 소비량에 맞춰 발전시설을 갖춰야 한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시점은 8월 셋째 주 오후 2~4시 사이로 냉방수요가 매우 높은 때이다. 그런데 2년여 전부터는 전력피크 시점이 여름에서 겨울로 바뀌었다. 이상 한파에 전기로 난방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산업용 전력소비가 증가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전기난방은 참으로 호사스러운 일이다. 석유 10리터로 전력을 생산할 경우, 4리터만 전기로 전환되고 6리터는 사라진다. 거기에다 송배전과정에서 절반이상의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에 석유 10리터 중 1리터만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도 전기로 난방을 하는 이유는 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요금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 필자도 전기요금이 지금처럼 값싸면 좋겠다. 하지만 이렇게 원가이하의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면 유지할수록 전기를 많이 쓰게 되고, 원자력발전소를 짓게 되고, 나중에는 그로인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먼저 가정용 전기가 KW당 98.07원인데 비해, 산업용은 73.69원으로 낮게 측정된 것부터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에너지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원 자체보다는 에너지가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즉 에너지 서비스를 개선하면 적은양의 에너지로도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방 하나를 밝히는 데 썼던 백열등을 에너지 고효율 전구로 교체해 같은 양의 전력으로 방 네 개를 밝힐 수 있다면, 전력소비량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이 곧 에너지 생산인 셈이다. 에너지원보다 에너지 소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어떤 에너지를 ‘쓸 것인가’를 이전에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안 쓸 수 있을까’,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허점이 많은 나라이다. 도심 한복판에 에너지 효율이 낮은 통유리 빌딩과 초고층주상복합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여름엔 온실처럼 뜨겁고 겨울엔 냉기를 차단하지 못하는 건축물의 냉난방을 위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사용하게 된다. 교통부분에서도 국토를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의 도로망을 구축하기 위해 도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도로중심의 교통정책을 펼치면서 고유가에 차량 5부제를 실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도시계획, 건축, 교통, 산업 시스템 전반에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에너지 –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서울사람들은 자기들이 사용하는 전기의 몇 %를 서울에서 생산할까? 0.01%이다. 나머지 99.99%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울진이나 당진, 태안 등 화력발전소가 밀집해있는 충청남도 지역에서 온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에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서울과 경기도의 전력수요 상승은 결국 지역에 더 많은 발전소를 짓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적 부가 수도권에 집중되다보니 가난하고 척박한 지역에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중저준위방사선 폐기물 처분장이나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기 위해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안타깝고 슬픈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에너지 생산에 대해 너무 무심했다. 콘센트에 코드를 꼽기만 하면 전기가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전력 공급을 중앙정부나 대형원자력 화력발전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에너지 계획을 세우고 지역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늘려가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철저한 수요관리를 해야 하고, 다양한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해서 지역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량을 늘여나가야 한다. 이미 작은 실험들이 확산되고 있다. 부안의 등룡마을, 화정마을은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계기로 원자력에너지부터로의 독립을 선언하고, 태양광발전기, 지열, 태양열 등을 활용해 에너지 생산량을 늘여가고 있다. 임실 중금마을, 통영 연대도, 산청 갈전마을도 에너지 자립을 꿈꾸고 있다. 전북 완주와 서울 강동구에서는 학교식당과 음식점, 각 가정에서 나온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사용하고 있다. 안성에 자리 잡은 한경대학은 처치곤란인 축산분뇨를 이용해 메탄가스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꿈의 에너지는 없다

이렇게 전기 절약, 효율개선,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한 지역에너지 체계 만들기가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갈등의 실마리들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노후한 경북 경주 월성 1호기를 수명 연장해서는 안된다. 강원도 삼척, 경북 영덕과 울진 등 추가 원전 부지 선정 작업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원자력 사업을 안전적으로 규제할 독립기구와 이러한 원자력 정책 결정에 지역주민, 시민단체, 정치권, 학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만들어야 한다. 원자력과 에너지 정책을 이제 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챙겨야 한다.

세상 어디에도 인간이 필요한 만큼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꿈의 에너지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원을 찾아 쫓아다니기 보다는 우리가 에너지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되돌아봐야 한다. 새는 에너지를 찾아내고, 보다 잘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자. 위험한 원자력 에너지보다는 착한 재생가능 에너지를 늘여나가자. 무엇보다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원자력의존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가 아무 고민 없이 원자력사회로 내달려갈 때 다시 한 번 멈춰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다. 일본의 원자력 사회가 초래한 비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이유진 (녹색에너지 디자인 팀장)
개똥이네 집 2011.5 예순여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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