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서울시의 ‘핵발전소 1기 줄이기’ 선언

2012.01.11 | 탈핵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도시 서울을 ‘생산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핵발전소 1기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의 전력자립도가 0.03%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전력 소비 증가로 지역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서울시의 이같은 선언은 현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지난 11월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를 도약의 기회로’라고 내건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전력부문에서 핵에너지를 59%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신규 핵발전소 부지 2~3곳을 확보하고, 수명이 끝나는 12개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할 계획이다.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로 핵발전소 1기 줄이기
이는 독일에서 시작되어 스위스, 덴마크, 이탈리아로 확산되는 전 세계적인 탈핵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의 운전기간을 40년으로 법제화 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2050년이면 일본도 ‘핵발전 제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 정부의 핵발전소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우려하면서도 마땅히 의사를 표현할 공간이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의 선언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지자체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2월 23일, 정부는 삼척과 영덕을 핵발전소 신규부지로 선정했다. 이를 둘러싸고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환경단체들은 “30년의 설계수명이 넘어선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핵발전의 단계적 폐쇄를 전제로 한국의 에너지기본계획을 전면 재작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핵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서울시는 핵발전소 추가 건설 대신 에너지 수요 관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서울의 전력 소비량을 지속해서 줄이면 고리원전1호기와 같이 수명을 연장해 불안하게 가동하고 있는 핵발전소도 폐쇄할 수 있다.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를 쓰는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서울시의 ‘핵발전소 1기 줄이기’ 선언은 바로 서울과 지역이 ‘상생’하는 길이다.
핵발전소 1기 줄이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시는 에너지절약, 건물에너지 합리화, 고효율 LED조명 보급,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수송부문 에너지 절약 등을 제시했다.  산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력 소비 대부분이 시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울 시민들이 전력소비량을 13% 줄이면 핵발전소 1기를 멈출 수 있고, 그만큼 핵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된다.
서울시는 이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상업 부문에서 과도한 조명과 전기 냉난방을 줄여야 한다. 개인과 업주의 자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건축물 단열개선사업과 고효율기기 확산 등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에너지저소비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탈핵도시 선언,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어야
내년 이맘때 쯤 서울시의 전력소비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결과가 나온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서울시 공무원과 시민,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적극 참여한다면 핵발전소 1기를 없애고 나아가 ‘핵 없는 세상’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이 서울시 자치구와 타지자체로 들불처럼 번져나가길 기대한다. 모든 지자체가 전기절약, 효율개선, 재생가능 에너지를 결합해 핵에너지로부터 독립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을 통해 탈핵의 비전을 담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 내일신문 <2012-01-10>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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