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9차 전기본의 문제점!

2020.06.04 | 탈석탄

전기를 어떻게 얼마나 만들고, 또 어떻게 공급할 지 결정하는 국가 단위의 기본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 (줄여서 ‘전기본’)!

앞으로 15년 동안의 계획을 아우르는만큼 아주 중요한 계획인데요, 얼마 전 산자부에서 초안을 발표했고 지금 환경부에서는 이 계획이 환경적으로 적정한지 검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 너무 길다… 줄여서 ‘영향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전기본 자체에도, 영향평가 과정에도 문제가 많다고 해서 하나씩 짚어 보려 합니다.

1) ‘과감한’ 석탄발전 감축이라고? NO NO, 기후위기 대응 포기한 ‘무책임한’ 석탄발전 운영!

기후위기 가속의 제1주범 석탄발전! 지금 당장 중단해도 모자랄 판에… 전기본은 지금 새로 짓고 있는 7기의 석탄발전소를 그대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30년 수명을 꽉꽉 채워 가동한 후에야 문을 닫겠다고 합니다. 결국 2050년대 중반까지 석탄발전을 운영하겠다는 건데요! (참고로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한국이 2029년까지 석탄발전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어요.)

전기본, ‘신규 7기 석탄발전사업 전면 취소’와 ‘2030년까지 석탄발전 퇴출’ 정도의 내용은 담아야 ‘과감한’ 석탄발전 감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2) 국제 사회 기준에도 맞지 않고,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지켜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 사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 줄이겠다고 약속 했는데요. 세계에서 7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나라로서,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얼만큼 줄이겠다는 계획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축량이 너무 낮아 1.5도 목표를 지킬 수도 없고, 감축 로드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기본은 그 낮은 목표나마 어떻게 지킬 건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시급성에 비추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한참은 더 올려야 하고, 어떻게 달성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기본에 담아야 합니다!

3)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송전선로 계획!

전기를 먼 곳으로 보낼 수록 여러가지 문제 (환경파괴, 주민 갈등, 전력 손실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전기 수요지 가까이에서 전기를 만드는 ‘분산형 전원’을 늘려야 하는데요. 핵, 석탄 등의 대규모 발전소를 줄이고 지역 곳곳에 작은 태양광, 풍력 발전소를 늘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특히나 더욱 필요한 정책입니다. 그런데 말로는 ‘분산형 전원’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대규모 초고압 직류 송전망 건설 계획을 포함시킨 전기본! 게다가 이 직류 송전망은 아직까지 기술적 안정성도 담보되지 못한 터라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전기본은 초고압 직류 송전망 건설 계획을 빼야 합니다!

4) 위험한 핵발전, ‘점진적’이 아니라 ‘신속하게’ 감축해야 합니다!

전기본에 따르면 2030년이 되어도 우리나라 전기의 3분의 1을 핵발전으로 만들 거라고 합니다. 조기 폐쇄는 커녕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여전히 담고 있는 전기본,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한가한데요. 10만 년 넘게 방사능을 내뿜을 핵폐기물 처리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지금, 더 이상 다음 세대로 피해를 떠넘기지 말고 과감하게 핵발전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5) 두루뭉술~ 근거 없이 대충 만든 느낌적인 느낌의 영향평가!

구체적인 데이터와 근거 없이 추상적인 설명으로 일관하는 영향평가… 예를 들어 미세먼지를 어떻게 줄일 지 밝힌 부분을 보면 “석탄발전 축소, 재생에너지 및 LNG 발전 확대 등 추진”이라고만 하는데요. 온실가스 감축도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부합한다”고 할 뿐, 그 근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세먼지든 온실가스든, 어디서 얼만큼 줄일 지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환경부는 6월 내로 전기본에 대한 영향평가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렇게 내용이 부실한데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죠?

환경부는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반려”해야 하고,

산업부는 전기본 내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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