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신규 석탄발전사업, 이대로라면 탄소 예산 3배 이상 훌쩍 넘길 것

2020.07.24 | 탈석탄

신규 석탄발전사업, 이대로라면 탄소 예산 3배 이상 훌쩍 넘길 뿐 아니라 전기 소비자에 비용 전가될 수 있어

– 그린뉴딜 시대에도 계속되는 신규 석탄발전 사업 문제점 짚는 토론회 국회에서 열려

– 유럽 기후과학 정책 연구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파리협정 준수 위해 한국은 2029년까지 석탄발전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

– 유럽에서는 이미 경제성 잃은 지 오래, 이제는 발전 사업자가 알아서 발 빼고 있어

– 투자 리스크 무시한 채 신규 석탄발전사업에 무모한 투자 강행한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실책이 전기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어선 안 돼

어제 (23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그린뉴딜 시대, 신규 석탄화력 사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앞세운 한국판 뉴딜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와중에도 삼척, 강릉, 고성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은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의 기후과학적, 환경적, 재무적 문제점을 짚어보고 사업 추진 타당성을 재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첫 번째 발제는 독일 베를린에 소재한 세계적인 기후과학 정책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 선임연구원인 우르술라 허트필터가 맡았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 2월 한국어로도 번역 발간된  ‘탈석탄 사회로의 전환 –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탈석탄 경로’ 보고서를 통해 파리협정 목표(지구 기온 상승폭 2도 이내 억제 및 1.5도 이내 제한을 위해 노력) 달성을 위해서는 한국이 2029년까지 탈석탄을 이뤄야 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토론회에서 허트필터 선임연구원은 특히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마저 가동할 경우 국내 석탄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협정에 기반한 탄소 예산의 3.17배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신규 석탄발전소의 좌초자산 위험 역시 막대할 것이라 덧붙이며, 이제는 정부가 산업계에 분명한 (탈석탄) 정책 신호를 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허트필터는 석탄발전으로부터의 정의로운 전환이 비단 기후변화 완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기질 향상,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 에너지 수입 의존도 경감 등 한국에 보다 폭넓고 다양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비욘드콜 유럽 (Europe Beyond Coal)의 카트린 구트만 이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갈수록 낮아지는 경제성의 문제 때문에 유럽 내에서는 석탄발전이 자연스레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유럽의 현황을 소개하였다. 비욘드콜 유럽은 유럽연합이 적극적인 탈석탄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촉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연합이다. 구트만 이사는 특히 석탄발전의 경제성 하락에 따라 민간 발전 사업자들이 석탄 사업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유럽각지에서 신규 석탄발전 사업이 좌초된 사례를 소개하였다(아래 표 참조). 대표적인 사례로 2009년에 건설 계획이 시작된 폴란드 오스트로웽카 지역의 발전소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결국 최근에 사업이 전면 백지화 되었다. 구트만 이사에 따르면, 2020년 7월 현재 기준으로 유럽 내 탈석탄 선언을 한 국가는 15개에 달하며 독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2030년 이전에 탈석탄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이미 탈석탄 선언을 했던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은 탈석탄 시점을 5년 이상 앞당기기도 했다. 

[참고: 표 | 유럽 내 조기 폐쇄 또는 사업 전환 논의 대상 신규 석탄발전사업]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는 한국의 신규 석탄화력 추진 관련 현황을 소개하며, 빠른 탈석탄 추진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투자를 계속해온 공적 금융기관의 실책을 지적하였다. 국내 진행 중인 4개의 신규 석탄발전 사업은 현재 사업비만 평균 5조 원대에 달하는데, 이중 80% 가량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PF)을 통해 조달 받고 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PF 대주단 참여를 통해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은 애초부터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투자비 보전이 불확실한 점을 인지하고도 안일한 태도로 투자를 감행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동해 북평화력과 삼척 블루파워 사업 대주단을 이끄는 금융 주선 역할을 맡았는데, 총괄원가 보상이 원하는 수준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투자를 이어갔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금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무시한 행위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그는 또한 산업자원통상부의 책임 방기도 지적했다. 민간 석탄발전사업이 한국전력에 미치는 재무적 부담을 줄이려는 과정에서 사업자의 매몰 비용을 잘못 판단하여 사업을 승인하였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무리한 신규 석탄발전사업 추진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며, 산자부가 속히 신규 석탄발전소의 총괄원가 보상 수준을 당초 허가할 때의 수준으로 결정하고, 금융기관들이 그에 따라 투자 철회 등을 결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후에는 환경운동연합 권태선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아 지정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이옥헌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장, 오일영 환경부 기후전략과장,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유경 네덜란드공적연금운용공사 이사,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이 참여했다.

이옥헌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장은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에 대한 우려와 세계적인 석탄발전 감축 추세를 고려할 때 국내 석탄발전 감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탈석탄’ 추진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며 “석탄발전을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축한다”는 산자부의 기본 원칙을 밝혔다.

오일영 환경부 기후전략과장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현재 60기 석탄화력발전 중 30기 단계적 폐지 계획이 제8차 계획과 비교하면 큰 전진이라고 하면서도, 석탄발전 감축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석탄발전 감축 및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해 발생할 간헐성 보전 등의 문제에 대해, 국내에서 대책 마련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대안으로써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 및 시장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박유경 네덜란드공적연금운용공사 이사는 기후위기 대응 관점에서 석탄발전 퇴출을 논해야 한다며, 이제는 산자부와 환경부가 책임 지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그린뉴딜이 기후위기 대응정책으로써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 및 경제 부양 효과를 위해서라도,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석탄화력발전을 2030년 이전까지 퇴출할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신규 석탄발전사업의 재무적 위험성을 알고도 방관한 산자부와 금융주선을 한 공적금융기관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장관의 언급대로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는” 그린뉴딜을 위해서라면, 석탄발전사업과 그린뉴딜은 함께 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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