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방사능 오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011.11.18 | 유해화학물질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 도로에서 검출된 방사능 오염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주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민이 자주 다니는 주택가 도로와 청소년들이 등․하교하는 학교도로의 방사능오염 실태는 시민의 제보와 환경단체의 조사결과로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가 ‘저선량 방사선은 안전하다’ ‘자연방사능 피폭량보다 낮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동안, 지혜로운 시민들은 방사능 계측기를 스스로 구입해서 생활 속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주민의 생활과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방사능오염실태를 측정하며 자구노력을 기울여 왔다. 원자력 진흥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의 말과 정책에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맡길 수 없다는 시민의 판단과 선택에서 비롯한 시민행동의 발로이다.

이번 조사결과 발표는 지난달 독립기구로 출범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의지와 원자력안전 규제능력이 있는지 첫 선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원자력 진흥 정책과 이를 추진해 온 인물을 그대로 승계해서 조직의 덩치만 키워 독립한 원자력안전기구의 극히 우려스러운 결과만을 보여주었다.  

이번 월계동 주택가도로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세슘137이라는 인공 방사성동위원소이다. 세슘137은 모든 것을 뚫고 들어가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감마선으로, 강력한 방사선이 우리 몸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위험하다. 반감기가 30년이나 되니 자연에서 안정된 상태에 이르려면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 세슘 137이 우리 몸을 뚫고 들어오면 근육에 모여 지속해서 우리 몸을 피폭시키며, 누적되어 세포 손상과 변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에 검출된 세슘 137이 어떤 방사성 물질인지, 피폭으로 인해 주민의 안전과 건강에 어떤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지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안전하다는 측정결과와 수치만을 발표할 뿐 시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 및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시민의 알권리와 안전할 권리를 무시해도 유분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지역주민이 받을 수 있는 연간 방사선량이 0.51~0.69mSv로 연간 피폭허용선량 1mSv이하이기 때문에 ‘주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방사선 피폭허용기준이라는 것이 결코 안전한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방사선 피폭에 대해 안전한 수치란 있을 수 없다. 적은 양이라도 피폭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나 임산부에게는 그 영향이 훨씬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기에 자연으로부터 받는 자연방사능 피폭량과 더해지고, 10년 동안 누적되어 온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동안 주민들이 받아 온 방사능오염 노출은 훨씬 커진다.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해당 지역 주택가 도로와 학교 주변 도로를 자주 이용했던 주민과 노약자에 대해 탐문조사와 건강 역학조사를 벌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주민을 위한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달 동경도 세타가야구 도로가 등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지역이 조사되었다. 시간당 피폭량 2.7 마이크로 시버트(uSv)로 나오자 일본 언론은 후쿠시마현 이와테무라에서 계획피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2.1 마이크로 시버트(uSv)보다 높은 수치라며 체르노빌 방사능 대책기준으로 볼 때 일시 이주구역에 해당한다고 대책을 요구했다. 월계동 주택가도로에서 측정된 시간당 1.4~3.2 마이크로 시버트(uSv)라는 수치가 결코 안전하다고 덮어버릴 일이 아님을 견주어 볼 수 있다.

시민의 생활 속으로 방사능 오염문제가 깊숙하게 들어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자력진흥 종합계획에 따라 방사선 및 방사선 동위원소 이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무산된 ‘후쿠시마 사고를 도약의 기회로’라고 내걸며 나온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도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방사선산업 기술개발과 확대가 중점과제로 되어 있다. 핵발전소 전력비중을 2030년까지 59% 확대하는 계획에서 산업과 의료, 생활 속으로 방사선 산업을 확대, 수출하는 정책에 이르는 원자력진흥정책으로 방사성물질 이용이 확대됨으로써 시민이 생활 속에서 방사능오염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방사성동위원소 인허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업체가 5,048개에 달하며 대부분 허가가 아닌 신고업체들이다.
초기 신고만 하면 정기적 검사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방사성 물질의 관리실태, 오염실태에 대한 추적이 어려운 실정이다.
2002년 ‘방사선 및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진흥법’ 제정이후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업체들은 무분별하게 확산되어 왔다. 이번에 월계동 주택가 도로에서 검출된 세슘 137을 산업용 게이지(진단 및 계측), 방사선 치료, 혈액 및 피부 방사선 조사, 식품 방사선 조사, 휴대용 습도 및 밀도 측정기 등에 이용하는 업체만도 345개에 이른다.

방사성물질 이용 진흥정책에 따라 방사선동위원소 이용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관련업체의 부도 및 파산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방사성동위원소의 분실, 도난, 방사능오염, 작업자 피폭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결국 안전규제를 받지 않거나 규제범위를 벗어나 관리되지 않는 방사선원, 이른바 ‘무적 방사성물질’이 전 생활 영역으로 퍼지게 되고, 시민 누구나 방사능 오염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사실을 정부는 시민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있지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계동 주택가 도로의 아스콘이 세슘 137에 오염된 원인으로 방사능물질을 함유한 재활용고철 슬래그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을 뿐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 그동안 방사성물질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가를 반증한 셈이다.

제대로 된 원인을 찾으려면 이번에 문제가 된 방사성물질 세슘137이 무적방사성물질로 배출되는 경로를 보다 치밀하게 조사는 것이 마땅하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유사한 방사능오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세슘 137을 산업용 게이지로 사용한 공장이 폐쇄 후 해체되는 과정에서 방사선원이 고철 및 일반 건축 폐기물로 처리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최근 고철 재활용율이 늘어나면서 국내 재활용고철 방사선 오염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방사선물질 배출기관과 오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또한 고속도로 등 도로의 휴대용 밀도 측정기, 건설현장에서 골재 밀도 측정기에 세슘137이 사용되는데 도난 및 파손사고가 알려져 있다.  

방사선동위원소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 생산, 수입되고 있으며 전 영역으로 이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관리는 엉망이다. 그리고 방사능 오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핵의 이용 그 현주소이다.

핵발전소 확대정책은 물론이거니와 방사성물질 이용 확대가 시민이 볼 수 없는 장막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장막을 걷어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건강, 우리 아이들이 방사능오염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생활 속으로 확대되고 있는 방사성물질 이용실태과 오염실태를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생활과 생명을 방사능오염으로 보호하기 위해 여전히 원자력진흥에 종속되어 있는 방사능 안전규제 업무와 인물을 혁신하여야 한다. 생활 속 방사능 오염을 확산하고 있는 원자력진흥계획과 방사성물질 이용 진흥법을 폐기해야 한다.

김제남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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