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종이 교과서 캠페인] 국정교과서를 재생종이로!

2008.04.08 | 폐기물/플라스틱

4월 4일은 녹색연합에서 정한 ‘A4 Free Day! No Paper Day!’이다. 식목일을 앞두고 나무를 심기 전에 종이를 절약하기 위해 이날 하루 종이를 쓰지 말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날이다.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나무를 베지 않는 예방적 실천은 더욱 중요하다.



흔히 종이 1톤을 만드는 데는 30년생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물 1800L, 석유 1드럼과 같은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제지회사들은 흔히 종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들이 벤 나무의 수만큼, 혹은 그 이상의 나무를 새로이 심는다는 이유로 대규모 벌목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들이 심은 대부분의 나무들은 자라는 중에 죽고, 종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는 천연의 숲을 형성하지는 못한다. 또한 제지회사에서 나무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한 화학약품 탓에 그들이 조성한 숲에서 생물들을 보기란 쉽지 않다.

2007년에 발행된 유치원,초,중,고등학교 국정교과서의 부수는 약 1억1천만부로 100% 천연 펄프 종이로 인쇄되었다. 만약 이 교과서들을 100% 재생종이로 바꿔서 발행했다면 어땠을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년 된 나무 110만 그루를 살려 이산화탄소 배출량 11000t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재생종이 교과서는 나무를 지키고 숲을 살려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의의가 있을 뿐 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교과서를 통해 생활 속에서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재생종이 교과서를 보는 것 자체가 환경교육이고 실천이며 가치 있는 일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환경보호 활동을 하게 하는 가치있는 교과서를 볼 수 있도록 이제 어른들이 나서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녹색연합과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지구의 기후를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No Paper Day에 맞춰 4월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재생종이교과서 출판을 위한 거리캠페인을 진행하였다. 4월 3일에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4일에는 명동 우리은행 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재생종이 교과서의 필요성을 알렸다. 1년간 발행되는 국정교과서로 인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져나가고 있는지를, 구조물 전시와 함께 그동안 재생종이로 출판된 책을 부스에 진열함으로써 재생종이의 품질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부스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생종이로 만든 책은 누렇고, 거친 느낌이 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지금의 펄프종이교과서가 재생종이로 인쇄될 경우 교과서에 실린 사진들이 칙칙해질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바로 부스에 진열된 재생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보고나선 “정말로 이게 재생종이예요?” 라며 재생종이로 만든 책과 펄프종이로 만든 책을 놀라울 정도로 구별하기 어려워했다.

재생종이로 만든 책은 펄프종이로 만든 책보다 가볍다. 부스에 들른 많은 사람들은 재생종이의 품질이 펄프종이와 차이가 없으면서 더 가벼워 아이들의 책가방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 호감을 보이며 재생종이교과서를 위한 운동에 서명으로써 함께 했다. 서명은 재생종이로 만든 A4 종이에 받았다. 4월 4일 No Paper Day에는 서명을 한 사람들에게 재생종이로 만든 ‘작은것이 아름답다’를 나누어주는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였다. 12년 동안 재생종이로 출판한 ‘작은것이 아름답다’를 통해 사람들이 재생종이에 더욱 친숙해지리라는 기대와 함께 책을 건넸다.

국정교과서의 재생종이 출판을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가 방심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고만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많은 행동들 중 No Paper Day를 맞아 시작한 재생종이 교과서 출판을 위한 거리캠페인은 하나의 시작점이다. 교과서가 재생종이로 만들어지는 그 순간까지 녹색연합과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거리로 나가 재생종이의 진실과 재생종이 교과서의 필요성을 알리는 거리 홍보를 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사회의 재생종이 문화가 재생종이 교과서 운동을 발판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작은 꿈을 가지고 활동을 지속하려 한다.

● 글 :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신영은 활동가


“재생종이로 학생들의 교과서를 만드는데 잠시 서명 부탁드립니다.”

햇살은 밝은데 바람이 차다. 바람 속에 사람들에게 외치는 내 말소리도, 같이 파묻혀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점심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교보문고 앞은 한산했다가도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변하면 갑자기 몰려오는 인파에 익사할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 다들 “바빠요”, “그런 것 안 해요”라면서 말을 해주기도 하고 그냥 고개를 돌리고 종종걸음으로 지나쳐 가기도 했다.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왠지 모르게 저 종종걸음이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시계에 쫓기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 대신, 한 사람씩 마주해서 붙잡고 이야기를 하자. 어제 종이상자와 잡지에서 떼어내 붙여 만든 ‘교∙과∙서∙를∙재∙생∙종∙이∙로’ 피켓, 그리고 불편할 텐데도 나무 분장을 하고 열심히 홍보하는 그런 노력들을 보면, 우린 오늘 적어도 한 사람당 100명 정도씩 붙잡을 만하다.

처음에 느꼈던 ‘낯섦’과 ‘부끄러움’ 따위, 앞머리를 휘날리게 하는 바람에게 맡겨 버렸다.  목이 조금 아파오지만, 이대로 득음 해버리면 나야 앞길 창창해지는 거지, 뭐.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과 부딪히는 연습이 많은 도움이 되겠지, 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바빠서 본체만체 지나가지만, 그 사람들이 언젠가 어디에서 ‘교과서를 재생종이로’라는 문구를 다시 본다면, 그 때 자신이 지나쳐 갔던 그 날의 광화문 거리를 기억하지 않을까? 그 때 움직이는 나무가 있었고, 피켓 들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있었고, 서명운동에 동참해달라고 끝까지 쫓아오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그 날을 그렇게 기억한다면, 나는 나름 성공적인 날을 보내지 않았는가?

● 글 : 작은것이 아름답다 이나리 인턴


나의 할 일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재생종이로 교과서를 만들 수 있도록 서명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일이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정말 당황스럽고 민망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서명을 부탁하는 일은 네겐 정말 쑥스럽고 힘든 일이었지만, 재생종이로 교과서를 만들면 환경을 지킬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저 열심히만 했다.

11시부터 1시까지, 시간이 점심시간인지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부탁하기도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재생종이에 관심을 가지고 선뜻 서명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 계속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하지만 바쁘다며 획 지나가버리시는 분도 많았다. 서명 한 번만 해주면 되는데 다들 바쁘다는 핑계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명을 해주면 좋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속으로는 ‘앞으로 길을 가다가 나에게 무엇을 나누어 주거나 서명 해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꼭 해주리라’ 다짐까지 했다.

사실 피켓을 준비하면서부터 행사에 참여하는 것까지 힘들기도 했다. 끝나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발도 꽤 아프고, 목도 잠겨버렸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참여하고 우리가 이렇게 서명해서 교과서가 재생종이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고 있는 지금, 사진과 영상에 간간히 나의 얼굴이 보인다. 창피하기도 하지만 내가 이런 행사에 참여했다는 뿌듯함이 훨씬 더 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재생종이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참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거다. 나는 그저 재생종이는 무게도 가볍고, 환경을 살린다는 정도만 알 뿐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재생종이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 글 : 작은것이 아름답다 이예영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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